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장] 쇼쇼 웹툰 <아기 낳는 만화>
'거봐! 임신했을 때도 힘든 거 맞잖아!'
출산 후 몇 년이 지나 <아기 낳는 만화>를 봤을 때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다. 저자 쇼쇼는 “왜 때문에 분만만 힘든 것처럼 말해”“왜 때문에 임신 중에도 힘들고 아플 수 있는 거 아무도 말 안 해줘”라며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만화로 기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모두가 입을 모아 임신·출산은 힘들지만 숭고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왜 힘든지에 대해서는 어째서 함구하는지에 대해 임신 기간 내내 생각했어요."(p.288)
임신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죄악시되는 사회. 쇼쇼는 이 만화를 통해 ‘엄마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단다(훌쩍).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정확히 알고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p. 288)
“이 만화를 교과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 마더티브 에디터 홍이 사심 가득 담아 뽑아봤다. <아기 낳는 만화> 최애 에피소드 셋.
‘거, 거북이라니!!! ㅋㅋㅋㅋㅋ’
쇼쇼가 그린 등껍질의 위아래가 뒤바뀐 거북이 그림을 보며 육성으로 빵 터졌다. 머리는 떡져서 해초 같고 얼굴에는 여드름, 몸은 어쩐지 계속 가렵고(긁적긁적) 인생 최대 몸무게 경신까지!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다. 겨드랑이가 얼룩덜룩 까매졌을 때 충격이란! 수박에 줄 그어 놓은 듯 선명한 배 위의 임신선은 또 어떻고(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임신부의 신체변화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만화가 또 있을까. 하이퍼리얼리즘인데 그림체는 또 너무 귀엽다.
‘배도 예쁘게 나오고 어디서나 축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모습(p.136)’은 현실 임신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물론 포토샵 가득한 만삭 사진에서는 가능하지만.
그런데 세상은 여성에게 임신했을 때조차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여성성을 잃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D라인’이라는 말이 대표적. 연예인들의 D라인을 보며 보통의 임신부들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쇼쇼는 말한다. “본인들의 ‘아름다운 임신부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말아”달라고(p.142).
“어떻게 매너를 지켜야 할지 너무 어렵다고요?”
“저는 그럴 때 상대방을 사장님이라고 생각한답니다!!”(p.145)
후. 심호흡하고 임신했을 때 들었던 말들을 떠올려 본다.
“임신부가 커피 마셔도 돼?”
“매운 거 먹어도 돼?”
“밤늦게 돌아다녀도 돼?”
“옷 그렇게 입어도 돼?”
“왜 이렇게 살쪘어”
여기에
“육아휴직 들어가서 쉬니까 좋겠다. 난 임신한 여자들이 제일 부러워.”(참고로 이 말은 30대 남자 동료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잘 지내지?^^)
임신했다는 이유로 세상 모든 (물론 선의로 한 말이었겠지만) 잔소리와 개소리를 감당해야 했던 날들. 임신부는 화내면 애한테 안 좋다고 해서 애써 참았던 기억이 난다. 허허(feat. 화병).
저출산이 문제라고, 임신은 축복이라고 하면서 왜 때문에 임신부석에는 임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떡하니 앉아 있는 걸까. 왜 때문에 임신부 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는 걸까.
어떻게 매너를 지켜야 할지 어려울 때 상대방을 ‘사장님’이라고 생각해보자는 쇼쇼. 귀여운 발상인데 통쾌하다.
“누워 있을 때가 좋은 거야~”
“못 걸을 때가 좋은 거야~”
“말 못할 때가 좋은 거야~”(p.160)
육아선배들의 “그때가 좋을 때다” 레퍼토리는 개월 수가 높아질수록 버전을 바꿔 계속된다. 하지만 조산기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며 임신 기간의 80% 이상을 누워서 보냈다는 쇼쇼는 누워만 지내는 것보다는 육아가 더 쉬웠다고 한다. 그렇다고 육아가 마냥 쉬운 건 아니지만.
나는 입덧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임신 내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서 답답하고 우울했다(내 뱃속에 다른 생명체가...). 그때를 떠올리면 아이 혼자 걸어 다니고 말도 할 줄 아는 지금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때는 그때의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어려움이 있을 뿐. 더불어 그때는 그때의 기쁨이, 지금은 지금의 기쁨이 있다. 꼬물꼬물 신생아 젖 냄새가 그리웠다가도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기도 하다.
임신과 출산, 육아의 경험은 저마다 다르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때가 좋은 거야~(앞으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래 쇼쇼의 당부처럼 그냥 공감하고 위로해주면 안 될까.
아기 낳으시는 분들 저같이 괜한 걱정 근심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스텝을 잘 알고 잘 대처하면 될 것 같아요. 육아 먼저 하시는 분들도 미래의 문제보다는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위로의 말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이 있는 거잖아요.”(p. 160)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1. 임신,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2. 리얼 임신 증상이 궁금하다면
3. 둘째 생각이 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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