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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20. 2022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다장조

100일 글쓰기 - 63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을 3악장 끝까지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악장 앞부분 주제 선율만 기억에 있는 걸로 보아 1악장마저 채 다 듣지 못했나 보다. 어느 광고에 삽입되었다는데 그래서 익숙한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하이든은 많이 친숙한 작곡가는 아니다. 아마 내 실력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악기를 두 개나 배우면서도 하이든 곡은 거의 연주해본 적이 없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린다. 앞선 시기에도 교향곡은 있었지만 그 체계를 확립했다는 의미에서 그리 부른다고 한다. 100곡이 넘는 교향곡과, 협주곡, 미사곡, 소나타 등등 방대한 양의 곡들을 작곡했는데, 그러다 보니 하이든 전곡 연주하기에 미션처럼 도전한다. 당연히 성공한 연주자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극소수다. 더불어 비극적이고 괴기스러운 일이라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사후의 머리 도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전공과 하는 일이 자연환경과 관련이 있다 보니 무슨 음악을 듣든 자꾸 풍경이 떠오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그림이나 문학을 잘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감상의 폭이 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다.

우리나라의 강을 샬레에 비유한다면 유럽의 강은 비커라 할 수 있다. 한강이 넓고 얕은 반면 라인강은 깊고 좁다. 그래서 의외로 유럽의 유명한 강들-세느, 라인, 템즈 등-이 생각보다 작아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강에선  보기 어려운 큰 배들이 그 작은 강을 잘 다닌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되어 홍수가 잘 난다. 홍수 때 강물이 흐르는 길이 넓어지고, 반복되어 쌓인 토사 덕에 강바닥은 높아진다. 반면 유럽 쪽은 일 년 내내 고른 강수를 보이니 폭은 좁지만 일정한 유량 덕에 깊은 수심을 보인다. 강은 강이나, 다 생김새가 다르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듣고 있으면 유럽의 강들이 떠오른다. 양옆의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깊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이 연상된다. 깊은 강물 아래 소용돌이치며 올라오는 물살을 수면 위에선 전혀 알 수 없듯, 자칫 평온해 보이는 연주자의 표정과 달리 손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거침없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음악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강물처럼 흘러간다. 집요하게 한 곳을 깊이 파고드는 느낌 역시도 유럽의 강이다. 넓고 확 트이며, 무언가를 아우르는 정서는 느끼기 어렵다.

유독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해지는 음악이다. 어떤 풍경과 감정을 느끼는지, 주변과 꼭 한번 나누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오디오의 전원을 끈다.




*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은 매우 유명한 곡이다 보니 역시나 좋은 연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제일 많이 알려져 있지 싶어요. 물론 저도 가장 먼저 듣는 버전입니다. 템포가 조금 빠른 것도 같지만 그만큼 힘 있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라 매력적입니다.
https://youtu.be/eU5KdY_04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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