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삶>
주말이면 돌도 지나지 않은 큰 아이를 데리고 내가 지은 집으로 왔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돈을 낸 것은 맞지만 짓기는 남이 다 지어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원주택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사람들은 세컨하우스를 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세컨하우스를 지은 것이 아니다. 나는 500평 정도의 땅을 구입해서 실평수 60평인 집과 실평수 15평인 집을 지었고, 이 정도 규모가 있는 집을 세컨하우스로 사용하는 사람이려면 얼마만큼의 재력가여야 할까? 안타깝게도 집을 지을 당시에도 또 지금도 재력가는 아니다.
원래는 집을 지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학원 운영 2년 차 원장이었던 나는, 학원이라는 시스템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부모의 불안이, 공부라는 당위에 매달려 자신의 시간을 억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의 무기력함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규모의 연수원을 지어 그들의 삶의 변화를 응원하고, 동시에 나의 긴장감도 풀어놓을 수 있기를 바랐다. 결국 나는 아파트를 판 돈에 여유자금을 더해 연수원을 지었다.
살다 보니 연수원은 나의 집이 되어버렸고, 결국 서울에서의 삶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전원주택에서 키우며 10년째 살고 있다.
서울에서의 삶을 완전히 놓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특히, 노년기에 전원주택에 들어온 것이 아닌, 어린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대한민국 교육의 치열한 현실을 너무도 잘 아는 부모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무시할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었다. 전원주택이 위치한 곳이 시골인만큼 외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은 상상이상으로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원주택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삶을 용기 내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행복한 삶이 아이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판단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금부터 내가 쓸 글은 일반적인 전원주택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나 나처럼 조금은 외진 곳에 전원주택을 짓는 분들 대부분은 은퇴 이후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전원주택살이를 선택하셨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 정원을 가꾸고 목공을 즐기며 텃밭에서 유기농작물을 키우는 일은 빠질 수 없는 전원주택살이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아이 둘을 키워야 하는 나에게 그 여유로운 즐거움은 사치이고, 오히려 도시에서의 삶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 배달음식의 편리함을 누릴 수가 없어서 하루 세끼 밥을 해야 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에 살고 있어서 아이 둘 등하원 등하교 시키기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학원이나 마트, 편의점, 병원, 도서관 같은 편의시설이 모두 10km이상 떨어져 있어서 운전을 하느라 늘 분주하고, 대형마트는 30분, 대학병원은 1시간 30분, 어린이치과도 1시간, 백화점도 1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에 살기 때문에 일상에 이벤트성 사건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더 분주해진다. 이뿐일까? 두 채의 집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만도 산더미고, 잔디 관리, 나무도 관리는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여기에 돈까지 벌어야 하니 그야말로 바쁘고 또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몸은 바쁘지만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크게 웃고 신나게 뛰어놀고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긴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편하고 신나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눈을 뜨면 펼쳐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현관문을 나서면 느껴지는 맑은 공기의 고마움에 삶이 맑아진다.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얻으려면 먼저 버려야 하는 선택의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선택을 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내 글이 때로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때로는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