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은퇴 후로 미루는

Ray & Monica's [en route]_77

by motif


이상한 나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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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에게

선생님 내외분의 세계여행의 발길이 언제쯤 다시 파주로 이어질까요?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파주로 돌아오실 때에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이웃으로 ^^ 따스한 집밥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두 분의 건강하고 행복과 행운 가득한 세계여행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파주에서 **엄마 박** 드림

▶박 선생님께

아, 정말이지 선생님의 이 말씀만으로 지난 3일 외부와 단절된 오지에 홀로 다녀온 뒤의 피로가 모두 녹아 버렸습니다.

Loreto에서 34km를 장중한 Giganta 산맥 속으로 들어간 산중에 있는 San Javier Mission에 다녀왔습니다. 12월 1, 2, 3일. 3일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샌프란시스코 하비에르(San Francisco Javier) 수호성인을 기리는 '산 하비에르 2023축제(Fiestas Tradicionales San Javier 2023)'가 있었던 곳으로 와이파이조차 연결이 되지않아 고립된 3일을 보냈었죠.

집밥에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요? 따뜻한 어머님의 마음을 담는 것보다 중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 선생님께서 지은 밥을 한 밥상으로 먹는 **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순간, 이미 **네 밥상에서 함께 수저를 든 큰 환희에 휩싸였습니다. 저희가 언제 돌아가게 될지는 저희도 알 수 없지만 돌아가야 할 가장 따뜻한 연유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 선생님의 마음 같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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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에게

언젠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음이 늘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도라도 필요한 이유는

적어도 기도 후에 그 기도처럼 살려는 의지가 살아있기 때문이죠."

저희도 그랬습니다.

기도밖에 할 수 없음이 항상 나약한 저희를 보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처럼 살려는 의지를 가지라고 하셔서 큰 힘이 되었지요,

소피아가 들려준 기도의 의미가 마치 큰 문이 열린 듯 와 닿았습니다.

어떤 신을 섬기든 기도하는 마음과 기도하는 손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축복입니다.

저희도 앞으로는 식탁에 있는 사람들과

식탁에 함께 하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더욱더 기도하겠습니다.

소피아의 기도는 엄마의 마음이자, 나아가 인류애를 담고 있군요.

오늘 소피아의 환대와 기도를 저희도 받은 느낌입니다.

오늘도 큰 배움과 깨달음의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는 대설을 앞두고 한파가 기승입니다.

두 분이 가시는 또 다른 도시는 어떤 따뜻함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건강히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_by SONOS

▶소노스님께

저희는 Loreto라는 마법사의 동네같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와 있습니다. 저희가 묵고 있는 옆이 오래된 성당입니다. 그 성당에서는 한 시간쯤의 간격으로 종을 칩니다. 종이 크지 않아서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놋그릇 밥공기'를 치는 것 같은 소리이지만 어쩐지 정이 가는 소리입니다. 옆집 레스토랑의 음악소리조차 잦아진 심야의 종소리는 우리에게 '기도 외에는 범접이 불가능한 불가사의의 세상'을 살고 있음을 일깨우는 것 같습니다.

오만이 악을 짓는 세상의 비극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으며 '기도하는 마음과 기도하는 손'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이들을 함께 챙기며 사는 그 마음과 실천을 저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난 3일간, Sierra de la Giganta 깊은 산중의 San Javier Mission에서 매년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하비에르(San Francisco Javier)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Fiesta에 다녀왔습니다. 300년 된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무수한 별들을 올려다보며 줄곧 경이로움에 대해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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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에게

"하나님이 원하실 때까지"

두 분이 소개해 주시는, 길 위에서 만나는 분들은 어찌 이리

숨은 철학자요, 천사요, 지혜를 주시는 큰 어른이실까요?

이 한마디가 목구멍에 걸린 복숭아씨처럼 오래도록 묵직했습니다.

93세 어르신의 이 한마디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명으로 일상을 이어가는 분들을

이렇게 지구 반대쪽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두 분께 참 고마운 마음이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입니다.

고맙습니다.^^_by SONOS

▶소노스님께

93세 어르신의 담담한 미소는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었습니다. 그저 소명을 살 뿐임을 말없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당직을 마치고 들어온 소방관 후안은 우리에게 휴대폰 속 한 맑은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성호를 긋고 그녀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장례를 치루었다고...그 날 오후 우리는 동네 한 바뀌를 함께 돌았습니다. 그 소녀가 너무 일찍 그쳐간 이틀간의 발자취를 따랐습니다. 성당과 영안실과 그녀가 묻힌 판테온까지...

그 소녀를 덮은 시멘트가 굳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묘지 십자가에는 '2020년 3월 18일~2023년 11월 27일'이라는 생몰연대가 쓰여있었습니다. 그녀의 이 세상 소풍은 3년 8개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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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에게

‘ Do not forget to show hospitality to strangers, for by so doing some people have shown hospitality to angels without knowing it.’_Hebrews 13:2

낯선 사람에게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은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만났었지요.

낯선 자,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은 소피아에게 천사를 대하는 것이며

주님을 대하는 것과 같을 겁니다.

하지만 꼭 성경 말씀이 아니더라도,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예전 우리 사회도 서로를 존중해 주고 서로 도와주는 문화였습니다.

두 분 선생님께서는 더 잘 아실 겁니다.

아마도 이렇게 천사의 대접을 받으신 것은

두 분께서 먼저 낯선 이방인을 이웃처럼 여기셨기 때문이겠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국수주의와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과 분쟁을 보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타인을 낯선 자가 아닌 '우리'로 여겨지는 날을 소망해 봅니다.

고맙습니다.^^_by SONOS

▶소노스님께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고위 당국자가 역공을 하면서 세계를 향해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도덕을 설교하지 말라."

한 멕시코 중년과 식사 중에 그가 귀엣말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비밀인데요, 사실 저는 미국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들은 항상 앞에서 정의를 말하지만 세계 모든 일의의 뒤에 있어요. 그 모든 일의 원인이 되고 있죠."

물레헤(Mulegé)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참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강변의 야자수 숲속 고급 주택들이 도열해있었습니다. 멕시코인 일행이 말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살고 있어요." 그 강변마을은 Snowbirds, 즉 은퇴자, 혹은 반은퇴자들이 겨울 추위를 피해 남부의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 살고 있는 북미사람들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멕시코에서 '미국인들'이라고 말하면 생략된 수식어를 알고 들으면 문맥을 이해하기 싶습니다. 바로 '돈 많은'이라는 수식어이죠. 그 정서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돈만 많은'이라는 뜻이 생략되어 있음을 멕시코에 지낸 몇 개월 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지나가는 차를 보고도 '미국인이군!'이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그들은 운전 스타일만 보고도 패턴이 되어버린 운전자의 특정 태도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미국인들이 말하는 '우리' 속에는 자신들이 속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이 지칭하는'미국인'은 오만한 위정자와 교만한 자에 국한 된 말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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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에게

선생님께서 붙인 이 제목이 마음을 울립니다.

"희망이 우리에게 오는 방식"

밝은 희망보다는 매 순간 어두운 현실을 담은 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날들 속에서

후안의 사명감과 따뜻한 마음은 그야말로 생명을 소생시키는 햇살입니다.

두 분의 여행과 세상 속 뉴스를 전달해 주시는 글들도 바로

"우리에게 희망으로 오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고맙습니다.^^_by SONOS

▶소노스님께

후안(Juan)의 차 옆좌석에 앉아서 San Ignacio 읍내에 나갔습니다. 후안은 지나가는 한 여성 옆에 차를 세우고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자가 내가 그 여성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결혼했습니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참 다행입니다. 저는 며칠간 이 후안과 일정을 함께하면서 그의 겉과 속을 모두 살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후안보다 더 좋은 신랑감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신랑감으로 이 후안은 어떻습니까?"

그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습니다.

"네. 좋습니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공을 후안에게 넘기겠습니다."

그녀의 공격적인 대답에 후안의 낯이 붉어지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오~ 노~ 저는 결혼하지 못해요!"

"아니, 이렇게 멋진 여성을 거절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저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만 결혼할 시간이 없어요. 저는 항상 출동 준비 중이거든요."

그 소녀의 완성되지 않은 무덤 옆 묘지 벽에는 "Voy a pasar por la vida una solo vez."라는 경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후안은 아마 이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주어지지 않을 인생, 이번 생에서 베풀어야 할 모든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친절을 지금 행하리라."

후안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봉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은퇴 후로 미룬 사람! 우리 부부는 지금 봉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은퇴 후로 미루는 사람이 사는 신비한 나라를 여행 중입니다.


https://youtu.be/NaxwYnJU1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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