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태와 영자의 집짓기-8
자전거에 옷 입히고. 벤치도 뚝딱
많이 생소한 분야지만 셀프조경에 도전한다.
잔디 관리하는 일이 제법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으므로 잔디는 작은 남쪽 마당에만 깔고 텃밭도 손바닥만 하게 자리 잡는다. 잔디를 깔기 전에 바닥을 평편하게 다듬고 돌멩이들 골라내느라 일주일은 기어 다닌 것 같다
우리 집 앞마당의 제일 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작은 마당의 2/3 쯤 되는 위치에 정화조 뚜껑이 2개씩이나 떡하니 놓여 있는 것. 정화조 설치하는 날 바쁜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지만 많이 난감했다.
고심 끝에 나무 데크를 만들어 덮었다. 데크 위에 폐자전거, 자전거 위에 꽃장식. 타일 붙인 폐세면대, 망가진 미니화로, 페인트통. 온갖 폐품을 재활용하여 마당을 꾸민다.
건축 폐기물 나무기둥에 걸쇠를 달아 만든 화분걸이. 폐품 집합소 우리 집 마당.
철재 세제통은 주황색 화분이 되어 담장을 장식하고, 반대쪽 나무벽엔 버려질 위기의 스틸액자 프레임을 이용해 꽃화분을 걸었다.
병태가 칠해 완성한 뒷마당은 소녀들의 놀이터
서쪽 창가에서 보이는 화단에 배롱나무를 심고
병태가 만들어 준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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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전세를 살면서 전원생활에 적응하는 한편 토지를 보러 다녔다.
토지 구입 후 즐겁게 집을 지었고 계획했던 시간 안에 내 집으로 이사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편안하게 소통한 시간이었다. 넘치도록 감사했고. 채워져서 좋았다.
살면서 이런 성취감을 맛본 적이 있던가? 생각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싱싱한 기쁨을 느껴봤던가?
'우리 집'에서 산 지 이제 사 년이 지났다.
예의 초긍정 마인드로
집에 적응하다 보니 '다' 좋다.
라고 진심 말하고 싶다.
그러나
저녁 밥하기 귀찮은 날엔 슬리퍼 끌고 슬슬 걸어 나가 닭갈비에 소주 한 병 나눠 마시고 돌아올 수 없다는 건 정말 불편하다. 쪼끄만 텃밭에 잡초가 더 많이 자라는 걸 보는 것도 많이 불편하다. 영자는 모기 때문에 못 나가고 병태는 귀찮다고 안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벅찬 성취감을 훈장처럼 끌어안은 영자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