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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맘 Jan 18. 2020

코알라맘 토요 육탈

어제부로 아이는 20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는 엄마나 아빠와 떨어져 다른 누군가와 단 5분도 같이 있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낳자마자 병원에서는 모자동실을 해야 했고, 아이를 낳고 우리는 아직 한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여기서는 아이를 잠시라도 맡아줄 수 있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도 없고, 호주는 어린이집이 꽤 비싼 편이라 형편상 아직까지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가 없다.


모든 직업에 쉬는 날이 있듯이, '엄마'라는 직업이야말로 '휴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24시간 대기조에 철야 근무까지 해야 하는 이 중노동을 사랑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나는 다행히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를 간다. 아이가 5개월 무렵에 처음으로 젖먹이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던 날, 마음은 애처로운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웃음이 실실 나왔다.


혹시라도 아이가 엄마를 찾나 해서 시간마다 남편에게 확인 문자를 보내고, 학교 화장실에 가서 수시로 가슴 유축을 해야 하는 형국이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응애응애 사이렌이 없는 고요한 세상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늘 졸이고 긴장하던 마음을 반나절 만이라도 풀어놓고 있었더니, 그날 저녁 아이를 다시 안았을 때 엄마의 사랑은 확실히 재충전되어 있었다.


아이가 5개월 무렵에 처음으로 젖먹이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던 날, 마음은 애처로운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웃음이 실실 나왔다.



"띠따~ 띠따~"


20개월 아이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로 밖에 나가자는 소리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문을 가리키며 밖에 나가자고 소리를 질러댄다. 더욱이 오늘은 엄마가 옷을 입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하니 아이의 목청은 더 커진다. 아이의 보채는 데시벨이 더 커질수록 엄마야말로 어서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 학교는 아직 여름방학 중이지만 엄마에게는 진짜 방학이 필요하다. 토요일 하루만이라도 엄마도 "띠따~ 띠따~" 육아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또 일주일 아이와 씨름할 기운을 얻는다.


탈출까지 감행하고 엄마가 온 곳은 겨우 동네 도서관이다. 일단 조용히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생각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관내가 좀 소란스럽다. 나는 문득 엄마 모드로 다시 돌아가 우리 아이도 여기 데리고 오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번뜩 오늘은 토요일이고 오늘은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날이라고 스스로에게 경고를 준다.


버스만 보면 좋아서 달려 나가는 아이



아이를 낳고 자주 동요를 듣고 따라 부르게 되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것 다 주고 싶어’라는 제목의 동요를 듣고 있다가, ‘너의 꿈이 이뤄지는 날 환하게 웃을 테야’라는 가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연히 이 세상의 모든 것 다 너에게 주고 싶지만, 내 꿈이 네 꿈이 아니듯 네 꿈도 내 꿈이 아닌데, 온종일 혼자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으면 누가 이렇게 나도 좀 봐주었으면 싶다. 아이가 책을 가지고 달려올 때마다 나는 자꾸 내 책을 더 읽고 싶고, 인스타그램에 매일 아이의 예쁜 사진을 올릴 때마다 나는 이런 내 일상을 글로 그려내고 싶다.


그래서 무조건 토요일, 나를 위한 토요일에는 나의 글을 쓸 것이다. 이름하야 ‘코알라맘 토요 육탈’ 그러기 위해서는 일월화수목금토 우리 코알라와 더 많이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하고 띠따 띠따도 매일매일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만큼 엄마 책을 읽는 시간 또한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10분 만에 저 책들을 다 보았다 (꺼냈다!)
해외살이의 버팀목 전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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