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말아야 해..

<내 남자의 수상한 행동>

by 나은진

결혼 전 남편과는 주말마다 만났다. 나는 서울대 석사과정에 입학을 했고, 남편은 3학년이어서 부산에서 그대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남편이 오는 주말을 나는 너무도 손꼽아 기다렸다. 낯선 학교 낯선 사람들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이상으로 힘들었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원래부터 낮았던 자존감은 공부까지 자신이 없어지면서 더 낮아지기 시작했고, 스스로에 대한 비난, 불만은 삶에 대한 과한 불안을 야기했다. 이 시기에 항상 옆에 있었던 것이 남편이었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항상 잘 들어주었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내가 힘들다고 전화를 하면 남편은 자신의 일은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런 남편을 보며 나는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은 뚱뚱한 여자친구라는 친구들의 평가에도 예쁘기만 하다며 친구들의 말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학벌차이가 커지면 사이가 멀어지기 마련이라는 사회적 통념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용기 있는 남편을 믿고 의지했다.


결혼을 생각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싶어요. 나처럼 키울 것이 뻔하니까요. 내 고통을 내 아이에게까지 물려주기 싫어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


이때만 해도 나는 남편이 나를 위해 자신의 본능적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라 생각했고,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이 참 고마웠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남편에게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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