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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squeen Feb 22. 2022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

푸틴, 러시아군에 우크라 진입 명령은 오보?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휴가입니다.

휴가 중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푸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은 오보?     


이른 아침 국내 뉴스에서 러시아 관련 속보를 봤습니다.     


<푸틴, 러시아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     


제목만 보면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현지 언론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푸틴, 러시아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 아닌

이미 우크라이나 내에서 독립을 선포했던, 우크라이나보단 러시아 땅에 더 가까운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간스크)에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한 것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엄연히 독립된 국가인데, 이 나라에 러시아군이 진입한다면 당연히 전쟁이 시작된 것이겠죠. 그런데 내막을 살펴보면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돈바스 지역에 있는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자신들도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쓰고, 국적도 러시아 국적인 주민이 모여 살고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푸틴이 러시아 군 진입을 명령한 건 일종의 ‘자국민(러시아 국민) 보호’ 차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요.      


이미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지역에 러시아군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대상으로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기사 제목은

<푸틴, 러시아 군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이 아닌 <푸틴. 우크라이나 내 친러 독립지역에 러시아군 진입 명령>이 더 정확하겠지요.     


현지 언론 보도를 보니까 푸틴은 이 지역의 독립을 승인했습니다.

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몇 년간 러시아만 바라보고 독립을 외쳤는데, 러시아가 이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의 원조 지원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전에 내렸어야 할 결정을 이젠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독립과 주권을 승인한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러시아가 책임지고 이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러시아가 무슨 자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 가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우크라이나도 엄연히 독립된 국가인데, 아무리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러시아가 무슨 상관이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조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한민족, 한뿌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습니다.

9세기경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인들은 키예프 루시(수도: 키예프) 국가에서 함께 살던 한 민족이었습니다. 988년에는 그리스 정교회를 받아들여 기독교 국가가 되었고, 그렇게 유럽에서 아시아 쪽으로 조금씩 영토를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몽골 침략으로 갈라져>     


1240년경, 몽골이 쳐들어오면서 키예프 루시의 역사는 막을 내립니다.

이후 러시아는 1240년부터 200~300년간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있는 무기고에 가면 칭기즈칸이 쳐들어 왔을 당시 무기, 갑옷 등이 전시되어있고, 300년 가까이 러시아가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당시 러시아의 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자료들이 꽤 있습니다.     


몽골이 러시아를 쳐들어 올 때까지 러시아 사람들은 지구 상에 몽골이란 나라를 몰랐다고 합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말을 탄 아시아 민족들이 쳐들어왔고, 그렇게 자기네 나라를 빼앗겨 지배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러시아 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만두'가 있는 것도 몽골의 음식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습니다. 300년 가까이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갈라졌고, 러시아는 몽골에 길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몽골의 지배 속에서도 러시아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게 있습니다. 바로 '글자'입니다. 몽골은 러시아를 지배하면서도 자기네 글이 없어서 모든 기록을 러시아인들에게 맡겼고, 러시아 사람들은 오랜 시간 자기네 글을 지키며 기록을 했습니다.


러시아가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난 뒤, 몽골 사람들이 오히려 러시아어 철자를 가져가 쓰게 된 것도 몽골은 고유의 글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배했던 나라의 글을 배워간 셈입니다.     


이후 러시아의 역사를 보면 침략의 역사가 반복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1812년 나폴레옹 전쟁과 1939년 2차 세계대전을 '조국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제1 조국 전쟁은 나폴레옹 전쟁, 제2 조국 전쟁은 2차 세계대전.  


모두 러시아 땅에서 장기간 벌어진 전쟁이고, 이 전쟁으로 너무나 많은 러시아인들이 희생됐기 때문입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전승기념관에 가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인 러시아가 독일과 체결했던 독소 불가침 조약과 당시 타스통신이 보도했던 기사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스 통신은 "독일이 구소련인 러시아를 침공한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는 취지로 러시아 국민들을 안심시킵니다. 스탈린은 히틀러를 믿었고, 얼마 후 러시아는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 찍힙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 맞서 싸운 러시아의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스탈린그라드(볼고그라드),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구 소련 도시들을 '전쟁 영웅 도시'라고 부릅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숨진 러시아 남성만 2천7백만 명.

레닌그라드의 경우는 900일 넘게 한 도시에서 전쟁이 계속됐는데, 전쟁 중에도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버티며 나라를 지켰습니다.     


2차 세계대전 참전국은 많지만 자기네 안방에서 전쟁을 치르며 국민들을 가장 많이 희생시킨 나라는 구소련, 러시아입니다.      


몽골의 불패신화를 깼던 나라도 러시아, 나폴레옹의 영토 확장을 막은 나라도 러시아,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나라도 러시아입니다.

    

몽골이 침략했을 당시 러시아 사람들이 무기가 떨어지니 맨손으로 맞서 싸웠다고 합니다.     


몽골도 많은 민족을 상대했지만 정말 끈질기고 용맹스럽게 끝까지 싸운 민족은 러시아 뿐이어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전쟁 때도 수도 모스크바를 지키기 위해 나폴레옹 군사가 모스크바를 점령하기 직전

러시아 사람들은 크렘린 등 모스크바 도시에 전체 불을 지르고 외곽으로 철수합니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입성하면서 러시아도 점령했다고 자신했지만, 도시는 불타고 있었고, 남은 식량은 하나도 없었고, 갑자기 긴 겨울이 찾아오면서 나폴레옹도 러시아에선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지요.

     

2차 세계대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독일군이 쳐들어왔을 때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가까운 의정부? 연천? 파주? 지역까지 독일군이 쳐들어왔는데, 이때부터 러시아인들은 군사작전을 세우고 시베리아 지역에 무기 공장을 짓게 됩니다. 히틀러도 러시아를 쉽게 정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그때부터 끈질긴 전쟁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푸틴 "약속은 서방이 어긴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토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먼저 어겼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몽골 침략으로 우크라이나와 다른 길을 갔고, 구소련 시절 한 나라가 됐지만 1990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또 다른 길을 가야 했습니다.      


소련이 붕괴되기 전 독일이 통일될 당시

독일 외무장관과 미국의 국무장관이 소련의 동의를 얻기 위해 했던 약속이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결성한 군사 동맹체인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

     

즉, 러시아 앞마당을 위협할 뜻이 없으니 독일 통일에 동의하라는 얘기였겠죠.


그 약속은 독일이 통일된 이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1993년엔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나토 가입이 구체화되면서 1999년 나토에 가입했고,

2004년엔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이 나토에 가입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선 사실상 남은 곳은 우크라이나뿐이었습니다.

러시아 안보에 있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곳이 우크라이나였던 것이죠.

     

그런데 작년 말, 갑자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 의사를 밝히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고 이를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말합니다.      


"쿠바 사태에서 보듯 미국도 자신의 앞마당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러시아 국경, 러시아 앞마당에 미국의 핵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땅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고유의 우크라이나어를 쓰지만, 우크라이나 국민 2명 중 1명은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그동안 친러시아 성향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도하면서 러시아와의 마찰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4년 오렌지 혁명(대통령 부정선거를 규탄했던 시민혁명)으로 친러정책을 견제했고, 이후 다시 친러시아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하다가 2019년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1978년생)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친서방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우리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바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일 것입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는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물과 공기, 땅이 모두 방사능에 오염됐습니다.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서 자란 곡식을 수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죠. 키예프에서 체르노빌은 직선거리로 약 70km 정도 됩니다. 2011년 4월 체르노빌 원전 취재를 갔을 당시 만났던 현지 주민들은 하나같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비옥한 영토, 축복받은 땅에서 원전 사고로 하루아침에 저주받은 땅이 되었는데, 앞으로 이 나라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해서 무얼 먹고살아야 할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원전 사고로 기형아 출산에 대한 공포심도 높아 저출산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반러시아 정책을 펼치며 서방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상황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서방 입장에선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면 러시아 앞마당에서 러시아를 감시할 수 있어 좋겠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앞마당을 미국과 서방에 절대 양보할 수 없겠지요.     


구소련 시절 레닌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은 머리를 잃는 것과 같다."


국내 언론들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날 것처럼 보도를 합니다.


하지만 제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현지 언론은 일관되게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 나토가 먼저 약속을 깼다'는 푸틴의 주장에 힘을 실어 보도를 하고 있고, 러시아 군이 군사 훈련할 때 우크라이나나 서방이 반발하는 것은, 마치 한미 연합훈련 시 북한이 반발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위기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한다고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임.)     


이번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우크라이나가 우리나라와 상황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친중, 군사적으로는 친미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크라이나 역시 친러시아, 친서방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갈라지고, 내분을 겪으며, 스스로 자기들의 운명을 결정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부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과 서방 언론 중심의 시각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러시아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바라봤으면 합니다.     


저는 법조분야 취재를 하고 보도하는 기자인데, 밤샘 야근을 할 때는 국제(외신 뉴스) 기사를 다룹니다.


지난 주말 야근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도했더니,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사 댓글:



"긴장 고조 긴장 고조.. 기사 지겹네. 별 내용도 없이 제목만 전쟁 날 것처럼 해서 사람들 불안하게. 100% 월요일에 합의했다고 기사 뜬다."     


"요즘은 서방 쪽에서 부채질하는 느낌이 난다."     


"푸틴이 지금 제일 크게 믿고 있는 뒷배가 중국이야. 중국이 철수할 때면 전쟁 나는 줄 알아."     


"얘들아 약속은 서방이 어긴 거야, 그저 뉴스 제목만 보고 그러지 마."

     

"과연 언론보도대로 전쟁을 할까. 우크라이나 옆이 모스크바. 3차 세계대전이 나면 가장 이익을 보는 나라는 미국이다."

               



저는 사실 기사 댓글을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기사 댓글을 잃으면서 많이 공감됐습니다. 어느 한 시각에 편중되지 않게 정확히 국제 뉴스를 보도하면서 최소한 '불안감'은 조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한 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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