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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15. 2022

마뉴엘 폰세, 에스트렐리타와 인터메조

100일 글쓰기 - 58


이것저것 새로 쓰고 만들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긴 음악을 듣기가 조금 어렵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같은 대곡은 집중해서 들어야 그 안의 서사를 파악할 수 있고, 주제가 여러 개 거나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곡들 역시도 꽤나 오래 곱씹으며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없고 음악에 오롯이 집중하기 힘든 요즘엔 주로 짧고 멜로디가 분명한 곡들을 듣고 있다.

마뉴엘 세(1882~1948)는 멕시코의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그리고 작곡가이다. 오페라를 제외한 모든 장르를 작곡했는데, 심오한 구조보다는 아름답고 유려한 선율을 특징으로 한다. 비교적 최근의 작곡가이기도 하고 또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몇몇 곡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 에스트렐리타(작은 별)가 아마 가장 익숙한 곡일 듯하다. 원래는 한 여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가곡이었다는데 기악연주로밖에 들어보지 못했다. 하이페츠 편곡의 바이올린 버전이 가장 빈번히 연주되는 것 같고 연주 영상도 많다. 곡이 길지 않아 독주회 프로그램보다는 앙코르로 연주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레이 첸의 음반에 수록된 에스트렐리타가 따뜻하면서도 시린 느낌이 잘 살아있어 좋아한다.

https://youtu.be/nbDVKfxRE_M


두 번째 곡은 인터메조다. 이탈리아어인 인터메조는 오페라나 드라마의 막과 막 사이에 연주하던 기악곡, 즉 간주곡이라는 뜻을 지닌다. 브람스의 인터메조 Op.118-2가 제일 유명할 듯한데, 마뉴엘 세의 인터메조도 그에 못지않은 인상을 지닌 곡이다. 굉장히 짧지만 클래식인지 뉴에이지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선율이 반복된다. 구슬프고 애절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이 어느 영화에서 들어본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듣다 보면 기타 연주로도 참 멋있겠다 싶고, 남미 쪽의 탱고 리듬에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가늘게 이어진 음들로 선율을 일궈내는 선우예권의 연주가 정말 돋보인다.

https://youtu.be/OOfQJjpBAoc


개인적인 일로 바쁘다 보니 영 곡 발굴에 진척이 없다. 클래식 음악의 묘미는 많고 많은 음악들 중 내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났을 때 느끼는 짜릿함에 있는데, 그 희열을 맛본 지가 너무 오래돼 슬프다.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하는 일은 결국 하지 못하는 일이라던데, 그렇게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부디 내일은, 바그너의 오페라까진 아니더라도 모차르트의 교향곡 한 곡 정도는 너끈히 들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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