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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13. 2022

프랑시스 뿔랑, 사랑의 길

100일 글쓰기 - 55


프랑시스 뿔랑(1899~1963), 프랑스의 작곡가로 선율이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남겼다. 멘델스존과 더불어 고전 음악계의 대표적 금수저로도 알려져 있는데, 지금까지도 뿔랑가의 제약회사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하니 재력과 재능까지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다. 물론 그의 삶이 정말 행복했는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뿔랑은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중간중간 좋은 선생님들에게 배우기도 하나 그 배움 역시 기간이 길지는 않다. 드뷔시와 라벨 곡의 초연을 도맡았던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네스, 가구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에릭 사티 등과의 인연으로 오네게르, 미요와 더불어 프랑스 6인조에 속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가볍지만 조소 어린 곡을, 전쟁을 지나며부턴 점점 진중하고 엄중한 곡들을 만들어냈다.


장 아누이의 시를 가곡으로 만든 "사랑의 길"은 뿔랑의 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바다로 가는 길은 우리의 지나감을 간직하네.
꽃들은 그들의 꽃잎을 떨어뜨리고 나무 아래 울려 퍼지는 메아리,
우리 두 사람의 밝은 웃음.
아아, 행복한 날들과 가득한 즐거움은 사라져,
나의 너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나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네.

내 사랑의 길들.
잃어버린 길들을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 길.
너희들의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네.
절망의 길들이여,
추억의 길,
첫사랑의 길,
사랑의 신성한 길들이여.

언젠간 그 길을 잊어야 한다면 그것은 모든 걸 지워버리는 삶이네.
나는 내 마음속 추억이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강하게 남아 있기에 원하네.
가슴 떨리고 열정적인 그 길에,
어느 날, 너의 두 손이 나의 몸 위에서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네.
나의 사랑의 길.


장 아누이의 시는 사랑의 슬픔에 대한 내용이지만 뿔랑은 이것을 넘어선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왈츠의 리듬에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얹었다. 사랑이 끝나도 삶은 지속되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 위로한다. 사랑은 원래 양면의 감정이며 그 고통마저 사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조심히 알려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작곡했다 알려져 있는데, 전쟁의 끔찍한 참상과 인간의 잔인함을 극복하기 위한 작곡가의 처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선율 덕에 가곡이지만 플루트, 첼로 등 다양한 악기로도 연주된다. 귀로는 가볍게 들을 수 있지만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촉촉한 봄비와 함께 넘실대는 감정에 한 번쯤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한지호의 무대입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많은 연주가 있는데요, 이상하게 오늘은 이 연주가 좋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연주자의 다른 영상보다도 이게 좋더군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지금을 사랑이 감싸 안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또 한 번 들어봅니다.

https://youtu.be/10413oHgc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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