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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Feb 25. 2022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Op.40중 7번

100일 글쓰기 -39


요즘 아이가 집에 하루 종일 있다. 유치원 졸업과 동시에 확진자가 늘어 어딜 함께 가지도 또 혼자 보내지도 못하고 데리고 있다. 덕분에 밤늦게 외엔 글 쓸 시간이 없다. 야심한 시각,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유튜브의 오프라인 저장 영상을 훑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카푸스틴이다. 재즈인지 클래식인지 헷갈리는 곡들이 많지만, 1937년에 태어나 2020년에 사망한 클래식 작곡가다.

처음 카푸스틴을 접한 건 손열음의 연주다. 아직 클래식 음악 입문 단계라 한국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들어 가는 중이다.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따라 손열음의 카푸스틴 에튀드를 만난 이후로, 자주 듣고 보는 영상 중 하나가 되었다. 마침 작년에 손열음이 카푸스틴 서거 1주년을 맞아 음반을 내고 리사이틀에서도 연주했는데, 공연에 가기 전엔 예습 차원으로, 다녀온 후론 여운이 남아 더 많이 듣고 있다.

에튀드는 원래 연습곡을 의미한다. 연주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인데, 쇼팽의 에튀드가 워낙 높은 예술성을 가지다 보니 의미가 변색된 면이 있다. 겨울바람, 흑건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곡들이 모두 쇼팽의 에튀드다. 피아노 좀 친다는 사람들이 꼭 한 번쯤 도전하는 곡이다. 이외에도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마제파와 도깨비불 등이 포함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도 많이 알려져 있다. 카푸스틴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예 "8개의 연주회용 에튀드"라 이름 붙인 곡을 선보인다.

8곡 모두 재즈의 느낌이 묻어있다. 즉흥연주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어깨가 들썩이고 발이 까딱거리는 리듬이다. 연주회용이 붙긴 했어도 연습곡에 뿌리를 두다 보니 서사가 길기보다는 아무래도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게 다. 그중 바다를 헤엄치는 기분이 드는 7번 인터메쪼가 제일 인상적이다. 미끈한 몸으로 노을 지는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물고기, 어쩌면 돌고래일 수도 있겠다. 뛰어올랐다 가라앉고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속도감이 생생하다. 붉은 장미를 배경으로 금빛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는 영상을 보며 바다를 떠올린 게 아이러니다.

카푸스틴에 대해 찾다 보니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법한 국적이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런 음악을 탄생시킨 나라에 전쟁이라니.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 역병에 전쟁까지, 2022년은 잊을 수 없는 해가 되고 말았다.


정치와 정세를 떠나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분명히 다. 흑토의 땅 우크라이나에 카푸스틴의 흥겨움이 가득 넘칠 날이 곧 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 손열음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 연주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곡들을 많이 소개하기도 하지요. 카푸스틴도 손열음 덕에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역시도 그랬지만요. 여러분께서도 일단 재생하고 나면 절대 한 번만 듣게 되지는 않을 연주일 겁니다.

https://youtu.be/GGfGoyQAc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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