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잔의 배려

그림일기_92

by motif


스타벅스의 물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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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서 길을 걷다 보면 인도 옆, 혹은 가게 앞에 동물용 물그릇이 놓여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목이 마른 길고양이들을 위한 배려이다. 이 물그릇들을 만나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된다. 동물의 목마름을 생각하는 심성 고운 사람과 마주친다면 '썸업(thumbs up)'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LA에 머물 때, 숙소를 나설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살고 있는 홈리스들이었다. 인도나 공원, 철로변에 텐트촌을 만들고 상주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무 보호막도 없이 빌딩의 구석에 몸을 기댄 채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지나쳐 걸을 때마다 연민의 마음을 억누르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연민은 부채의식으로 바뀌었다. 나만 잘 살아도 되나, 싶은... 그렇지만 아무 능력도 없는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몇 개 준비해 전하는 방법이나 햄버거를 사서 전하는 방법. 하지만 음식은 그 취급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생수 몇 병을 가져나가 만나는 몇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방식도 되지못할 지언정 내 마음이라도 편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이미 실천하는 곳이 있었다. 유니언 역(Union Station)의 스타벅스에서 남루한 사나이가 카운트 앞에 서있었다. 조금 뒤 직원이 생수가 가득 담긴 그란데 사이즈 스타벅스 컵을 전했다. 그는 낚아채듯 그 컵을 들고 사라졌다. 며칠 뒤 LA공립중앙도서관(Los Angeles Central Library) 길 모서리에서 같은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는 홈리스를 만났다. 물을 어디서 구했는지를 물었다. 옆 빌딩 1층을 가리켰다. 그곳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열흘 뒤 다시 유니언역의 들렸을 때 스타벅스를 찾아가 물었다.


"지난번에 홈리스에게 물을 주더라. 이것은 회사의 정책인가?"

"그렇다. 스타벅스 어느 곳에 가서라도 물을 요청하면 무료로 준다. 홈리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물가를 지나는 목마른 나그네에게 체하지 않게 불어 마시라고 버들잎 띄워주던 우리의 옛 인심을 LA에 이어 멕시코시티에서 만나는 일은 새로운 고고학 유물을 발견한 것 만큼이나 흐뭇하다.

"물 한 잔의 인심

20231019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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