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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ul 19. 2020

소시민 23인의 코로나 적응기

[마티레터] <UN불행배틀>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홍. 현진입니다. 


저와 에디터 인성이 함께 참여한 책이 나왔어요. 이전에 마더티브 채널을 통해서도 소개해드린 적 있는 김동명 감독(aka. 코만도)이 <포포포> 매거진 과 함께 한 출판 프로젝트인데요. 제목은 #UN 불행배틀 . 


코로나가 시작된 후 마치 누가누가 더 불행한가 경쟁하는 것 같았어요. 처절한 불행을 증명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분위기랄까요. 


생각해 보면 엄마가 되고 나서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하는 엄마 역할이 힘들어서 힘들다고 했을 뿐인데 너 정도면 괜찮잖아, 징징대지 좀 마, 내가 더 힘들거든. 입막음 당하는 상황. 의미없는 불행배틀. 


우리는 소소하게 불행하고 소소하게 절망하고 소소하게 웃으며 코로나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내용의 기획회의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음식을 하고 있던 남편이 말하더라고요. 


“대구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이거 아냐.” 


다들 이거다! 싶었어요. 


오해는 마세요. 코로나로 초토화됐던 대구 경북 지역, 코로나 최전선에서 애쓰는 의료진, 코로나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휘청이는 소외계층... 힘든 분들이 너무나 많고 이 분들의 이야기도 기록되어야 해요. 


동시에 평범한 소시민들의 코로나 고군분투기도 기록되고 공유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가누가 불행할까가 아니라 ‘이런 삶도 있다'고 보여주는 거죠. 그렇게 23인의 글이 모였고 한 권의 책이 됐어요. 


<UN불행배틀> 표지 @포포포 매거진


텀블벅에 올라온 코만도의 기획 노트를 옮겨왔어요. 


궁금했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요?


집 안에서의 고립이 장기화 되면서 배달음식과 택배로 연명하며 도심 안의 섬이 되어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원래 1년 계획으로 아이와 함께 치앙마이로 떠나려 했는데 모든 일정 무산. 당시 스너글북스에서 듣고 있던 독립출판수업도 한 주 두 주 미뤄지고 .. 남편은 한 달 동안 지방에 촬영을 가고, 꼼짝없이 아이와 둘이서 언제 어디서 감염 될지 모를 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던 중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그러자 동시대 엄마, 아빠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는 거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졌을 엄마 아빠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이 차일피일 미뤄져 답답한 노릇인 경우, 긴급보육이 가능하지만 가정보육을 선택하고 집안에서의 고립을 견디던 중 남편의 주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겪는 웃지 못 할 해프닝들,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생님의 고충, 재택근무로 가정과 일의 경계에서 고뇌하고 있는 엄마, 아빠들, 개업하자마자 코로나라니... 코로나대출과 재난지원금에 의존해야하는 상황들...


넘쳐나는 일회용쓰레기들도 걱정이고, 넘쳐나는 택배로 쓰러져가는 배달기사님들도 걱정이고  ... 


전화를 끊고 나만 나만 외롭게 이 엄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직접 목도하면서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어요.


이상한 안도감...


아니 이상할 것 없는 안도감...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불행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기에.”


온라인으로 모인 <UN불행배틀> 필진들


이 책은 각기 다른 직군, 상황, 고민을 갖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양육자 23인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에디터 홍(홍현진)은 엘레베이터 없는 빌라 5층 문앞에 쌓인 택배를 보며 떠올린 것들을 썼고요. 에디터 인성(최인성)은 코로나 보육 공백 속에서 애 둘 맞벌이 가정이 어떻게 일-육아를 함께 했는지 기록했어요. 


참고로 에디터 홍의 남편도 황미똥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어요. 재택근무 한 달간 코로나 삼식이가 되어버린 아내(=에디터 홍)를 위해 준비했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책 기획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메르스 때 어땠는지, 신종플루 때 어땠는지 기억 잘 안 나지 않냐고요. 기록이 중요한 이유죠. 혹시 아나요. 아주 먼 훗날, 이 책이 의미있는 사료가 될지. 


저희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미리 원고 읽어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요. 


지금 텀블벅에서 펀딩에 참여할 수 있어요.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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