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완성인간 Jul 18. 2020

2달, 점심운동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마음을 돌보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3n년을 살아온 마당에,
조바심 따윈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며, 너무나 많은 종류의 다이어트를 경험했고, 많은 종류의 다이어트를 경험한 만큼 다이어트를 해 온 기간도 짧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았던 다이어트의 시작과 실패가 반복되며 나는 참 많이 지쳐온 것 같다.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먹는 걸 참 좋아하지만, 365일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로 인식되어 있었고, 먹는걸 좋아하지만 항상 참느라 고생하는 아이, 그렇지만 다이어트를 성공하지는 못한 아이로 포지셔닝 되어있었다.                                              



다이어트의 실패는
정말 의지 박약의 문제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확고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과연 다이어트는 성공한 사람들에 비해 덜 간절했던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더 간절했을 뿐 아니라 거듭된 실패 속에서 한 번의 성공이 더욱 간절해 이를 악물고 발버둥 쳐왔을 것이다.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확신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바라는 슬림하고 탄탄한 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초고도 비만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항상 표준과 통통의 경계에서, 내 몸을 미워하며 살아왔다. 나의 다이어트는 항상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1달에 -3kg, 또는 3달에 -10kg, 때로는 가까운 미래에 계획된 이벤트 때까지 급격한 감량 등등. 그렇게 정해진 기간에 감량 목표치를 정한 나는, 그 목표치 달성을 위한 식단/운동 계획 세우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아침에 무엇을 먹고, 점심때는 무엇을 먹고, 저녁엔 무엇을 먹고를 계획했다. 운동을 몇시간 하고, 이 기간 동안은 이것만 먹어야 하고, 1주일에 얼마만큼의 체중감량이 되어야 하는지까지 계획했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기간에는(언젠가부터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기간은 없지만) 1분 1초도 다이어트라는 주제를 벗어나 생각이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저녁식사로 닭가슴살을 1팩 먹기로 했는데, 계획을 세울 때와는 달리 배가 차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것에 스트레스가 밀려왔고, 스트레스는 또 군것질을 부르고, 그렇게 식탐을 이기지 못한 나는 하루의 다이어트가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럴때면, '내일부터는 다시 계획한 다이어트를 완벽하게 해 내겠다. ' 라는 생각으로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은 오늘은 망한 걸로 치고, 망한 김에 이것저것 먹고싶었던 것을 다 먹어두기에 급급했다.


나는, 그렇게 나는 매번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렇게 무너지는 내 자신을 수없이 경험해 왔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다이어트가 간절한 사람들이 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일까. (의지와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툴툴거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이어트의 실패 이유는,
매 순간을 '의지'의 영역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이 한가지에 나의 가장 기본적 본능을 제한하고 집중하여 열정과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작심삼일이라는 고사성어처럼, 3일 정도일까? 1주일? 몇 달? 몇 년?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개인이 가진 성격과 특성 등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계획한 다이어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절대적 시간' 보다 의지로 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이야기를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려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의지와 인내만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기간은 보통 2-3주, 길어야 1달 남짓인데, 평균적으로 사람이 하루에 뺄 수 있는 체지방의 최대 양은 250g이다. 그 간 내가 경각심을 느끼며 다이어트를 시작해오던 몸무게에서 목표한 몸무게가 되는데까지 총 감량해야 하는 몸무게가 12kg 남짓이라고 가정했을때, 매일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호르몬의 방해없이 최대치의 감량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도 다이어트 성공을 위해서는 나에게 꼬박 48일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그럼 통상적으로 나의 의지력이 무너지는 기간이 2주라고 가정하고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보면 48 나누기 14, 즉 3.5배 가량의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3.5배 정도로 끝나는 것이면, 의지력에 영혼까지 끌어모은 의지력을 조금 더 보태어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매달 찾아오는 호르몬의 변화와 뜻대로 되지 않는 감량속도를 고려해보면, 의지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다이어트의 기간보다 성공을 위한 다이어트의 기간까지 최소 10배 이상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유지'는 더 미지의 영역이다. 체중감량 이후에 1주일간만 늘씬한 몸매로 살아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다이어트 기간에도 내 자신을 제어하기 쉽지 않은 내가 억눌렀던 식욕과 게으름을 향한 욕구를 유지기간에도 잘 절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성공을 위한 다이어트 기간+@의 기간이 내게는 필요하고, 어쩌면 그것은 곧 평생이라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나에게 '다이어트' 라는 것은 의지로는 성공시킬 수 없는 주제인 셈이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의지'로
성공시킬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 쯤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해빗(HABIT)> - 웬디 우드 저 -

웬디우드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다. 그녀는 '습관 연구'에 관한 세계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습관 전문가로 많은 습관 전문가들이 인용하는 다양한 실험과 논문들을 발표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는 간단명료하다. 지속성을 가지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아닌 습관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일화다.


 1) 오바마가 대통령이던 시절, 그의 옷장에는 똑같은 정장만이 여러벌 있었다고 한다. 한 국가의 원수이니 말해 뭐하겠냐마는, 그에게는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수많은 주제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옷입기의 영역까지, 생각하고 선택하여 행하는 의지의 영역으로 남겨둘 수 없었던 것이다.


 2) 다른 하나는 지속적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대한 이야기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달리기' 라는 주제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의 인식과정에대한 실험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평소 조깅 습관이 없는 사람들이 연상하는 달리기와 연관된 단어들이 '체중감량', '건강'과 같은 목표와 관련한 것들인 반면 지속적으로 조깅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연상하는 연관 단어들은 '공원', '운동화', '아침7시40분'과 같은 아주 단순한 상황과 관계된 것들이었다. 이 두가지 에피소드는 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내 인생 최대 관심사인'다이어트'라는 영역에서 아주 큰 깨달음을 던져 주었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사이클을 바꾸는 것
(당연히 행하는 영역의 재설계)

첫번째로 나는 내 일상에서 '의지'를 덜어내는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먼저 다이어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2가지 포인트 중 '식단'과 '운동'의 영역에서 나는 나라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강렬하여 쉽게 어쩌지 못하는 식탐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운동'의 영역부터 접근해 보기로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달 전 나는 점심운동을 시작했다. 나에게 점심운동이 처음은 아니다. 그 전에도 가끔(아주 가끔) 다이어트에 필을 받는 날이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의지를 불태워 열심히 운동을 하고 보람차 했었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방법이 조금 달랐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1시간 남짓, 나는 점심시간 = 헬스장에 가는 시간으로 그냥 단순하게 포지셔닝 했다. 나에게 그 이외의 옵션은 주지않았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모두가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에 회사앞 헬스장에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의문점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것도 의지 아니냐?' 라고 말이다. 물론 맞다.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여기서 당신은 의지가 발휘되는 범위와 영역, 그리고 난이도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방법에서 나의 의지는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것'에 발휘되는 것이지,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30분간의 운동을 해내는 것'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므로 밥을 먹으러 가는 것' 처럼 해내기 위해 나의 의지력을 쏟아붓느라 정신력이 고갈되는 영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2달 간 실험을 지속했다.


약 2달 간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 약 2주 동안은 매일매일 헬스장에 가는 것 만으로도 조금 힘에 부쳤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운동, 샤워 등등의 과정을 1시간 안에 마무리하는게 번거로우니 머릿속에서 자꾸 이러저러한 계산을 하려했다. 코로나19로 나라안팎이 시끄러운 때에 마스크를 끼고 운동하는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과연 이게 효용성이 있는 것일까? 시간낭비 아닌가? 차라리 저녁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유산소+근력+유산소의 단계로 완벽히 짜여진 루틴의 운동을 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등.


하지만 나는 나에게 선택지를 주지않았다. 주말이나 휴가라서 회사에 가지 않거나, 출장, 행사, 업무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날을 제외하면 나는 “그냥” 헬스장에 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 나의 실험 포인트는 헬스장에 '가느냐' 또는 '가지 않느냐' 이지, 목표한 운동량을 해냈는지가 아니었다.


2달이 지난 지금 헬스장에 가는 것은 나에게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덥든 춥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것은 나에게 더이상 가기 싫은데 가야해서 괴롭거나, 충분한 운동을 할수 있을지 없을지를 몰라 가야할지 고민스럽거나 하는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냥 12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몇 가지 물품을 챙겨 헬스장에 가면 된다. 가서 그냥 샤워만 하고 오든, 10분간 실내자전거를 타든, 30분을 꼬박 근력운동을 하든 상관없이 나에게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것은 당연한 하루의 습관이자 루틴이다.


그런데 더 기적적인 것은 따로 있다. 2달 간, 나는 그냥 헬스장에 갔지만, 헬스장에 간 대부분의 날에(거의 모든 날에) 자연스럽게 열심히 운동도 했다. 피곤함에 몸이 천근만근이거나,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들에는 쉬엄쉬엄 실내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평소보다 운동강도를 낮추기도 했지만, 헬스장 입구에 다다른 나는 자연스럽게 운동복을 챙겨 옷을 갈아입고 마치 작정한 사람처럼 30분~35분의 시간을 알뜰살뜰하게 운동했다. 어느때는 유튜브 영상에서 휴식시간으로 지정해 준 10-20초의 짧은 시간 마저 아까운 생각이 들어 쉬는시간을 스킵해 가며 꽉꽉 눌러 운동을 하는 내가 그 곳에 있었다. 이미 헬스장에 가 있는 상황에서는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고 땀을 낸 후 샤워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도 귀찮거나 의지를 필요로 하는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그 시간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점심운동에 재미가 붙어 이제 매일매일 점심운동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기 위해 출근하는 느낌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습관들이 나도 모르게
행해져야한다.
(단, 지속가능하게)


이제 나는 점심운동에 완벽히 적응하고(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숨쉬기 처럼 적응했다.) 저녁운동 습관도 만드는 중이다. 저녁은 다양한 유혹과 배고픔으로 인해 습관형성이 쉽지는 않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또 하나의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당신과) 내가 부러워 하던 살 찌지 않는 체질의 사람이 사실은 이런 것 아니었을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좋은습관들이 쌓이다 보면, 아마 호흡처럼 당연한 나의 매일이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나는 마음돌봄 다이어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 안녕하세요 이끼소녀 입니다 :) 스스로를 돌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하고자 노력하는 저의 앞으로의 삶을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 소소하게 기록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제 글에 인연이 닿은 분들께 정보와 즐거움, 위로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식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이끼소녀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유튜브를 통해서는 DIET VLOG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이끼소녀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