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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Sep 17. 2021

아직도 '경단녀'라 말하나요?


아직도 '경단녀'라는 말 쓰시나요? '경단녀'는 '경력단절여성'의 줄임말로 임신∙출산∙육아 등 돌봄 노동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다시 복귀하지 못한 비취업 상태의 여성을 부르는 말인데요.


돌봄 노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중단한 여성들의 복귀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 지원하기 위해 쓰이기도 하지만 '단절'이라는 말 때문에 여성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해요.


'여성의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고민하는 창고살롱과 마더티브도 부정적인 인식을 경계하기 위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 대신 '경력 공백', '경력보유여성' 등으로 바꿔 쓰고 있죠.


최근 서울 성동구에서 '경력단절여성'이란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 조례는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구청장이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돌봄 노동이 비경제적 활동이지만 사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으로 보고 이를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취지라고 해요.


성동구는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용어를 전환해 경력단절이 지닌 결핍, 부족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여 여성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지길 기대한다"라며 "여성이 지닌 역량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밝혔어요.


창고살롱과 마더티브를 운영하고 있는 W Plant도 사업 취지에 공감해 조례 제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어요. 이 조례에 공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목소리 내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의 「서울특별시 성동구 경력보유여성 등의 존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실어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W Plant입니다. W Plant는 여성의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위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발굴하고 연결해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창고살롱'과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서사를 담는 웹진 '마더티브(Mother+Narrativ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창고살롱과 마더티브를 통해 수많은 여성, 특히 기혼 유자녀 여성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여성이 '일'을 지속하는 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 아니면 육아라는 이분법적 선택지 앞에서 출산, 육아로 일을 그만둬야만 했던 경력보유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에도 '경력 단절'이라는 낙인 때문에 다시 일에 복귀해 경력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마더티브와 창고살롱을 만들어 여성들이 지속 가능하게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사와 선택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돌봄 노동 때문에 내 일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돌봄 노동 때문에 잠시 일을 중단했더라도 그 시간이 '경력 단절' 아닌 '경력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요.


W Plant 또한 지속 가능한 일과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3명의 기혼 유자녀 여성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집중 육아기'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으로 버티다 조직 밖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 인성,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고 5년 경력 공백을 겪은 혜영, 일과 육아 둘 다 잘 해내는 것이 어려워 퇴사를 고민해야 했던 현진. 경력보유여성이자 경력보유여성이 될 수 있는 기혼 유자녀 여성 당사자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나섰습니다.


돌봄 노동으로 인한 경력 공백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처럼 육아를 비롯한 돌봄 노동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을 개인이, 특히 여성이 오롯이 지게 된다면 그리하여 경제 활동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사회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돌봄 노동으로 인한 경력공백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가 구성원을 보호해야 합니다. '돌봄 노동은 곧 경력 단절'이라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돌봄 노동에 대한 개인의 부담은 커질 것이고, 이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육아는 '기획자의 일'과 같다고 평가될 만큼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저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물리적 돌봄 부담뿐 아니라 한 사람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전략을 세우고 선택을 해나가야 하는 무게 또한 큽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육아라는 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육아로 인한 경력 공백은 공백이 아닌 보유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또 경력 공백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돌봄 노동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며, 가족 돌봄으로 인한 경력 공백은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돌봄 노동뿐 아니라 사고, 질병, 번아웃 등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경력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원인은 많습니다. 경력 공백이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경력단절여성'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전환하고, 돌봄 노동 등 비경제적인 활동이지만 사회 기능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활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경력단절'이 지닌 결핍 등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경력보유여성 등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경력 공백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개선된다면 경력보유여성이 일터로 복귀하거나 재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사회적으로도 손실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러한 개선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일과 삶을 조화롭게 지속할 있는 건강한 일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Written by.

창고살롱지기 & 마더티브 에디터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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