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_93
Beverly Hills와 잘 관리되고 있는 주거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거리에 홈리스가 있었던 LA를 떠나 멕시코시티로 왔을 때 큰 관심사는 이 도시에도 홈리스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의문은 이틀 만에 풀렸다. CDMX의 상징적인 거리, Paseo de la Reforma의 뒤쪽, 보행자가 많은 거리 곳곳에서 노숙인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사람에서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LA와 멕시코시티의 공통점은 혹한의 겨울이 없다는 것이다. 한파로 인한 고통을 면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대도시가 유리할 것이다.
파산과 가정의 붕괴, 사고로 인한 노동력의 상실 등 홈리스의 길로 접어든 많은 사연을 들었다. 홈리스가 주는 '자유의 유혹'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공장소를 점유한 거리 노숙에서 겪는 수많은 부자유함을 목도하다 보면 이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10살이던 딸이 참여한 영화 촬영이 남태평양의 섬나라에서 몇 개월 진행되었다.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한 나는 섬나라의 또다 작은 섬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는 동안 원주민들의 삶을 밀접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 섬에는 한 일본인 할머니께서 살고 계셨다. 좋은 집에서 부자로 살고 계신 분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그 할머니가 잘 살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분은 바나나를 따면 줄기를 베어 전과 같이 풍성한 바나나가 다시 열리도록 계속 밭을 돌보았다. 원주민이 열매를 따는 것은 보았지만 밭을 일구는 것을 보기는 좀체 어려웠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오면 그 고기가 떨어질 때까지 배는 매여있었다. 모두가 부자로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생계가 지속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는 예측하고 준비할 필요는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홈리스는 좌절, 절망, 의욕상실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큰 원인이지 싶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본성이 탄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의욕을 되살리는 것이 기본이다. 실제로 이슬을 맞으며 자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경쟁이 치열한 현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고문에 지친 '심리적 홈리스'들은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이다. 어느 곳이나 들어가는 문이 있으면 분명 나오는 문도 있을 것이다.
"신은 한쪽 문들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을 연다."
20231020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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