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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마미 Apr 29. 2016

내가 엄마라고 느낄 때...

그렇게 다들 엄마가 되어간다...

아침밥을 앉혔다. 평상시보다 쌀을 조금 더 많이 씻었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라 도시락을 싸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들뜬 아이는 평상시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둘째아이가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터라 똑같은 메뉴를 연이어 싸주면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신통찮을 것 같아서 다른 재료들을 꺼내어 씻고 손질해두느라 나는 굉장히 분주했다.


그 때, 큰아이가 내 곁에 다가와서 물었다.


"엄마, 엄마도 소풍 가는 날 이렇게 기분이 좋았어?"


평상시에는 쳐다도 보지 않는 알림장을 두 손에 고이 들고다니면서 아이는 오늘 준비물을 연신 확인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엄마의 어린시절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나보다.


"그럼. 엄마도 소풍가는 날 아침에는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났지. 오늘 너처럼 말이야."

"그래? 히히. 엄마도 기분이 좋았구나?"

"엄마도 그랬었지. 소풍은 언제나 즐겁잖아."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소풍 가는 날 아침 우리집 풍경은 이러했다.


커다란 양철 쟁반위에 다섯 세트의 도시락 통들이 쟁반의 지름을 둘레로하여 입을 열고 나란히 누워있다. 자식 다섯을 키워내신 엄마는 비슷한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셋이나 되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같은 날에 소풍을 가게 되면 도시락 세 개는 기본이었다. 거기에 아버지 출근용 도시락에다가 시누이 도시락까지 합쳐서 엄마는 다섯개의 도시락을 칸칸이 채워넣어야 하셨다.


결혼을 하고 '김밥'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싸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나는 알 게 되었다. 김밥이라는 메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지를 말이다.


쌀을 씻어도 평상시 밥량보다 2배 이상을 더 씼어야 한다. 김 위에 넓게 펼쳐야 하는 밥은 성인 밥 한 공기로는 김밥 두 줄이 나올까 말까하기 때문이다.


김을 준비한다. 가스불에 후라이팬을 얹고 한 두 번 뒤집어가면서 살짝 구워주면 향긋한 김냄새가 나면서 맛이 더 좋아진다.

오이, 당근, 시금치, 우엉, 햄, 게맛살 등 입맛에 따라 김밥속 재료들을 손질을 하는 것도 정성과 사랑이 없으면 안 될 일들이다.


엄마가 바쁜 시간 만큼 김밥 속 재료들은 간소하게 차려진다. 예나 지금이나 김밥을 싸는 방법은 달라진게 없지만 김밥 속에 들어가는 정성과 사랑 그리고 준비하는 데에 시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내가 워킹맘으로 지낼 때 아이 소풍 도시락을 싸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소풍 가던 날 아침 설레이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고,

평상시보다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싸야한다는 의무감이 설레임을 덮어쓰기 해버렸다.


들떠 있는 아이를 자꾸만 진정시키려들고, 준비물 하나라도 빠뜨리지 말라고 단도리 시키게 되는 이유도,

이런 엄마로서 책임감에서 출발하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그렇게 나의 아이도 엄마가 될 것이다.


소풍 가는 날 아침의 설레임이,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이후에도 내 딸아이에게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어른이 되어도 소풍가는 날 아침처럼 가슴이 설레고 즐거운 일이 많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하루를 되돌아본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걸까? 가슴 뛰는 삶, 매순간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걸까?


시간이 흘러 아이의 소풍 도시락이 모두 준비가 되었다.


"엄마, 돗자리랑 다 잘 챙겼으니까 걱정마."


아이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킨다.


"그래, 우리딸 많이 설레이겠다."

"그럼! 나 진짜로 오랫만에 소풍 가는 느낌이야."


가방을 챙겨서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의 상기된 얼굴이 내 얼굴에도 덮어쓰기가 되었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조금씩 지워지면서 내 어린시절 소풍날 아침의 감동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도시락을 싸느라 초토화된 주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핸드폰에서 문자 도착 알림음이 연이어 세 번 울렸다.


'엄마, 잘 갔다올겡'

'엄마, 사랑해'

'하트하트하트'


아이의 문자메세지에 담긴 설레이는 마음이 또다시 내게 옮겨지는 순간이었다. 똑같은 하루의 시작을 엄마인 나는 이렇게, 아이인 너는 그렇게 열어간다.


나는 그렇게 엄마가 되고 너는 그렇게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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