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68
게레로 네그로(Guerrero Negro)는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와 접한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주의 도시이다. 약 14,000명의 이 도시는 소금과 회색고래(Grey whale, 귀신고래)에 의존해 생계가 유지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생산회사인 ESSA(Exportadora de Sal)에서 약 3천 명 정도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인구의 대부분은 이 공장의 소금밭과 생산시설을 보기 위해, 또한 회색고래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을 맞는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회색고래는 5월에서 10월까지 베링해 및 북극해에서 생활한 뒤 번식을 위해 이곳 바하칼리포르니아로 이동한다. 그들의 번식지는 오호 데 리에브레 라군(Laguna Ojo de Liebre)과 산 이그나시오 라군(Laguna San Ignacio)이다. 수심이 얕고 따뜻한 이곳의 라군은 그들이 출산을 하고 새끼를 기르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그들이 이곳에 도착하는 시기는 12월 중순경이고 4월 말이면 다시 북쪽으로 떠난다.
이 시기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가장 바쁜 시즌이다. 고래를 따라 사람들도 몰려들기 때문이다. 몸길이 15m, 몸무게 40t에 이르는 장엄한 포유류가 갓난 새끼와 더불어 유영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경이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염전 방문도 이때 덩달아 붐빈다. 고래 관찰(Whale watching)을 온 사람들이 더불어 방문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때를 맞추지 못했다. 추위를 참지 못하고 회색고래가가 아직 북태평양에 있을 때 라군에 당도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래 관찰만이 목적은 아니었으므로 고래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서운할 게 없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엘 비스카이노 생물권 보전 지역(El Vizcaino Biosphere Reserve)에서 수많은 조류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가슴 벅찰 일이다.
낭패는 도시의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다. 우버가 없고 택시를 만나기는 어렵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크나 자전거를 렌트할 수 있는 곳도 없다. 편도 15km, 혹은 30km 쯤 되는 곳을 걸어서만 다니기에는 곤란하다. 낮이 짧아져 밤길 귀가가 되기쉽다.
오늘은 아내와 여행 중에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편도 10km쯤 되는 습지를 왕복하는 길이었다. 멀리 다가오는 차를 향해 무조건 손을 들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그러나 첫눈에도 순박한 남자가 차를 멈추었다.
"옛 등대(Los gaviones, B. C.)까지 가고 싶어요."
그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방법을 찾은 듯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럼 한 20분만 기다려주실래요. 저는 지금 회사 근무 중이고 20분 뒤면 일을 마칩니다. 일을 마치고 모셔다 드릴께요."
우리는 다른 방도가 없는 터라 그의 선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습지 가운데로 난 바람길을 걷는 동안 다시 그가 왔다.
"업무는 끝났습니다. 이 회사 차를 반납하고 제 차를 가지고 다시 이곳으로 오겠습니다. 5분만 기다려주실래요."
히치하이커에 응답하기 위해 그가 괜스레 부산을 떨어야 했다.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22살의 5살 소녀의 아빠, Rudy는 ESSA에서 선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출용 소금을 1만톤 짜리 배에 실어 세드로스 섬(Isla de Cedros)으로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수심이 얕은 이곳에서 항공기로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배로 편도 14시간이나 걸려 오가는 일이었다.
그는 몸을 담그면 피부병이 낫는 다는 소금호수, 습지의 조류 서식지, 옛 항구의 영화 촬영지, 굴 양식장, 거대한 회색고래뼈 전시장 등 저희가 알 수 없었던 곳까지 구석구석 안내해 주었다.
그의 호의가 너무나 커서 그의 자존에 상처를 주지 않을 여러 제의를 해보았다.
-저녁 식사를 함께할까요?
"아니요. 제 아내가 저를 기다려요."
-가족과 함께 먹을 과일을 좀 사줄까요?
"아니요. 제가 과일을 먹으면 배가 아파서..."
-차에 기름을 좀 넣어줄까요?
"아직 넣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해요."
그는 숙소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 단호하게 돌아섰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Rudy, 오늘 당신의 친절한 안내로 너무나 기쁘고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Ansoo와 Minji 입니다. 당신의 운전과 안내가 아니었다면 Guerrero Negro의 아름다운 곳들을 놓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금보다 더 소중한 선물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친절한 마음을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대할 것입니다. 당신은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안수와 민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보여드릴 곳이 더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건너뛰어야 해서 아쉬웠습니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저 또한 함께한 나들이가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당신의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여러분의 친구입니다. 저는 친구를 사귀고 내 아름다운 마을을 소개하는 마음을 냈을 뿐입니다. 다음번 큰 웃음을 지으며 다시 돌아오시면 더 많은 곳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제게 가르쳐 주신 진정 어린 마음으로 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I like to do things from the bottom of my heart so my mom taught me.) 예쁘게 잘 나온 사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뵙고 싶습니다. 남은 여행 동안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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