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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츄 May 01. 2023

간호 간병 통합 병동 이야기

컴플레인 그 시작과 끝에 대하여

정부 정책의 활성화에 따른 중소 병원들이 간호간병서비스를 적극 시도함에 따라 몇 년 전부터 간호 간병 통합 병동에서 근무를 하게 되며 겪은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일단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 란?

간호 간병 통합 병동에 입원이 결정된 환자에게 간호 전문 인력의 간호뿐 아니라 간병까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로 하루 2만 원 정도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병료를 부담하여 국민들의 높은 간병비 부담금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의 정부 정책으로 도입된 서비스이다.


환자 회복에 필요한 개인위생, 식사보조, 체위변경등의 행위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직접 처치를 해주며 비용도 일반 간병비의 1/5밖에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는 제도이지만 실제 간병사처럼 일거수일투족을 1:1 전담하여 케어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콜벨에 의존하거나 환자 요구 사항에 맞춰 서비스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리고 중증환자나 섬망, 치매 환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환자들의 대부분의 컴플레인은 말하기 전에 알아서 해주지 않는 간호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지만 간병인에게 받는 케어보다 부족하다는데 컴플레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 극단적 실제 예를 들자면


중국 출신의 간병인 부부가 입원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들은 병원에서 일대일로 간병인이 있을 때나 가능한 대 소변을 받는 등의 모든 수발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던 부부였다. 원무과에서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병동에서 간병을 모두 알아서 해주는 시스템이라고만 간단히 설명해서 올려 보내다 보니 생긴 오해의 시작이었다.


스스로 화장실을 갈 수 있음에도 팁을 실제 요도에 삽입하여 시행하는 단순 도뇨로 소변을 빼주고, 관장을 해서 대변까지 받아달라는 황당한 요구가 있었는데,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관장이나 단순 도뇨가 필요 없음을 재차 설명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여, 결국 주치의 오더하에 요구 사항에 맞춰 행위를 시행하게 되었던 일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컴플레인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간호 간병 통합 병동의 설명사항에 꼭 필수로 들어가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단순 심부름은 시키지 말라달라는 당부이다.


이 당부는 다른 컴플레인으로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코로나 유행 이후 병동내 외출이나 외박 그리고 보호자 면회가 금지된 경우가 많다 보니, 생필품이나 간단한 간식거리가 필요한 경우엔 환자나 간호사나 곤란하긴 마찬가지인데, 되도록 보호자 편에 가져오는 걸 추천하나 결국 컴플레인으로 이어져 환자 카드로 병원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 오는 심부름을 하게 된다.


한 명의 환자를 허용하면 형평성의 이유로 다른 환자들도 해줘야 하는 입장이므로 결국 심부름 반복에 굴레에 빠져버리게 된다. 바쁜 병동 일 중에 심부름까지 추가되면 결국 업무 초과로 이어져 다른 간호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게 되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가다 보니 간호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병원 침대 옆에는 콜벨이 배치되어 있다. 없는 곳도 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곳이라면 거의 99% 함께 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콜벨을 TV리모컨 버튼으로 활용하는 환자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보온병의 물이 식었으니 다시 따뜻한 물로 바꿔달라, 침대 각도가 맞지 않는다 다시 교정해달라거나 (참고로 요즘 병동의 침대는 환자 곁 리모컨으로 전자동으로 스스로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방 온도가 맞지 않는다며 1도씩 올리고 내리는 걸 반복하게 하기, 환기시켜 달라는 환자 옆 창문을 닫아달라는 환자가 연이어 계속 요구하는 일, 옆 환자가 시끄러우니 대신 수시로 조용히 시켜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환자 개인당 배치되어 있는 자리의 커튼을 치고 걷는 걸 해달라고 연속적으로 콜벨을 누르곤 하는데, 하루종일 이 패턴이 반복되면  환자 한 명에 매달려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 모든 게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는 생각으로 환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설명을 하면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다시 컴플레인의 굴레가 재시작되기도 한다.


간호사 업무=컴플레인의 해결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수많은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하루를 보내곤 한다. 대게는 오늘도 stable 함(평온한 하루를 뜻하는 말)에 감사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가 한 끗 차이로 좋지 못했을 때에는 사람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결론으로 무언가 좀 슬픈 기분이다.


 요즘 간호 간병 서비스에서 비롯한 이벤트들이 많아 불만족의 늪에서 사과만 하고 발을 동동거리는 하루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탁상공론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병원 서비스 제공자로서 예스만 외쳐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간호와 간병의 범위가 모호하고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인식의 개선에 소극적인데 반해 이름은 꽤나 번지르르한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라는 커다란 명목하에 무분별한 인력 갈아 넣기로만 이뤄지고 있어 분명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나라에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부족한 간호 인력의 수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개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로는 가장 좋은 사업이라는 생각엔 동의하는 입장이다.


간호를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계속 발전 있는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가 되길 바라며 컴플레인 없는 병동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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