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은 그만! 출산용품 다시 보기①] 모유수유 용품 편
산달이 다가오면서 슬슬 출산용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푼 마음을 안고 각종 육아서나 육아매체 등이 제공한 ‘출산 준비물 리스트’들을 찾아봤는데, 입이 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마다 약간씩 달랐지만 대체로 100개에 가까운 목록을 제시하더군요. 옷, 장난감, 침구류부터 목욕용품, 외출용품, 수유용품까지!
범위만 넓은 게 아닙니다. 세제만 해도 젖병세정제, 아기전용 섬유세제, 삶기전용세제, 제균세정제로 나뉘어요. 유두보호기, 침독크림, 오일면봉 등 이름조차 생경한 물건도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정말 이게 다 필요할까’ 싶더군요.
너무 비싼데... 한두 번 쓰고 마는 거 아냐?
우리 애만 없어서 문제 생기면 어떡해.
애 낳으러 가는 순간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했던 기억입니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사야 할 건 많았으니까요. 결국 불안한 마음에, 우리 애만 없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일단 사고 봤지만, 막상 키워보니 당장 사지 않아도 됐을 물건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마더티브’가 준비했습니다. ‘호갱’은 이제 그만, 출산용품 다시 보기! 15년~16년생 아이를 둔 엄마 에디터 4명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산 준비물 리스트를 조목조목 따져봤습니다. 오늘은 모유수유 용품을 한번 살펴볼까요.
- ‘애둘맘’ 인성의 답변
둘 다 모유수유 안 했어요.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에요. 제가 젖이 아주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ㅎㅎㅎ; 애 낳기 전엔 당연히 모유수유 할 줄 알고 목록에 있는 건 다 사뒀는데, 수유패드는 두 번 모두 한 박스도 채 안 썼어요. 모유저장팩은 한 개도 안 썼습니다(오열)
일단 나오는 거(?) 보고 사도 늦지 않아요. 우리에겐 인터넷 쇼핑과 빠른 택배가 있으니까요. 아, 유축기는 휴대용으로 샀어요. 양이 많지는 않았는데 자주 젖이 차올라 가슴이 아프더라고요(대체 왜 때문에...). 그럴 때 젖을 짜면 좀 괜찮아요. 막판에는 거의 단유용으로 썼어요. 저처럼 자주, 조금씩 유축하실 분들은 휴대용도 괜찮을 것 같아요.
- ‘팔랑맘’ 주영의 답변
‘있으면(?) 다 하게 돼 있다’는 말에 흔들려 전부 사버렸답니다. 많이 물리고 자주 짜면 젖양이 늘 줄 알았는데, 한 번 젖을 짤 때 최대 50ml를 넘겨본 적이 없네요. 용품이란 걸 제대로 써볼 겨를도 없이 젖이 말라버렸어요. 괜히 하루에 유축 10번 이상 하다가 죄 없는 유두만 소멸될 뻔했어요. 결국 수유패드는 화장 솜으로, 모유저장팩은 휴대용 분유팩으로 썼답니다. 왜 미리 다 샀을까요ㅠㅠ 조리원에서 사도 전혀 안 늦어요.
- ‘핑핑맘’ 봉봉의 답변
복직 전까지 모유수유를 7개월 했는데, 유용하게 쓴 용품들이 있었어요. 앞의 분들은 패드를 거의 안 썼다고 했는데, 제겐 필수품이었네요. 모유량이 많은 편이었거든요. 일상생활 하다가 수시로 가슴에서 핑~ 하는 느낌이 나면서 젖이 줄줄 흘렀어요ㅋㅋㅋ 아이에게 한쪽을 수유하면 반대편 젖도 같이 나와서 옷이 젖더라고요. 패드를 써야 얼룩 대참사를 막을 수 있어요. ‘슴터파크’도 ‘겨터파크’ 못지않게 민망하답니다. 만약 출산 직후에 모유수유가 수월하게 된다 싶으면 일단 패드부터 주문하세요. 패드는 수시로 자주 갈아줘야 하니 많이 주문해도 될 것 같아요.
참, 저는 젖몸살로 고생해서 유축 안 하고 직수해서 모유저장팩은 거의 안 썼네요. 젖몸살 공포로 카보크림(양배추크림)을 샀는데 당장 효과가 나진 않더군요. 마사지 받는 게 직빵이었어요. 수유브라와 수유복은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평소 입는 속옷과 편한 옷으로도 충분해요.
- ‘젖소맘’ 홍의 답변
모유수유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파요. 자세(?)를 똑바로 잡아서 아이가 잘 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이도 엄마도 서툴잖아요. 피 나고 딱지 앉고 그게 아물기도 전에 또 물리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니플 크림도 사서 써봤는데 제일 유용했던 건 비판* 크림. 이건 지금도 아이 피부 트러블 생길 때 수시로 써요. 수유쿠션은 조리원에 다 구비돼있어서 집에 가기 전에 주문했어요.
완모 하면 유축기, 젖병 다 필요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다 잘 썼어요. 젖을 제 때 아이에게 못 물리면 가슴이 뭉치고 젖몸살이 날 수도 있잖아요. 아이 두고 외출하기 전에 미리 젖을 짜놓고(젖소냐...) 모유저장팩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저는 하루의 마지막 수유는 분유나 유축해둔 모유로 젖병 수유 했어요. 귀찮은 방법이기는 했는데 완모는 너무 출구가 없는 것 같아서 ㅠㅠ 나중에 젖병 거부할까봐 두렵기도 했고요(아이와 잠시도 떨어질 수가 없으니까요). 뭔가 가슴을 좀 쉬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수유 방법은 천차만별이에요. 남들처럼 안 해도 되고요. 아이와 엄마의 상황에 맞게 천천히 준비하세요.
출산용품 다시 보기! 다음 편은, 정말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죠. 기적의 속싸개와 국민모빌을 다뤄보겠습니다.
[마더티브의 Tip]
→ 모유수유 용품은 애 낳고 사도 늦지 않다
→ 모유량이 많은 편이라면 수유패드를 준비하라
→ 모유수유 방법에 따라 유축기, 모유저장팩, 젖병이 필요할 수도 있다
→ 수유복, 수유브라는 필수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