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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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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Apr 22. 2019

“슈퍼우먼? 우린 그런 거 하지 말아요”

[엄마의 일] 힘 빼지 않고 유능한 워킹맘으로 성장하기, 이혜린 그로잉맘

약속은 한 차례 미뤄졌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다 심한 몸살에 걸렸다고 했다. 문자에서 고단함과 난처함이 느껴졌다. 한 주 뒤로 다시 약속을 잡고 만난 이혜린 그로잉맘 부대표는 여전히 기침을 심하게 했다. 이미 문화센터에서 2시간 넘게 강연을 하고 온 직후였다. 볕이 따뜻했던 3월의 오후 1시. 우리는 자몽차와 커피를 목구멍에 밀어 넣으며 인터뷰를 가장한 수다를 떨었다.

그녀의 책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를 읽은 건 지난해 여름, 병원 응급실에서였다. 그날 아이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고, 나는 또 한 번 퇴사를 결심했다. 일하는 엄마로 사는 건 힘들었다. 일도 육아도 포기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좀 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경직된 조직 안이 아닌 밖에서 대안을 만들고 싶었다. 내게는 그녀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잉맘은 이혜린 부대표와 이다랑 대표가 2016년 창업한 부모교육 전문기업이다. 온라인을 통해 육아 분석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센터 등에서 오프라인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30명 정원 강좌가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그로잉맘은 아이의 기질 분석을 통해 아이의 타고난 모양을 이해하고 부모가 지나치게 무리하거나 애쓰지 않는 육아를 추구한다. ‘이거 안 하면 큰 일’, ‘이것만 있으면 기적’이라는 육아법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로잉맘은 ‘빼기의 육아’를 지향한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엄마 두 사람이 만든 스타트업은 어느새 엄마 10명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돌쟁이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아이 16명의  주양육자 역할을 하는 엄마들이 모여 있는 회사라 변수도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창궐하는 전염병, 기나긴 방학, 긴 연휴, 유치원 폐업...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3월은 대혼란의 정점이었다. 이혜린 부대표만 하더라도 둘째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나자 첫째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

덜컹덜컹 하면서도 그로잉맘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4월 초, 그로잉맘은 ‘기질분석보고서’를 오픈했고 열흘 만에 2천만 원이 넘는 펀딩 금액을 달성했다. 신규 채용도 시작되었다. 이혜린 부대표는 지금보다 3배 규모로 그로잉맘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를 갈아 넣어 급속도로 성장해야 살아남는다는 스타트업 업계. 그곳에서 ‘엄마의 속도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혜린 부대표를 만나 힘 빼지 않고 유능한 워킹맘으로 성장하는 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혜린 그로잉맘 부대표


어쩌다 ‘경단녀’


이혜린 부대표는 6살, 3살 두 아이의 엄마다. 이혜린 부대표는 대학졸업 후 증권회사에 다녔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감했다. 임신 전, 회사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고 절반 가까운 인원이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제 발로 나갔다. 아이 키우는 엄마 그리고 가임기 여성이 가장 먼저 소환됐다. 이번에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저게 바로 내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대리급 연차의 가임기 여성을 누가 받아주나요.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어요. 회사 생활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 플랜 B가 있어야겠구나. 그때 평생교육원에 갔는데 제가 제일 어린 거예요. 다들 애 키워놓고 시작하니까 마흔 이상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늦지 않았구나, 다시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30대니까 뭐든 10년 하면 전문가가 되지 않겠냐고.”

국문학을 전공한 이혜린 부대표는 사람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다. 심리학을 공부해 상담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배부른 몸으로 대학원 면접을 봤고, 첫 아이가 태어난 2014년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만 포기하면 될까


육아휴직이 끝나자 이혜린 부대표는 복직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나만 포기하면 된다’는 생각이 컸다. 나만 일을 포기하면 아이도, 남편도, 친정엄마도 모두 행복해 진다고.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도 사직서를 내고 와서 그녀는 엉엉 울었다.

현재 이혜린 부대표는 일도 육아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그녀는 사직서를 냈을 거라고 말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흔히 겪는 인지적 오류 중 하나가 나만 포기하면 된다는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겪는 고민이라는 게 육아 고민이라고 해서 특별하고 대단하지 않거든요. 다른 고민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략도 세우고 플랜 A, B도 세우는데 유독 육아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결정돼요. (일이나 육아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내가 다 하거나.

육아 문제는 너무 막연하고 크게 느껴지니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운 거예요. 그러니까 인지적 오류가 일어나는 거죠. 엄마는 포기해야 하는 존재,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고 학습된 것도 있어요. 엄마가 다 포기해야 하고 그 포기가 너무 숭고해요. 저도 그랬어요. 나 하나 포기하면 문제가 깔끔해진다고 생각했어요.”


롤모델의 부재


롤모델의 부재도 엄마의 선택지를 납작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랬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 선배들은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보였다.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게 버티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만 보는 엄마로 사는 건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일-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일-육아 모두 잘하는 슈퍼우먼이 되거나.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두 개의 선택지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이혜린 부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일하는 엄마들이 다들 너무 비참하게 사는 거예요. 일을 하면서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며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언니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선배 엄마들 중 누구 하나가 자기 인생을 살면서 ‘야 정신 차려,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좋은데, 애는 알아서 잘 커’ 멱살을 잡고 얘기해줬다면... 아마 저는 다른 선택을 했을 거예요.”


키즈카페에서 시작된 역사


그로잉맘 '기질분석보고서'(출처 : 그로잉맘)


아이 키우며 대학원에 다니던 이혜린 부대표는 우연히 이다랑 대표의 SNS를 발견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사로 활동하던 이다랑 대표 역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인친’이었던 두 사람은 브런치를 함께 먹으면서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6년 구글 캠퍼스 서울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다랑 대표는 이혜린 부대표를 찾았다. 그리고 키즈카페에서 역사적인 피칭(투자 발표)을 하게 된다. 그로잉맘의 시작, 이혜린 부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재앙’의 시작이었다.

“3분 피칭인데 30분은 걸린 것 같아요. 노트북 들고 애들 볼풀장 쫓아다니면서... 그때 저는 스타트업에 관심 있어서 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다랑 대표 BM(Business Model, 비즈니스 모델)을 들었는데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스타트업 형태로 구현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제 아이디어 접고 이다랑 대표 아이디어로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이후 수많은 삽질이 있었다고 이혜린 부대표는 말했다. 초기에는 온라인 서비스는 꿈도 못 꿨다. 1년 넘게 오프라인에서만 부모교육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때의 경험이 서비스 운영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 상담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다랑 대표가 콘텐츠를, 이혜린 부대표는 비즈니스를 전담했다. 서로 영역이 겹치지 않으니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갈아 넣지 않겠습니다


이혜린 그로잉맘 부대표(출처 : 마더티브)


흔히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나를 갈아 넣어야 하는 업계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직원의 시간과 열정을 요구한다. 이혜린 부대표는 일의 효율에 대한 정의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가 빠른 건 스타트업의 덕목이고요. 인간을 갈아 넣으면 속도가 빨라져요. 하지만 양적인 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투입 대비 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느냐, 임팩트 있게 일을 처리했느냐에요. 저희가 물리적 시간 투입은 남들보다 적을 수 있지만 효율은 높았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엄마들이 일하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그로잉맘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냐면요. 나가서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도시락 시켜먹어요. 언론사에서 촬영 오면 그림도 만들어주고 그러잖아요. 우리는 진짜 일해요. 찍으세요. 꾸미고 일하는 척 그런 거 없어. 진짜 일해(웃음). 사람이 수세에 내몰리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지잖아요. 저희는 모든 임직원들이 항상 수세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걸 너무 잘 알아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요.

그로잉맘 직원들은 유연하게 근무한다. 일주일에 한번 오프라인에서 모여 같이 일하는 것 이외에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탄력적으로 일하면 된다. 사무실에 언제 출근해서 얼마나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일을 제대로 끝내기만 하면 된다.


못하는 일에 애쓰지 말자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그로잉맘만의 방식이 있을까. 이혜린 부대표는 심리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희는 심리학 베이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가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요. 일의 모양과 생김새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하는 일을 줘요. 못하는 일에 애쓰지 않도록요.

호칭도 대표님, 부대표님이라고 안 부르고 선생님이라고 다들 서로 불러요. 권위와 위계는 물론 있지만 모두가 자신의 의견과 반론을 자연스럽게 제시할 수 있는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든 거죠. 눈치 보면서 이야기하는 기존 조직 구조와 달라요. 이런 것도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돼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못갈 때는 아이를 데리고 회의해야 할 때도 있다. 어린이집 방학기간에는 아예 놀이 시터를 사무실에 불러놓고 일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제 서로가 서로를 봐준다. 단, 아이들과 함께 일할 때는 정신이 없기 때문에 복잡한 아젠다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안 되는 일, 쓸데없는 일에 힘 빼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그로잉맘은 자신들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에서 대표가 회의를 주최하고, 그런 거 없어요. 의견, 안부? 그런 거 안 물어요. 잘 끊는 사람이 회의 맡아서 오케이, 다음. 다음. 이야기 길어지는 것 같으면 ‘여기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아니면 애쓰지 말자, 다음으로 넘겨’, ‘해결할 수 있는 거야? 끝내자. 언제까지 끝내자.’(웃음)”


제발 눈치 보지 마요


워킹맘들은 늘 ‘2등 직원’이 된 심정으로 살아간다. 다들 쓰는 휴가인데도 애 때문에 휴가 쓴다고 눈치 보고, 제 시간에 퇴근하면서도 눈치 본다. 이혜린 부대표는 엄마들이 당당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가 선생님들한테 말해요. 눈치 보지 말라고. 제가 관리자가 돼보니까 일만 잘하면 돼요. 되게 명료해요. 내가 투입하는 비용 대비 얼마나 효율을 이 사람이 내고 있는가, 이 사람한테 100만원 주면 100만원 어치 일을 하고 있는가. 그게 기준이거든요. 애가 아파서 80만원어치밖에 일 못 했다? 그럼 애 안 아플 때 120만원어치 일 하면 되는 거예요.

대표, 부대표인 우리들도 애 때문에 하루 종일 일 못할 때가 있어요. 왜 눈치를 보죠? 일 잘하고 있는데. 성과와 지표가 대변해주고 있는데. 차라리 당당하게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만큼 일을 해서 얼마만큼 성과가 나왔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윗사람도 그걸 알고 있어야 해요. 불명확한 일의 모습과 불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일을 많이 하는데도 일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이혜린 부대표는 내가 일을 많이 하고 잘하는 건 티를 팍팍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묵히 일하면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니 알 수가 없다고.


다시 일하는 게 두려운 엄마들에게


그로잉맘은 경력보유여성과 소셜벤처를 이어주는 ‘임팩트커리어 더블유(W)’ 프로그램의 교육 파트너다. 지난 3월 이혜린 부대표는 다시 일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혜린 부대표는 많은 엄마들이 ‘내가 일하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저는 그렇게 말해요. 일하지 않으면 무능력한 엄마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니다. 모든 엄마들이 다 일할 필요는 없다. 일하고 싶지 않고 아이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면 애 키우면 된다고요. 반대로 내가 일하고 싶으면 해야죠. 엄마가 일하면 아이에게 꼭 문제가 생길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많은 엄마들이 애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데 애들이 진짜 문제가 생겨서 그만뒀느냐,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보다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만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실제로 상담하러 오시는 분 중에 전업맘도 많아요.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를 꼭 엄마가 일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아이에 대한 고민, 양육에 대한 고민은 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만 키운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아요. 아이와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문제고, 이런 문제는 그로잉맘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혹은 좋은 이론이나 나만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해결하셔도 되고요.”


자신감을 가져요


이혜린 부대표는 육아로 일을 쉬었다 다시 일하려는 엄마들이 많이 위축돼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엄마들 만나보면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일이라는 건 배워서 하는 영역과 타고난 영역이 있어요. 내가 마케팅을 했는데 2년 정도 육아로 커리어가 끊겼다, 그럼 트렌드에서 벗어난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라는 건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양이고, 그 능력은 내가 버리고 싶어도 쉽게 버려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막연하게 트렌드에 벗어나 있어서 다시는 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배울 수 있는 건 배우면 돼요.


슈퍼우먼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혜린 부대표가 쓴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출처 : 아르테)


이혜린 부대표가 진행한 워크숍의 제목은 ‘슈퍼우먼이 아니어도 괜찮아!-육아와 일이 공존하는 삶에 대하여’였다. 그녀는 엄마들이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모임 나가면 애 키우면서 일하면서 어쨌든 계속 이 그지같은(?) 삶을 살아가는 언니들이 많은 거예요. 그걸 보면서 큰 위안을 얻어요. 저렇게 살 수 있구나. 힘들지만 못살 건 아니구나. 언니들이 막 ‘살림 열심히 하지마, 로봇청소기 좋아, 아웃소싱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아웃소싱해’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주는 거예요. 내가 다 잘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엄마로서의 역할은 내가 어느 정도까지 하면 되는구나, 나로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구나. 이런 것들을 언니들 보면서 배우고 따라가고 있어요.”

이혜린 부대표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로잉맘이 사실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저를 보고서 누군가가 ‘일을 하게 되었어요, 창업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어요’라고 말했을 때 물론 말리고 싶지만(웃음) 뿌듯해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에게 롤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어주고 싶어요. 저렇게 살고 싶으면 저렇게 살 수 있구나, 힘들고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안에서 가치를 찾아가면서 살 수 있구나. 출산율은 이렇게 해야 높아지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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