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80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Baja California Peninsula)의 라구나 산 이그나시오(Laguna San Ignacio)는 사구와 사막, 멀리 산맥의 그림자가 드리운 석호의 아름다운 바다 경관만으로 매력적인 곳이지만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가는 더 큰 이유가 있다. 회색고래 때문이다. 회색고래들은 번식과 출산을 위해 알래스카의 베링해에서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의 따뜻한 바다로 이동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동물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회색고래는 북쪽의 먹이지역에서 충분히 체중을 늘린 다음 남쪽으로 이동해 12월 중순부터 4월까지 이곳에 머물며 분만과 수유를 한다. 엄마와 새끼가 함께 생활하는 장엄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 자가용 비행기로 오는 사람들을 위해 모래밭 흙을 정리해 활주로(Laguna San Ignacio Airstrip)를 만들어 두었을 정도다.
비즈카이노 생물권보전지역(Vizcaíno Biosphere Reserve)의 일부인 이곳을 11월 25일에 방문했다. 그들이 남쪽으로의 여정 중, 경유지인 알래스카와 캐나다 연안에서 회색고래 투어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매일 전해질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가 도착하지 않은 고래 서식지를 찾은 것은 이 석호 환경를 살피고 고래를 맞을 준비에 한창인 고래 관찰 가이드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회색고래가 머무는 기간뿐만 아니라 석호의 사막이 생활 터전인 몇 분의 어부도 만났다.
"이곳은 자동차길이 나지 않은 오지였죠. 진입로 일부 지역이 포장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것은 고래관찰투어(whale watching tour)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부터이죠. 수십 년 전 이 땅은 고래잡이 일본인들이 머물며 고래를 잡아 기름을 만들던 곳이었습니다."
회색고래는 몸길이 12~16m 정도, 최대 무게 45톤의 체중으로 몸체는 회색에 하얀 따개비들이 붙어있거나 얼룩덜룩한 반점이 있다. 이들은 먹이터와 번식지 사이, 16,000~22,000km를 주기적으로 이동한다. 물 밖으로 온몸을 드러내는 브리칭(Breaching)과 물 밖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 물 위로 머리를 수직으로 드는 스파이호핑(Spy-hopping)이라는 개성적인 습관으로 관찰자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호기심 많은 행동으로 간혹 스스로 배로 접근하여 관찰자의 접촉을 허용한다. 먹이지역에서 그들은 단독생활을 하거나 몇 마리가 무리를 짓기도 하지만 이주기간과 번식지에서는 큰 무리를 이룬다. 먹이는 머리 아래쪽 먹이통(Bottom Feeder)으로 해저의 침전물을 퍼올려 큰 참빗같이 생긴 수염판(baleen plates)을 이용해 갑각류와 작은 유기체들을 걸러먹는다.
회색고래는 우리나라에서는 머리를 물 밖으로 세우고 있다가 사람을 보면 귀신같이 사라진다고 해서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한 바위 틈에서 모습을 보이는 돌같이 생긴 고래라 하여 돌고래라는 이름도 가졌다. 이 이름을 고래 가이드에게 했을 때 흥미로워했다. 회색고래는 태평양의 동부와 서부의 무리로 나누어져 생활하는데 한국의 귀신고래는 서부의 무리에 속한 고래이다. 이 귀신고래는 울산 울주의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로 남을 정도로 우리 연안 바다에 흔했던 고래로 1911∼1964년 우리나라와 사할린 연안 등지에서 1천338마리의 포획 기록이 있으나 1964년 5마리의 포획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원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와 일본의 포경회사들의 대량 포획 때문이다.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원에서는 '귀신고래를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냈다.
"일 만년 동안 겨울철이면 한반도 연안을 찾아왔던 귀신고래, 그 이름도 한국계 귀신고래. 1970년대 이래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사할린 연안에서 120여두의 서식이 확인되었으며, 연간 3%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국제포경위원회, 2007), 과거처럼 우리바다에서의 발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귀신고래를 발견하여 제보해 주시면 포상금을 드립니다.
*혼획·생존·죽은 귀신고래 신고 시 1천만 원. 사진·동영상 제공 시 5백만 원
*보존과 관리 : 귀신고래는 1937년부터 국제적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해양생태계 보존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보호종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혼획이나 좌초되어 살아있는 경우는 회생조치를 취하고 죽은 경우는 학술적 연구를 수행합니다.
·머리와 몸에는 따개비의 탈· 부착 흔적이 산재해 있다.
·약 4m 높이의 수증기를 뿜어(분기) 멀리서도 볼 수 있다.
·꼬리를 들어 바다 깊이 잠수한다.
*어두운 회색 몸체에 최대 최장 약 16m로 매년 여름철 오호츠크해 생육장과 겨울철 따뜻한 남쪽바다의 번식장을 왕래하는 귀신고래는 우리나라 동해 연안을 따라 11월~2월경에 남하하여 3~4월 경 다시 북상하여 생활합니다."
이처럼 고래연구소가 발견자에게 포상금을 걸어놓고 해마다 귀신고래의 회유 시점인 12월-1월에 동해에서 귀신고래 목시조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 10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조슈아 스튜어트 미국 오리건주립대 해양포유류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해 환경이 달라지면서 북태평양 회색고래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수명이 50~60년에 달하는 회색고래는 포경규제로 개체 수가 늘어났지만 기후변화로 또 다시 감소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객체 수가 최대 25%까지 대량으로 폐사하는 사건이 3차례 발생했다. 회색고래 먹이인 해저 갑각류의 양은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기후변화로 해빙이 녹으면 갑각류의 규모가 줄고 이것이 고래 폐사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1960년대부터 회색고래 개체 수를 집계하고 있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남서수산과학센터에 따르면 현재 약 1만 4500마리 정도가 존재한다.
석호를 등지고 되돌아 올 때,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등 뒤의 붉은 황혼이 사라지자 눈 앞의 먼 하늘은 짙은 블루로 바뀌면서 서서히 무거워져갔다.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며 샌프란시스코 산맥(Sierra de San Francisco)이 완전히 어둠과 하나가 되었을 때 읍내로 돌아왔다.
산 이그나시오에서 석호(lagoon)까지는 왕복 140여 km. 그 길은 바다와 만나는 사막의 광활한 고요 속으로 딥다이빙하는 감응을 주었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자궁 속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이 빠진 석호의 모래밭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떼죽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이 섬세한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떤 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일순 두려움의 전조 같기도 했다.
#회색고래 #GrayWhale #귀신고래 #산이그나시오라군 #세계일주 #멕시코여행 #산이그나시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BajaCaliforniaSur #모티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