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장] 그 엄마의 독서법 ①
‘책은 역시 아날로그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종이책 읽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책을 꺼내면 아이는 자기도 보겠다고 달려들었다. 구기고 찢고 그림 그리겠다고... 책도 걱정이지만(응?) 날카로운 종이에 아이가 다칠까 겁났다.
출산 후 친구의 추천으로 e북 리더기를 샀다. 오래 봐도 눈이 덜 아프고 불빛이 휴대폰에 비해 약해 아이가 잠든 어두운 방에서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책 읽다 인터넷 서핑 등 다른 경로로 샐 일도 없었다. 하지만 구동 속도가 휴대폰에 비해 현저히 느렸고,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았다.
e북 리더기 덕분에 전자책의 세계를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자주 활용하는 건 리디북스 앱. 휴대폰은 언제나 손에 있으니까^^ 휴대폰 앱을 열어 짬짬이 책을 읽는다. 이동 시간, 대중교통에서 종이책을 꺼내는 건 쉽지 않다. 매일 가방에 책 넣고 다니는 것도 짐이다. 아이와 외출할 때는 특히 더. 신생아 때는 기저귀 가방에 왜 이리 챙길 게 많은지.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멍하니 SNS 하고 있을 시간에 전자책 앱으로 잠시라도 책을 봤다. 유모차에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도 재빨리 앱을 열었다. 아이 보다가도 잠시 짬이 생기면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집에서, 키즈카페에서, 놀이터에서, 시가에서(응?)... 전자책 앱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책 읽는 티 내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다.
전자책으로 책을 읽으면 집중도가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이미 휴대폰으로 긴 글 읽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괜찮았다. 인터넷 서핑의 유혹이 수시로 들기는 하지만 그건 종이책 읽을 때도 마찬가지. 참, 리디북스에서 e북을 구입하면 모바일 앱과 e북 리더기에서 모두 다운로드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디바이스를 선택했다.
책을 살 때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소설은 e북으로, 비소설은 종이책으로. 글자가 많고, 앞뒤 맥락을 이해하며 찬찬히 읽어야 하는 비소설은 종이책으로 밑줄 그어가며 공부하듯이 읽는 게 편하다.
전자책과 잘 어울리는 건 소설 그중에서도 단편소설. 한 편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출퇴근 시간에 한두 개씩 읽고 그 맛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딱딱하지 않은 에세이도 전자책과 궁합이 잘 맞다.
리디북스 앱에서 가장 만족하는 건 독서노트 기능이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을 검지 손가락을 활용해 형광펜 표시해 두면 나중에 독서노트에서 모아서 볼 수 있다. 종이책에서는 밑줄 그은 부분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을 들추며 하나하나 다시 찾아봐야 한다. 밑줄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못 하고 넘어간 책이 어찌나 많은지. 조금만 시간 지나면 책 내용은 생각도 안 난다.
e북 앱에서는 형광펜 표시해둔 구절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 서평 쓸 때도 좋다.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정가에 비해 20%~30% 정도 저렴하다. 할인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엄마가 된 후 내 속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친구와 남편에게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건 도움이 안 됐다. 대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나만 이렇게 힘든 건지, 내가 느끼는 고통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내게 책은 약이었다.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끝없이 털어놓는 것만큼 고문도 없다. 나나 상대에게 모두 의미 없는 감정 소모의 되풀이가 될 뿐이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내 생각과, 내 상황과 같은 책을 약을 찾듯 찾아 헤매고 종이가 닳을 만큼 읽고 또 읽고, 줄 치고 또 친대도 책은 날 외면하지 않는다. 싫증 내지 않는다. 결국 긴 시간을 딛고 해결책을 얻고, 치유가 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준다.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p.281(e북)
키즈카페에서 몰래몰래 휴대폰으로 책을 읽는 엄마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지금 저 엄마도 책 속에서 약을 찾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묘한 동질감이 든다.
2019년에는 종이책만 고집하지 말고 전자책에도 한번 도전해 보시길.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내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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