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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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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y 20. 2019

왜 애 낳고 진로고민을… 답을 찾았다

[엄마의 일] 여성 경력전환 돕는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애 둘 낳고 왜 지금이야?


나는 최근 위기를 보냈다. 커리어와 진로 때문이었다. 사춘기에도, 대학에 갈 때도, 취업 준비를 하던 때도 지금처럼 흔들리진 않았다. 내 일, 내 미래, 그리고 내 정체성.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채 백일도 안되었던 때였다. '아직은'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지만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인 나의 진로고민은 날로 커졌다.


'경력단절 여성이 따면 좋은 자격증 몇 가지'
'경력단절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직업'


손이 가던 포털의 제목들. 하지만 대부분 '엄마의 본분'을 지키면서 해야 하는 일이었고 내가 이어 가고자 하는 커리어와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었다. 성에 차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많았다. 출산 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음에도. 크게는 '어떻게 살 것인가'부터 작게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까지, 하나같이 나아갈 길을 찾고 있었다.


구글캠퍼스 '엄마를 위한 캠퍼스' 동기인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가 떠올랐다. 그는 2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경력전환 교육·상담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핑계 삼아 상담 받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그리고 그와 얘기를 나눈 2시간, 왜 내가 애를 둘이나 낳고서야 치열한 진로고민을 하게 됐는지 답을 얻었다.


애 낳고 진로고민… 엄마니까 당연해

성인 여성·엄마 맞춤 경력전환 교육 필요


누구보다 진로고민을 꿰뚫고 있는 그는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경력전환을 치열하게 고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 엄마들은 왜 진로고민을 할까


"우리가 20대에도 진로 설정을 하지만 사실 한국 사회라고 하는 게 20대에 독자적으로 내 인생을 꾸리기에는 누구의 딸로서 부모의 보이스에서 완전히 자유롭기가 쉽지 않거든요.


근데 결혼을 하면 1차적으로 (부모로부터) 분리가 되고 또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독자성이 형성되기 때문에 비로소 온전한 내 것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시기가 오죠. 부모의 기대와 상관없이 용기도 낼 수 있고요."


- 엄마들의 진로고민은 뭐가 다를까


"엄마가 되고 나서의 진로고민은 대학 때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삶 자체가 흔들리는 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20대 때는 겪어본 삶의 폭이 좁기 때문에 직업에 대해서 한정된 시선을 갖기도 하고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30대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삶 전체의 판이 갈리니까 이때 내가 잘 선택하지 않으면 앞으로 매우 달라질 수 있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죠. 그래서 엄청나게 치열한 진로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시기가 오히려 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30대 초중반에 아주 원론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경력단절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생각해서 진로에 대한 진짜 본격적인 고민을 하는 시기로 썼으면 좋겠어요. 아이도 어리고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하나의 원동력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출처 : 마더티브)


- 여성 경력전환 교육의 현주소


그러나 사회 시스템은 구성원의 치열한 고민을 제때 따라오지 못하기도 한다. 이재은 대표는 경력전환을 원하는 여성들은 많지만 성인 여성을 위한 제대로 된 경력전환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고민이 치열한데 이 성인 여성들의 진로 고민을 돕는 기관이 없어요. 정부 기관에서 하는 여성 재취업 프로그램은 빵 만들기 같은 거예요. 최근에 좀 나아진 게 코딩이랑 방과 후 교사. 대부분의 과목들이 '엄마'가 베이스죠. 엄마 역할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나름대로 시대적 변화를 반영했다'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기 정체성이나 새로운 일을 온전히 통으로 다시 만들고 싶어 하는 여성들과는 눈높이가 안 맞아요.


이런 교육을 받는 건 너무 뻔하고 막연해요.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에서 오는 울분도 있고. 그런 교육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근데 지역에는 이런 교육마저도 제대로 개설된 게 없어서 이런 것이라도 해야 하는지 생각도 들죠."


- 맞춤 경력전환 교육은 왜 필요할까


경력전환을 중점으로 다루다 보니 주로 경력단절의 위기를 예감하거나 이미 경험한 여성들이 여자라이프스쿨을 찾는다. 이재은 대표는 이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경력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경력단절이라는 말을 별로 쓰고 싶지 않아서 경력유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요. 저는 이게 연령층에 따라서 이슈가 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경력단절 교육을 다 똑같이 하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요. 그냥 다 묶어놓는 거예요. 무슨 집합 교육처럼. 이슈, 연령, 상황, 위치성도 다 다른데 옛날 프레임으로 똑같이 마인드 교육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두루뭉술, 일반화되는.


저는 상황이나 욕구에 맞춰 비어있는 퍼즐을 딱 넣어줄 수 있는 그런 커리어 교육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아무 데서도 하지 않아요. 관계자들하고도 잘 소통이 안 되고 이해도 잘 못해요. 그래서 제가 자체적으로 각자에게 딱 맞는,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을 설계해볼 수 있는 커리어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라이프스쿨은 경력전환을 목표로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과 상담을 통해 적합한 커리어 방향을 진단하고 알맞는 직군을 추천한다. 일자리를 직접 연결해주거나 자격증을 따는 기존의 재취업 교육이나 헤드헌팅과는 다르다.


이재은 대표는 "경력전환을 하기 위한 일의 형태가 재취업이나 창업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창작자가 될 수도 있다"며 "여자라이프스쿨은 결혼이나 엄마라는 경험을 통해 달라진 삶과 정체성까지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일을 같이 찾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여자라이프스쿨 '커리어 텔러' 워크북 (출처 : 여자라이프스쿨)


최근 심각한 경력단절 위기 경험

엄마층에 더욱 공감하게 된 계기


이재은 대표는 여성종합지 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여성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늘 여성의 삶으로 향했다. 이후 결혼·출산·육아 등 여성 생애 주기의 주요 사건들을 겪으며 다양하게 경력을 전환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 여자라이프스쿨은 왜 만들어졌나


'여성의 삶'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는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이 대표는 생각했다. 커리어 교육이든, 라이프든, 연애나 결혼이든 성인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콘텐츠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학교처럼 커리큘럼을 갖춘 '여자학교'를 10년 전부터 구상해왔다. 그리고 2012년 '여자라이프스쿨'을 만든다.


"그땐 (성인 대상) 스쿨 개념이 없어서 사람들이 비웃었거든요. 그래도 전 평생교육이 평생교육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일상화되고 인포멀러닝(Informal Learning)으로 일반화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후 여성 커리어 교육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시도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곤 했다. 그러다 교육공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고 학업을 마치는 데까지 5년이 걸렸다. 재작년 졸업을 앞두고 '업그레이드가 됐으니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에 들뜨기도 했지만 막상 다시 사회로 나오니 많은 기회들이 끊어져 있었다.


- 경력단절 위기를 기회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홀해졌던 관계도 모두 다시 회복해야 했고 세상도 너무 변해있었다.


"제 스스로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같았는데 '깼을 때 나갈 수 있을까?', '아직도 춥지 않을까?', '너무 많이 자서 몸이 둔해져있지 않을까?' 이런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했어요. 이런 게 경력유보 여성들이 다시 일을 하려고 할 때의 마음이겠구나 깊이 공감을 했고요. 그리고 이 시기를 놓치면 엄마라는 역할을 가진 '나라는 여자'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이걸 제가 너무 심각하게 느끼면서 오히려 진정성을 얻었어요. 그래서 엄마층에 더 애착을 갖는 거죠."


심각한 경력단절의 위기를 경험한 이 대표는 자신의 생애 발달과 가까운 일을 하며 그 발달 과정에 같이 있는 여성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만 원 커리어 교육 선물하는 미혼여성

무료 강의도 못오는 엄마


이재은 대표는 본인의 경험과 여러 상담을 통해 엄마들을 위한 경력 전환 교육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딜레마에 빠졌어요. 시장이 너무 작아요. 예를 들어 엄마 전체를 100%라고 보면요. 제가 체감하는, 먹고 사는 일 말고 정말 나를 마주하고 나로 살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층은 20%도 안 돼요. 그리고 나를 잃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층은 거기서 또 절반(웃음).


예를 들어 단적으로 비교하면 제 프로그램에서 심층 진단하고, 1대1 화상 면담하고, 10장짜리 심층 보고서를 써주는 게 있어요. 그게 20만 원 정도 하는데 남는 게 별로 없을 정도로 최대한 낮춘 가격이지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있을 순 있어요. 미혼 여성들은 그걸 선물을 해요. 친구가 퇴사를 했다고. 엄마들은 절대 하지 않죠. 사실 기관과 연계해서 무료로 프로그램을 개설해도 거리가 멀다고 잘 안 와요."


엄마교육, 부모교육, 자녀교육… 엄마시장에서 가장 '잘 먹히는' 아이템은 육아다. 이 대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육아 아이템은 피하려고 했다. 한 여성을 엄마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신 엄마 역할도 갖게 된 나라는 여성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여성들이 엄마가 된 이후 자신이 아닌 아이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걸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부터 엄마들에게 더욱 친화적인 상담 툴 '커리어 텔러 패키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크북과 카드, 노트 등으로 구성된 커리어 텔러 패키지는 만원 남짓한 돈으로 스스로 커리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여자라이프스쿨 '커리어 텔러'  카드 (출처 : 여자라이프스쿨)


'그렇게 시간이 없어?', '그렇게 두려워?'

다시 일하기 위한 엄마들의 시간은 따로 있다


일을 하고 싶지만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있다. 계속 배우기만하고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시작 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이재은 대표. 하지만 경력단절의  위기를 경험하며 그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고.


- 다시 일을 시작하는 두려움


"사람들마다 심리적인 두려움의 크기가 달라요. 저마다 아직은 구체화하지 못했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품고 있는 일이 있어요. 그 일에 대한 이상이 클수록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나름대로 한 단계, 한 단계가 필요한 것이에요. 답답하고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여성은 그저 그 과정을 말하지 않을 뿐이에요.


서서히 가다가 70%쯤 채우면 해볼까 싶은데 50% 채워진 여성에게 '왜 계속 배우기만 해', '왜 자신감을 못 가져' 이렇게 말해도 절대 불가한 거예요. 다이빙도 낮은 데서 뛰어 내려보고 수영도 할 수 있어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거지 무턱대고 '해봐', '안 죽어', '안 다쳐' 한다고 뛰어내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것처럼 사람들마다 필요한 과정의 정도와 준비 기간이 다르다는 것들이 이해가 된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의 커리어 수준과 어떤 것에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지, 어떤 변수가 있는지를 먼저 측정해요. 작년에 1차로 그걸 개발하는 과정을 했던 건데요. 그래서 그 점수를 보면 '아, 이 사람은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저 사람은 아직 너무 멀리 있는 상태구나' 혹은 '극복이 빠르겠구나' 이런 게 보여요. 그러니까 조금 더 체계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됐어요."


- 엄마들의 다시 일이 그리워질 때


이재은 대표는 일에 대한 욕구가 가장 뜨거운 건 오히려 아이가 어릴 때라고 말한다. 흥미롭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이니 두려움도 클 것 같은데.


"그땐 엄마보다는 엄마 이전에 살아온 정체성이나 리듬이 아직은 더 작동을 많이 하는 시기거든요. 가장 힘들 때 괴력이 발현된다고 그러잖아요. 돈은 잘 안 쓰지만(웃음) 이 시기에 굳이 애들 데리고 어디 참여하고 그런 게 많아요. 이때 그냥 파도에 떠다니듯이 가다 보면 정말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지각이 아직 살아있는 거죠."


40대 진입을 앞두고 일을 찾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이때의 심리적 두려움은 또 다르기 때문에 시작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40대가 가까워져 올 때의 심리적 두려움은 또 다른 것 같아요. 늙음이라는 이슈가 실제로 오거든요. '이제 나는 40인데 나를 써주는 곳이 있을까?', '모든 세상이 젊은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들의 네트워크인데...' 등 두려움도 많아져요. 예전에는 모래주머니 하나를 발에 차고 있는 거였다면 40대부터는 어깨에도 돌을 하나 지고 가는 거라 시작이 더 어려워져요."


그러면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엔 일을 시작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뼈아픈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덧붙였다.


"이제 서서히 아이 교육에 압박이 오거든요. 엄마로서 사는 삶도 익숙해졌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어쭙잖게 일한다고 집안 다 엉망되고 나도 에너지 쏟는 것보다는 아이가 나중에 성공했을 때 오는 반사 이익이 낫다고 계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엄마의 일을 고민할 때 힘들겠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기 것을 잡았으면 좋겠다,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으면 그때 불태워야 된다고 해요."


여자라이프스쿨 '커리어 텔러'  스티커 (출처 : 여자라이프스쿨)


경력전환의 핵심은 정체성

육아, 음식… 한계지만 일상의 이슈 찾아야


이재은 대표가 경력전환 상담과 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고유한 정체성이다. 최근 여자라이프스쿨에서 선보인 커리어텔러 패키지에서 가장 핵심으로 다루는 것도 정체성. 기존에는 커리어에서 정체성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과거에 지닌 자원과 이력서를 중점적으로 봤는데 이 대표는 이를 낡은 패러다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력유보 여성이 각자 갖고 있는 정체성과 자기개념에 따라 다르게 접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은 6년째 일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이 상담사라는 정체성을 여전히 강하게 지니고 있어요. 최고의 기관에서 일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계속 공부를 하면서 책을 쓸 준비도 하고 있죠. 우리가 이 여성을 경력유보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어 이 대표는 "엄마가 된 이후 자기개념이 변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출산 같은 생애 사건을 통해 자기개념의 스펙트럼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력보다는 새로운 자기개념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커리어 텔러' 패키지의 워크북과 카드에도 '지금 당신이 타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거나 노출돼있는 이슈가 무엇이냐'를 묻는 항목들이 있다고. 이 대표는 "그게 바로 자신의 새로운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자존감이 매우 낮은 한 여성이 있었다. 이 대표는 그의 현재 자원을 사소한 것까지 하나, 하나 꺼내 긍정적으로 재평가했다.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주던 점도 자원이 됐다. 그리고 이 자원들을 융합해 그에게 맞는 새로운 진로를 찾았다. 이 여성은 무엇보다 자신을 긍정하게 됐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대기업 R&D팀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모델로 새 출발 했다. 일하던 분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제로였지만 일은 다시 하고 싶었다. 아이 넷에 40대의 나이,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비웃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그의 롤모델이 어릴 적엔 요술공주 밍키, 현재는 배우 황신혜나 이혜영으로 한결같다는 단서를 발견하고 정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했다. 이렇게까지 정체성이 한결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엄마들의 관심사가 너무 육아나 음식 쪽에 한정되는 걸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반복하고 고민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출처 : 마더티브)


인터뷰 내내 이재은 대표는 어렵다면서도 엄마들을 놓고 싶지 않은 간절함을 내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더 앞으로 불러오기 위해 결국 육아 관련 콘텐츠를 새로 선보였다. 최근 네이버TV에서 시작한 '엄마딸 진로수업'. 지난 10년 동안 대학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한 이 대표는 엄마와 딸이 서로의 진로와 삶에 크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들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면 자기도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잖아요. 거기서 엄마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모티브를 설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해보려고요. 딸을 키우는 엄마들이 진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에너지를 딸에게만 쏟는 게 아니라 미러링해서 자신에게도 쏟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들의 진로고민은 평생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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