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남편의 세상>
연애시절,
남편의 핸드폰이 산산조각 나 있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은 엄마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화를 참지 못하고
애꿎은 핸드폰을 던져 박살 냈다.
낳아주고 길러준 고마운 엄마에게
남편이 보이는 폭력적인 행동에 많이 놀라
남편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자기 말만 해서 화가 났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이유를 대지 않았고
이런 별 것 아닌 이유로
부족한 생활비를 더 부족하게 만드는 남편에게
나는 화가 많이 났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시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남편은 엄마의 전화를 계속해서 피했다.
그런데 피하는 기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이렇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일까?
애가 타는 엄마의 감정을 외면하고 있는 남편이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이런 일은 결혼 생활 내내 허다하게 발생했다.
남편은 그때마다 엄마를 피해 다니기만 했다.
나에게는 좀 덜했지만
엄마에게는 유독 심했다.
그런데 자주 내 전화를 피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편의 동생이었다.
시어머니는 시동생이 몇 일째 전화를 받지 않으면
나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고,
내 전화도 받지 않으면 불안에 떨며
그녀는 시동생의 집으로 찾아가길 요구했다.
결혼 초,
걱정스럽기도 했고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고 싶어,
부탁을 받으면 시동생의 집으로 가
안부를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시동생은 남편 전화만 받을 뿐
내 전화를 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시어머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착한 며느리,
혼자 사는 시동생이 걱정이 되어,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준 고마운 형수였을 뿐인데
나를 피하는 그에게 서운하고 화가 났다.
오랜 세월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한 결과
지금은 시동생도 남편도
그토록 시어머니를 피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안부를 물으며 전화하는 행동
걱정이 되어 찾아오는 행동이
자신이 바라는 정도보다 잦으면,
아무리 정당한 행동이었어도
그들의 눈에는 강한 집착으로 보였다.
누군가가 내 삶을 위협하는 강한 집착을 보일 때,
삶은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위협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한참 피해서 있다가
상대가 지쳐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해
먼저 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