선우정아, City Sunset

100일 글쓰기 - 34

by 모사가


선우정아의 "City sunset" 이란 노래가 있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 ost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감성과 영상미로 포장해도 결국 불륜 드라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공항 가는 길"을 열심히 봤었다. 주인공인 김하늘은 똑 부러진 스튜어디스로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하지만 무심하고 심지어 부인의 절친과 바람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마음을 지탱할 곳이 없다. 어느 것에서도 위로를 얻지 못하고, 잠시 내려놓고 쉴 여유조차 없는 김하늘의 삶이 당시 나와 비슷해 그렇게 챙겨봤나 보다.


어느 날 오후 집안일을 마친 김하늘이 베란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볼일이 있어 찾은 이상윤의 작업실에서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하염없이 밖을 바라본다.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다 겨우 앉은 잠깐의 시간을 배경으로 선우정아의 노래가 흐른다.


나만 힘든 건 아냐
모두 나름의 아픈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미소 짓지
저 노을처럼
그래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또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 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아이를, 가정을, 직장을 지켜내느라 오늘을 살아낸다. 살아가지 못하고 기어코 살아내고 마는 삶이다. 나를 지키기보단 버리고 삭여 주변을 지켜낸다. 그러다 문득 자리에 앉을 시간이 생기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삶에 슬퍼진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고, 아프며, 참아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놓아보고 싶다. 돌처럼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하고,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저 지금의 나만 아니면 된다 생각한다.


잘 살고 싶다. 누구도 인생을 그렇게 불안한 곳에 데려다 놓고 싶진 않았을 거다. 딸에겐 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 말하며 정작 내 마음은 지키지 못하는 삶이다. 언제까지 이 삶을 살아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과 불안이 그렇게 만들었을 테다.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다. 따뜻한 위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잘하고 있다는 칭찬 같은 작은 거다. 거기에 기대 살아간다. 버티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한 번씩 거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창밖 풍경화 속 작은 사람이 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어떨 땐 마치 사족 같아 지우고 싶은 것 말이다. 다시 집안으로 시선을 돌려 인물화 속 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풍경화와 인물화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건 나의 마음이다.


해가 녹아내리는 노을 앞에 의자를 가져다 앉는다. 뜨고 지는 해처럼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을 다잡는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생각한다. 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때도 분명 있었으니.






* 노래가 궁금한 분들이 있으실까 해서 가져와봤습니다. 저한텐 사실 좀 힘든 노래지만, 퇴근길에 들으면 위로가 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https://youtu.be/ynFy-l-i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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