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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r 14. 2019

빠방이 책에는 왜 남자만? 불편하다면

[엄마의 책장] '빠방이 중독'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책 3권


지금은 살짝 시들해졌지만 세 돌을 앞둔 아들은 빠방이를 정말 정말 사랑한다. 남자는 자동차, 여자는 인형이라는 공식이 싫어 인형도 사주고 동물로 관심을 돌리기도 했지만 아이는 일편단심 빠방이뿐이었다.
 
장난감도 빠방이, 보고 싶은 영상도 빠방이, 읽고 싶은 책도 빠방이. 그림 그려달라고 하는 것도 다 빠방이!!! 졸린 눈을 부비며 아이의 지시에 따라 스케치북에 버스, 택시, 기차, 소방차, 경찰차, 비행기, 중장비를 한 가득 그리고 있으면 한숨이 났다. 너무 지겨워서. 제발 다른 것도 좀 좋아하면 안 될까(했는데 최근에 공룡으로 넘어갔다ㅎㅎㅎ)


빠방이 장난감.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출처 : 마더티브)


자동차 관련 책은 단순하다. 자동차 그림이나 사진 나오고, 누르면 빵빵 소리 나고, 손으로 밀었다 당겼다 접었다 폈다 조작할 수 있고. 종류가 더 많거나 적거나의 차이다.
 
솔직히 아이는 빠방이만 나오면 만사 오케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보기에도 흥미로운 책을 고르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시간은 내게도 독서시간이니까 이왕이면 양질의 책으로. 무엇보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수십 번, 수백 번 봐야 하니까...(심호흡)
 
그래서 추천한다. 빠방이 중독자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책 3권.


[조작북] <비지베어 공사장에서 일해요>


<비지베어 공사장에서 일해요> 표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다 찢어놨다(출처 : 마더티브)


<비지베어> 놀이책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놀이터에서 놀아요/농장에서 일해요/소방관이 됐어요 등 여러 시리즈가 있다. 정말로 바쁜 곰이다.

‘공사장에서 일해요’ 편은 아이가 돌 되기 전에 사줬는데 당시 아이는 중장비에 환장을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새벽 6시에 남편이 아기띠 매고 집 주변에 있는 공사장을 찾으러 다녔다(환장 대환장ㅠㅠ). 포클레인, 덤프트럭, 레미콘... 아이가 좋아하는 중장비가 모두 이 책에 다 있다. 책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들이 좋아할 거야”


그래, 바로 내가 찾던 책이야! 그 아이가 바로 제 아이라고요.
 
이 책은 밀고 당기고 돌려 보는 조작북이다. 종이가 두껍고 날카롭지 않아서(보드지) 아이가 돌 이전 아이가 조작하기 쉬웠다. 큼직하고 귀여운 그림 덕분에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다 찢어놨...). 처음에는 중장비에만 관심을 보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책에 나오는 동물과 공사장 모습 하나하나를 궁금해 했다. 두 돌이 한참 지난 후에도 즐겨 봤다.


[사운드북] <Noisy PLAYTOWN>


빠방이 관련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100% 남자다. 버스 기사도 중장비 운전기사도 경찰관도 소방관도 모두 다. 아이와 함께 빠방이 책을 보고 있으면 ‘아저씨’, ‘삼촌’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자칫 직업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생길까 걱정됐다.
 
그런 고민을 하다 두 돌 되기 전 우연히 발견한 사운드북 <Noisy Playtown>. 아, 이 아름다운 성별 구성이라니. 공사장에서 여성도 자재를 나르고 사다리에 오르고 망치질을 하고 장비를 조작한다. 경찰서에서도 여성 경찰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는 이 사운드북을 본 뒤 경찰서를 지나갈 때 경찰관 이모를 찾는다.  


공사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습(출처 : 마더티브)


경찰은 아저씨만 있는 게 아니야(출처 : 마더티브)


버스 정류장, 기차역, 공사장, 경찰서, 소방서, 동물원 등 다양한 장소의 모습이 디테일하고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 잘 표현돼 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 세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즐겨본다. 휘파람 소리, 드릴로 땅 뚫는 소리 등 사운드가 재밌다.


[그림책] <소방차가 되었어>


아이가 30개월쯤 됐을 때 남편이 산 책. 나는 세상에 소방차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매트도 소방차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매트가 처음 하는 말도 소방차,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말도 소방차(우리 집에도 그런 애 한 명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매트의 온 몸이 소방차로 변한다.


"이거 그려줘" 콕 집어 지시하는 무서운 손...(출처 : 마더티브)


책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소방차 그림이 나온다. 아이는 소방차가 30대쯤 나오는 페이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자기는 여기 이 소방차 타고 불을 끄러 가겠단다. “불 끄러 가야해요. 비켜주세요!”를 몇 번이나 연습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이 차 타고 불 꺼! 나 따라와!” 미션도 준다.
 
내게는 이 얇은 책이 그저 그림과 글이 있는 인쇄물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온갖 상상을 한다. 호스로 물을 뿌리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 사람들을 구할 거란다.  혹시 소방차 아저씨가 지나가면 자기 꼭 데리고 가달라고, 자기는 용감하니까 불 끄러 갈 수 있다고, 엄마가 대신 전화해 달라며 신신 당부한다. 그러더니 표지에 나오는 소방차 10대를 다 따라 그려달란다(후...)


엄마는 그림 노예(출처 : 마더티브)


 책 가장 뒷면에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을 위한 안내’가 나와 있다. 이 책의 작가 피터 시스의 아이는 실제로 소방차를 무척 좋아했단다. 소방차가 나오는 모든 책을 구해 읽어주던 아빠는 더 이상 읽어줄 책이 없어지자 자신이 직접 소방차 그림책을 쓰고 그리게 됐다고.
 
아빠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만든 책이어서 일까? 그림도 이야기도 참 사랑스럽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1. 아이가 빠방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면
2. 왜 빠방이 책에는 남성만 등장할까, 불편하다면
3. 아이도 어른도 함께 보기 좋은 빠방이 책을 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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