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으로 조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Ray & Monica's [en route]_83

by motif


바하칼리포니아수르의 창_1 | 토도스 산토스 바닷가에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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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주, 로레토(Loreto)의 숙소에서 한 더벅머리 남성이 고개를 땅으로 박은 채 자전거를 끌고 들락이는 모습을 몇 차례 보았다.


나는 그동안 '바하 디바이드(Baja Divide)'라는 트레일에 매혹되어 있었다. 미국-멕시코 국경 근처의 테카테(Tecate)에서 시작하여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 남쪽 끝의 산호세 델 카보(San Jose del Cabo)까지 종단하는 오프로드 자전거 트레일이다. 산과 사막, 해안지대까지 다양한 지형을 통과하는 약 2,700킬로미터(1,700마일)를 관통하는 도전적인 사이클린 경험을 가질 수 있는 루트이다.


내가 이 트레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이라도 만나 그 미련을 좀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 트레일이 지나는 산 이그나시오(San Ignacio)에서 '사이클리스트의 집(La Casa del Ciclista)에 여드레를 묵었던 것도 바하 디바이드를 종주하는 자전거 여행자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야영을 해야 하는 루트의 성격상 겨울이 시작된 상황에서 그들을 만나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동안 자전거 여행자와 조우하면 그가 바하 디바이드를 달리는 사이클리스트인지가 궁금했다. 나는 당연히 그 더벅머리 남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바하 디바이드 트레일을 종주하고 있나?"

"아니다. 나는 아티스트이다. 바람으로 조각을 하는..."


나는 순식간에 바하 디바이드 대신 스스로를 바람의 조각가(노마드예술가)로 정의하는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12월 4일, 그와 함께 5시간을 대화로 보냈다. 그와의 대화를 3편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다. 지금 티후아나에서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까지 만행을 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올리버(Oliver Martinez)이다. 나는 노마드 예술가이다. 지금은 12월 15일 '라파스 미술관(La Paz Art Museum)에서의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 창문전'을 앞두고 이 반도 남쪽의 풍경과 소리를 여행중이다."

-전시개막이 임박했는데 이곳에서 자전거를 탈 시간이 허락되나?

"전시준비는 모두 마쳤다. 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이 반도의 남쪽 토도스 산토스(Todos Santos)해변의 캠핑트레일러를 나의 작업실로 삼고 작년부터 이번 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작업을 해왔다. 그곳 해변의 일부가 되어 바다와 해변의 질감과 소리와 색을 그림과 조각, 대지의 설치로 진행해왔다. 미술관에 작품을 넘기고 20여 일간 자전거와 버스로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의 풍경과 소리를 쫓고 있다. 그 느낌을 내 스케치북 혹은 대지에 남기고 있다. 나는 내일 아침 8시, 라 파스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그가 라파스로 돌아간 뒤, 갓 완성한 10분짜리 영상을 보내왔다. 그의 말이 구체적으로 담긴 이번 작품의 여정이었다. 그 영상 속에는 야생에 가까운 바닷가에서 캠퍼(camper)에 팔라파(palapa : 멕시코의 해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가 오두막)을 덧댄 작업실 모습과 작업 과정이 요약되어 담겼다.)

-대지에 남기는 모래, 자갈, 조개껍질 등의 조형들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내 내면의 언어를 입체로 말하는 것이 내 조각인데, 청동으로 하는 조각은 크기가 한계가 있다. 그러나 대지에 만드는 조형은 그 한계로부터 자유롭다."

-브론즈 조각처럼 소장할 수도 없고 전시장으로 옮길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 그것은 완성된 순간 급속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소멸로 보지 않고 자연과의 인터랙티브 예술로 생각한다.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다. 자연에 남긴 것은 마모의 시간이 극히 짧을 뿐이다. 그러나 그 작업이 나를 발효시킨다. 내 사유를..."

-왜 불안전하고 불편한 유목적 방식으로 작품을 하나?

"내 창조의 뿌리는 자연이다. 내가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이유는 그 뿌리의 가닥을 찾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완성된 내 작업은 다시 그 자연 속에 남겨진 한 인간의 존재 흔적이 된다. 그러게 자연과 나는 무한 도형이 된다."

-내게 움직임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죽음 같다.

"그렇다. 길을 달리다 보면 혹은 낯선 곳에 도착하고 보면 내 여행의 일부였던 마법과 감성으로 가득 찬 순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또한 그곳에서의 우정은 또다시 내 추억 속 대가족에 추가된다. 그것은 다시 어느 순간 꿈이었던 것처럼 내게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할 것이다. 여행이 바로 그런 것이다. 나는 그 에너지에 감사하기 위해 정확한 말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유목 예술가로 만든다. 내가 다시 여행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문득 의식의 창문 너머로 나를 환영하는 새로운 지평선이 펼쳐지면 나는 배낭에 자유, 열정, 젊음, 평화를 꾸린다. *작품사진 및 영상 by Oliver Martinez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의 창문(Windows of Baja California Sur)

●장소|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미술관(MUABCS : Museo de Arte de Baja California Sur)

●기간 | 12월 15일(금요일)_4월 15일(월요일)

●오프닝 | 12월 15일 오후 5시

●관람 오전 10:00~오후 6:00(월요일 휴무)


https://youtu.be/3ZmWtekCU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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