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81
회색고래에 대한 의문에 답해주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준 분은 51년의 삶 중 14년째 이곳에서 고래를 만나고 있는 제라르도(Gerardo) 씨이다.
내가 그를 만났던 장소는 산 이그나시오 석호(Laguna San Ignacio)의 라 프레이데라(La Freidera)라는 곳으로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 포경업자들이 고래를 잡고 가공했던 장소였다. 회색고래는 대서양에서 남획으로 먼저 멸종위기에 처했고 이어서 이곳 바하칼리포르니아 석호에서도 거의 멸종 위기까지 갔었다. 다행히 1946년 국제 포경 규제 협약(ICRW ;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Regulation of Whaling)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었고 1994년에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어부들은 12월 말 고래가 석호에 들어올 때부터 마지막 고래가 떠나는 4월까지 그물을 칠 수가 없다. 캠프는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한 발전으로 전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물은 석호의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사용하고 화장실은 건식이다.
제라르도씨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Antonio와 Maria 'Yaki' Aguilar에 의해 설립되어 25년 이상 고래관찰여행을 제공해온 Antonio’s Ecotours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몹시 분주했다. 1년에 4개월 정도의 회색고래 시즌에만 운영되는 시설이므로 비워둔 기간에 불능이 된 모든 기능을 되살려야 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지붕까지 날려버리기도 해서 더 바빴다. 마치 풍화된 푸석돌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또 다른 한 계절을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 되는 이 일은 석호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사막을 택한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whale watching season의 도래를 앞두고 경황없었던 제라드로 씨는 나를 위해 잠시 목수의 연장을 내려놓았다.
*아래에 언급된 모든 '고래'는 '회색고래'를 지칭합니다.
-당신은 이 지역 출신입니까?
"아니요. 저의 집은 멕시코 시티입니다. 매년 10월에 이곳에 와서 고래 시즌이 끝난 후 4월 말에 돌아갑니다."
-회색고래의 회유주기에 맞출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지역 거의 모든 사람들은 회색고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올해도 10월에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올해는 한 달 먼저 왔습니다. 지난 8월 20일 4등급의 강력한 슈퍼 허리케인 '힐러리'가 이곳 가까이 접근했습니다. 그 때 강한 바람이 집들의 지붕을 날려버렸죠. 그래서 고래가 오기 전에 복구해야 합니다."
-힐러리가 왔을 때 저는 LA에 있었죠. 당시 미국 허리케인센터에서 폭풍 및 홍수 경보가 발령되고 샌디에이고와 오렌지 카운티의 해변들이 폐쇄되었었죠. 매년 폭풍이 잦아지고 있나요? 연중 몇 번이나 옵니까?
"그렇습니다.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석호를 넘어 더 가까이 오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리케인 시즌은 보통 9월에 시작하여 11월 20일 경에 끝납니다. 올해의 허리케인 시즌은 며칠 전에 끝났어요."
-이 지역의 모든 집들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리케인에 특히 취약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하기만 해도 큰 피해를 입습니다. 목수이기도 한 제가 고래가 오기 훨씬 전에 이곳에 오는 이유입니다."
-당신이 성인이 되고 난 후, 거의 절반 가까운 해를 회색고래와 지냈습니다. 고래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 당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고래를 보고 고래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이며 어쩌면 인간만큼 지능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제 잠재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었을, 우리가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에게 행하고 있는 온갖 나쁜 일들이 의식 속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이 잔혹행위들은 그들이 우리만큼 지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깨우침이 나를 크게 바뀌게 했고 고래와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나를 더욱 자비로운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 거미, 전갈은 물론 이 땅의 일부인 모두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이 행성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들도 고래가 삶의 영속성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 이곳에 오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그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단지 그들의 행위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삶의 일부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왜 멀리서 고래를 보러 올까요? 그리고 그들이 고래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습니까?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나요?
"글쎄요.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대를 가지고 옵니다. 또한 태도들도 달라요. 어떤 사람은 가능하면 고래에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셀카를 찍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모험을 원합니다. 어떤 사람은 고래와 대면하는 순간, 눈물을 흘립니다. 매우 영적인 체험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배에 태우고 나갈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갑니까? 그리고 어떤 점에 더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나요?
"아주 열린 마음으로 보트를 탑니다. 어떤 특정한 결심을 하는 순간 매번 다른 상황에서 유연한 대응이 힘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래는 사람들에게 친절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언제나 고래를 쓰다듬을 수 있고 뽀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매번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죠. 하지만 고래가 인간에게 다가오는 일은 매우 특별한 일이며 그들이 우리에게 가까이 온다면 그들이 그런 마음을 낸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고래가 왜 우리에게 다가올 결심을 하는지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들이 가까이 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단지 고래의 태도에 따라야 하는군요.
"고래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성정이 부드러운 고래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그것은 순전히 운입니다. 친절한 고래조차도 혼자 있기를 원한다 싶으면 다른 고래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고래 투어에 있어서 고래와 몇 m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의 규정은 선장이 고래로부터 5m 간격을 두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선장은 고래를 쫓거나 어떤 압력도 가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거리를 둔 상태에서 고래가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에는 고래를 만지는 것이 허용됩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어떤 고래들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들은 한 때 이 석호에서 우리의 배와 유사한 배로 사냥되었고 거의 멸종에 이를 만큼 죽임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 누구에게라도 그때의 집단적 기억이 대물림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거의 멸종시킬 뻔 했던 그 존재를 신뢰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그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그들이 우리를 용서해서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때때로 어미는 자신의 새끼를 들어 올려 배 가까이로 밀어주고 사람들이 만질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회색고래는 인간이 자신의 새끼를 만지는 것을 믿고 허락하는 그 크기의 유일한 야생 동물입니다. 물론 새끼가 갓 태어났을 때 어미는 보트와 아기 사이에 위치하면서 보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한 달 이상 자라면 배 가까이 다가가도록 격려합니다."
-지난 몇 년간 회색고래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 ;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은‘UME(Unusual Mortality Event 즉각적인 주의와 조사가 필요한 심각한 해양 포유류 멸종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 비정상적인 사망 사건을 의미)’ 조치까지 발동했었습니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 해에 이 석호에 도착한 고래는 모두 너무 말랐습니다. 이 석호에는 먹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이곳에서 몇 달간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지내다 돌아갑니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 중부 이후부터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먹을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제 생각에는 먹이 부족이 그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지난 10월 호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에 기후변화로 회색고래 먹이인 해저 갑각류의 양이 줄어든 것이 폐사의 원인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의 유추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그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몇 개월 동안 먹지 못한 채 지내다 먹이터인 베링해로 돌아간다는 것입니까?
"회색고래는 바닥먹이생물(Bottom Feeders)입니다. 그래서 이 석호에서도 바다 밑바닥 퇴적물 속에 사는 작은 유기물들을 먹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먹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이곳 해저에는 그 고래를 먹일만한 충분한 양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만(Monterey Bay) 이후부터 먹기 시작해 캐나다와 알래스카 쪽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회색고래는 태어날 때 부터 피부가 회색입니까? 그리고 얼룩덜룩한 회색 피부 외에도 많은 유기체들이 붙어있더군요?
"갓 태어났을 때는 검은 피부입니다. 자라면서 피부색이 바뀝니다. 피부에는 따개비들이 붙어있습니다. 따개비는 모든 종류의 고래, 특히 느리게 움직이는 고래의 피부에 달라붙는 기생생물입니다. 회색고래는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고래이고 몸 전체, 특히 머리에 많은 따개비들이 붙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따개비가 없지만 생후 두 달 어미와 지내면서 어미의 따개비 유충이 아기에게로 붙습니다. 또한 물속에 떠다니는 따개비 유충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얼마나 친절한 고래를 만나게 될지 궁금하군요. 나는 아마 이 반도의 남쪽으로 고래보다 더 느린 속도로 내려갈 테니 이 반도의 남쪽 어딘가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귀한 말씀들,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와 이 석호에서 직접 고래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먼 길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_회색고래투어사진 by 제라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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