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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Feb 21. 2022

선우정아, City Sunset

100일 글쓰기 - 34


선우정아의 "City sunset" 이란 노래가 있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 ost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감성과 영상미로 포장해도 결국 불륜 드라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공항 가는 길"을 열심히 봤었다. 주인공인 김하늘은 똑 부러진 스튜어디스로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하지만 무심하고 심지어 부인의 절친과 바람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마음을 지탱할 곳이 없다. 어느 것에서도 위로를 얻지 못하고, 잠시 내려놓고 쉴 여유조차 없는 김하늘의 삶이 당시 나와 비슷해 그렇게 챙겨봤나 보다.


어느 날 오후 집안일을 마친 김하늘이 베란다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볼일이 있어 찾은 이상윤의 작업실에서 창문 앞에 의자를 놓고 하염없이 밖을 바라본다.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다 겨우 앉은 잠깐의 시간을 배경으로 선우정아의 노래가 흐른다.


나만 힘든 건 아냐
모두 나름의 아픈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미소 짓지
저 노을처럼
그래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또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 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아이를, 가정을, 직장을 지켜내느라 오늘을 살아낸다. 살아가지 못하고 기어코 살아내고 마는 삶이다. 나를 지키기보단 버리고 삭여 주변을 지켜낸다. 그러다 문득 자리에 앉을 시간이 생기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삶에 슬퍼진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고, 아프며, 참아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놓아보고 싶다. 돌처럼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하고,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저 지금의 나만 아니면 된다 생각한다.


잘 살고 싶다. 누구도 인생을 그렇게 불안한 곳에 데려다 놓고 싶진 않았을 거다. 딸에겐 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 말하며 정작 내 마음은 지키지 못하는 삶이다. 언제까지 이 삶을 살아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과 불안이 그렇게 만들었을 테다.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다. 따뜻한 위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잘하고 있다는 칭찬 같은 작은 거다. 거기에 기대 살아간다. 버티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한 번씩 거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창밖 풍경화 속 작은 사람이 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어떨 땐 마치 사족 같아 지우고 싶은 것 말이다. 다시 집안으로 시선을 돌려 물화 속 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풍경화와 물화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건 나의 마음이다.


해가 녹아내리는 노을 앞에 의자를 가져다 앉는다. 뜨고 지는 해처럼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을 다잡는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생각한다. 그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때도 분명 있었으니.






* 노래가 궁금한 분들이 있으실까 해서 가져와봤습니다. 저한텐 사실 좀 힘든 노래지만, 퇴근길에 들으면 위로가 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https://youtu.be/ynFy-l-i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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