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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an 18. 2019

엄마가 일하는 게 싫다는 아이에게

[엄마를 향한 고정관념 깨는 그림책] <엄마 왜 안 와>


“엄마, 어디 가?”
“회사 가지^^”
“싫어!”

두 돌 즈음으로 기억한다. 한동안 아이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무섭다는 ‘어린이집 안 가’ 병을 앓았다. 정확히는 ‘엄마 아빠 회사 가지 마’ 병. 


우리 부부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프로통근러. 나는 오전 8시 30분부터 업무가 시작돼 늦어도 오전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했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한참을 놀다가 밤 11시 전후로 잠들었는데, 우리가 출근 준비하는 새벽이면 귀신같이 일어나 ‘가지 말라’고 매달렸다. 
  
아이는 등하원을 도와주는 외할머니에게 안겨 아침마다 굵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 나와 남편은 서럽게 우는 아이를 등지고 현관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출근길 지하철도 지옥 같지만진짜 지옥은 내 마음이었다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인생무상의 마음이 치밀어 오를 때면 다 그만두고 아이만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눈 떠 보면 결국 내 몸은 회사에 있었다. 
  
아이에게 내 일을 설득하고 싶었다. ‘너 장난감 사주려면 돈 벌어야지’라는 현실적인 충고 말고, 좀 더 아이 수준에 맞게. <엄마 왜 안 와>(고정순, 웅진주니어)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엄마가 일터에 왜 가야 하는지어떻게 일하는지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상냥하게 그려냈다
  
내 아이는 얼마간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아빠가 아닌 내게. 그리고 아침에 더 이상 울지 않기 시작했다. “싫어”라는 선전포고 대신, 그림책에서 읽은 내용을 근거로 질문을 던지며 엄마의 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아이는 엄마잘 다녀와저녁에 보자라고 인사해준다. 책 덕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책이 둘려준 이야기가 아이의 세계에 어떤 작용을 한 건 분명한 듯하다.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라는 질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그대여, 걱정 마시라. 오늘 밤은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눠보길 제안한다. <엄마 왜 안 와>를 추천하는 이유 세 가지.

  

1. 엄마는 어디에든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엄마(출처: <엄마 왜 안 와>, 웅진주니어)


서점에 가면 엄마와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책에 먼저 손이 가곤 한다내가 여자이므로 아빠보다는 엄마가 주인공인 책에 감정이입이 더 잘 된다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의 삶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런데 그림책 속 엄마의 배경은 대부분 집이다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차리거나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린다아니면 침실에서 아이를 재우거나내 아이가 엄마는 집에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버릴까봐두려웠다.
  
<엄마 왜 안 와>의 배경은 사무실이다엄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일을 하고넥타이를 맨 동물들과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며앞치마 대신 크로스백을 메고 아이에게 간다일을 마친 후 깜깜한 밤에 지하철을 타고 아이에게 달려간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빠들처럼
  
물론 늦은 퇴근 후에도 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가는 장면이 지독히 현실적인 듯해 아쉽지만그래도 엄마의 동선이 집에 갇혀 있지 않아 반갑고 뭉클했다엄마는 어디에든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2. 엄마의 일은 중요하다


토하는 코끼리(고장난 복합기)를 고치는 엄마(출처: <엄마 왜 안 와>, 웅진주니어)


해가 슬며시 이우는 오후. 그림책 속 아이가 묻는다. “엄마, 언제 와?”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며,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길 잃은 동물 친구들을 도와주고(회의), 계속 울어 대는 새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며(전화), 화가 잔뜩 난 꽥꽥이 오리의 문제를 해결(지시)한다고. 
  
아이는 늘 엄마를 필요로 하지만그게 엄마에게 주어진 책임의 전부는 아니다어느 누군가, 또는 회사가, 사회가 엄마의 능력을 원할 수 있다. 엄마는 아이의 삶을 돌보는 사람이지만, 엄마가 되기 이전부터 지켜온 는 그 이상을 해내는 사람이다. 고유의 이름으로 쌓아온 적성과 능력, 경력이란 게 존재하니까. 
  
세 돌이 된 요즘에도 가끔 아이가 아침에 “엄마, 어디 가?” 하고 묻는다. 뻔히 알면서. 나는 “회사 가”라는 답에 좀 더 부연 설명을 붙인다. 
  

“사람들이 엄마 보고 도와달래. 엄마만이 그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야.”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돈만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다아이가 부디 그 마음을 알아주길.
  

3. 엄마는 돌아온다


<엄마 왜 안 와> 표지(출처: 웅진주니어)


오후 6시 30분. 퇴근 후 한강을 건너 경기도로 서서히 진입할 시점. 이때 꼭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어디야왜 빨리 안 와.”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다 못 참고 외할머니에게 통화하게 해달라 조르나 보다. 내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려운 걸까. 엄마와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억겁의 이별처럼 받아들이는 걸 보면 여전히 아기 같다. 
  
<엄마 왜 안 와> 속 엄마는 일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로 직행한다. 설 곳조차 없어 보이는 ‘지옥철’에 어떻게든 몸을 욱여넣고, 집에 도착하는 시각이 단 1초도 지체되지 않도록 서두른다. 재빨리 마트에 들려 대파 같은 식재료를 산 뒤, 밤길을 달린 끝에 드디어 아이를 꼭 안아준다이야기는 엄마의 독백으로 끝난다.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준 네게로 무사히 돌아올 거야.”

  

이 대목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엄마도 이렇게 너에게로 돌아온다라고 알려줬다. 1시간은 지하철로, 10분은 버스로, 10분은 두 발로 온다. 먼 길을 달리고 달려서 집에 도착한다. 나는 늘 할 수 있는 한 최단 시간으로 아이에게 달려온다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 요의를 참다가 방광염을 앓은 적도 있지만, 아이에게 이것까진 얘기하주지 않았다. 딱 한 가지만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어쨌든 엄마는 너에게 돌아온다고그러니 너무 오래 울지는 말라고.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 아이가 엄마에게 “일 안 하면 안 돼?”라고 묻기 시작했다면
- 엄마가 일하는 이유를 좀더 풍성하게 알려주고 싶다면
-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안심시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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