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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

크루즈 타는 날

by 임경희

크루즈 타러 로마 치비타베키아 항구로 가는 날이다


만약 남편과의 여행이었다면 당연히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4.6유로짜리 기차를 타고 치비타베키아 역에서 셔틀 타고 크루즈항구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 중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유럽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1km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침 야간투어 가이드님이

미리 알아본 것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주선해

주셔서 숙소 앞까지 와주신 7인승 차를 타고

크루즈 코 앞까지 오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미리 체크인을 하라고 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두 명은 체크인이 되지 않은 채 승선 수속을 시작했다

하지만 큰 문제없이 모두 무사히 승선할 수 있었다.



크루즈 여행경험자 세 명,

나머지는 첫 크루즈.


그런데 친구들이 로마에서 인, 아웃을 원했기에

로마를 고집해서 크루즈를 선택했는데

조금 실수한 것 같다


배가 너무 작았다

14년 전 가족 크루즈 보다 훨~~ 씬

작았다


로비가 3,4층이 확 뚫려서 매일 댄스파티를 하고

저녁 만찬 레스토랑도 2층으로 된 엄청 큰 식당이어서 선장 주최 만찬 날은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며

마구 떠들었는데


세상에 만찬 레스토랑도 너무 작고 초라했으며

배 안에 즐길거리가 너무 없었다

로망이었다며 기대가 가득했던 친구들은

주최한 내 앞에서 애써 티 내지 않으려

괜찮다고 했지만

많이 미안했다


특히 숙이는 피티옷을 여러 벌 가져왔는데

거의 도로 가져갈 정도였다

서빙받는 것을 좋아하는 몇 명은

서빙 레스토랑에서 조, 석식 먹기를 원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뷔페식당에서 적당히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배에 탄 후 배 구경을 할 것도 별로 없어

밥 먹으러 뷔페식당에 갔는데

남녀고등학생들이 우르르 왁자지껄

수학여행 온 모양이다


너무나 무질서하고 시끄러워서

저들하고 계속 식당에서 부딪힐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도 이 배는 입항하는 항구마다 손님이 타고 내리는 것 같았다.

그 학생들하고는 그 후엔 마주치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2월이 좋다고 해서 2월을 택한 것도

조금 실수한 것 같다

배는 작고 사람들은 많은데 추우니 야외공간을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맨 윗 층에 수영장, 작은 온수풀,

어린이 놀이터와 선탠 의자 등이 있었지만

수영장은 아이들도 들어갈 수 없었고

야외에서 서성대는 사람은

몇 명뿐이니 언제나 식당이며 실내의 행사장 카페등은

북적이고 요란스러웠다





어쨌든 우리는 이곳에서 7박을 해야 했다

그나마 방은 넓은 편이다

오션 뷰 방에선 매일 아침 해가 떴다


우린 어느 날은 일찍, 어느 날은 조금 여유 있게

매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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