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경희 May 14. 2024

다시 여행-네 발로 여섯 시간

사량도 지리망산을 기어서 종주.

그토록 통영여행을 고집한

째 이유는 지리망산이다.


이십여 년 전 병태 직장 산악회와

함께 왔던 산.

섬 산행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되었던 곳.  더 늦기 전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이다.


노약자(老弱者)는  오지 말라

하는  그 산을  

확실한 老者 부부는  

弱者는 아니라고 박박 우기며

9시 배를 타고  사량도에 도착,

선착장 앞에 정차 중인

버스에 오른다


비교적 쉽다는 수우도 전망대

에서 10시 30분쯤 출발.

돌아가는 마지막 배가

6시 20분이라 시간은 넉넉하다


천천히 즐기며 오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며 희희낙락 신났다

버스에 동승했던

모든 등산객이 올라간 후

등산화끈  동여매고 출발~~


조바심쟁이  병태는 너무

동떨어져 오르면  

길 잃을까 안달이다.

이 산에서 조난당할  염려는  

없다며  5분은  느긋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똬~앙

거대하고 날카롭고 길도 없는

바위산이 나타난다

그 흔한 산악회 리본도 없다


이걸 넘는다고? 그래서 사람들

바짝 따라가야 한다고 했지?

바윗산 돌 모양처럼 날카로운

병태님  목소리.

자칭 상남자 병태는 매번

목적지도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난관(?)에 부딪치면 자기가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홀로 시달린다  


그냥 가면 돼.

앞서 간 사람 발자국으로 다져진

돌멩이 밟고.

모두 그렇게 네 발로 올라갔다고

쓰여 있어.  그래서 장갑이  

필수라고 했잖아

떨어지면 어떡해?

떨어지고 나서 걱정해.


실제로 가끔 큰 사고가 나기도

하는 코스란다.

왔다리 갔다리 길 찾느라

분주했병태 덕에

무사히 한 고비는 넘긴다.



지리망산  능선에 오르니   양방향 모두, 빼어난  풍광.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에   힘듦을 잊는다      


전망이 터지는 곳부터는  

우리나라  대표급 섬 산행지다운

진 전망을 선사한다.




이런 풍광 속에서 점심을 먹는다.

먹기 전부터 꿀맛이다.

산행 점심으로 최고인 전투식량.

오늘은 매콤짜장밥이다.


배부르고 등따시니

다시 걷는다.  아니 오른다.

고비는 쉴 새 없이 계속된다.

이번엔  칼바위 낭떠러지 길이다.



조심햇!!!


자기가 무슨 눈물의 여왕 현우라고

바위 낭떠러지 위에서

냅다 소리 지른다.

각자 생명은 각자 챙깁시다.

그런다고 김수현으로

봐줄 줄 아나? ㅎㅎㅎ


잡을 것 하나 없는 길은

끝날 것 같지 않게 계속된다

밧줄이라도 설치했음

좋을 것 같은  기어가는 길이라

상당히 조심스럽다




고대하던 데크길을 만나

고생 끝인 줄 알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게

그 후에도  기어서 올라야  하는

날카로운 돌길은 계속됐다.




드디어 출렁다리에 도착한다

벅차고 뿌듯하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랑스러운 내 나라 풍광이다


빼꼼하게 내려다 보이는 대항해수욕장.   내려가 걷고 싶다


하산 길로 접어들었지만

만만치  않다. 내려갈 때도

거꾸로 기어 내려가야

하는 길과, 80도는 됨직한  좁은

철계단등,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안 데크길의 남발로

자연을 망친다고  엄청 투덜댔던

데크길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데크길을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조심스레 내려온다.



 바닥면에 닿아서야 비로소

마음 놓을 수 있었던 지리망산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인 산이다.

기대만큼 걱정스럽기도 했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젠 끝이야. 다신 올 생각 마

병태의 다짐이  아니더라도

모험을 즐기기엔 아주 쬐끔  

늙어버렸음을

영자도 충분히 느꼈으므로


이제 지리망산은  마음속

깊숙이 간직하고 가끔 꺼내

보기만 할께용


통영에 거의 도착할 즈음, 배에서 마주한 예쁜 노을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여행-황송한 대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