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86
지난 12월 15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La Paz의 집주인의 초대로 함께 멕시코 요리를 만들며 문화를 나누었다. 멕시코 입국 100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우리를 초대한 옥스나르(Oxnar)는 젊은 사업가로 이곳에서 할아버지가 직접 건축한 집과 또 다른 하시엔다(Hacienda)를 휴양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저희는 옥스나르가 살고 있는 집의 문간방에서 지내고 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책상과 주방이 있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조용히 라파스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다행인 것은 전용 정원이 있는 것이다. 아내는 각종 희귀 선인장으로 잘 가꾸어진 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FIND ME on the PATIO’ 두 개 놓인 의자의 쿠션 문구도 좋아했다. 수천 종의 선인장 중 단 몇 가지의 선인장이지만 활엽수 정원에 익숙했던 온대의 나라에서 온 우리에게는 아주 생경한 기쁨을 주고 있다.
우리는 닭 우는소리로 잠을 깨고 낮 시간 잠깐 집을 나가더라도 2층이 없는 이 도시의 지평선에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번화가인 말레콘(Malecon)해변의 대로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그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번다하지만 도시의 깊숙한 부촌 주택가인 이곳은 간혹 음식을 파는 바이크 행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는 쫓아야 할 자극이 없다. 이곳은 도시의 속도가 아닌, 우리의 페이스를 지켜낼 수 있어서 좋다.
옥스나르는 우리를 찾을 때 대명사 대신 이름을 부른다. 나는 우리의 익숙한 이름이 아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그들 또한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안수, 민지! 오늘은 무슨 계획이 있어?"
"우리는 은퇴한 사람이야. 은퇴자가 무슨 계획이 있겠어. 계획 없이 살기 위해 이곳을 왔는데..."
그럼 다시 묻는다.
"아버지가 낚시 가자는데 같이 가고 싶어?"
"그럼. 왜 아니겠어?"
"그런데 말이야, 배가 작아서 3명밖에 탈 수 없거든. 어떡하지?"
아내가 금방 양보한다.
"걱정 마! 나는 낚시보다 산책이 좋아!"
그러나 그날 저녁에 옥스나르의 메시지로 아내를 두고 바다로 나가는 미안함은 지워졌다.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일 파도가 높아서 낚시는 불가능해졌다는군."
대신 그가 제안한 것이 함께 집에서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며칠 전 그가 집주변의 선인장에 대해 안내해 줄 때 피부에 좋은 사빌라(savila : 알로에 베라)와 음식 재료가 되는 노팔(nopal) 선인장에 대해 말했다.
"35년 전에 내 지인 사업가가 미국 서부를 다녀오고 나서 선인장 스테이크집을 하고 싶다는 포부에 대해 말했었어. 그런데 정작 나는 지금까지 선인장 스테이크는 물론 선인장 요리도 먹어보지 못했네."
"그래? 그럼 그 소원은 내가 풀어줄 수 있을 것 같군."
그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선인장을 재료로 하는 조리를 하겠다고 했다.
식사 약속이 있는 날 아침부터 아내도 오랜만에 바빴다. 신세만 질 수 없으니 우리도 지닌 재료로 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콩을 불려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였다. 그리고 며칠 전에 담아서 맛이든 김치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이들의 문화는 조리하는 과정까지 함께 즐기는 것. 그는 식재료들을 사다가 올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준비해온 완성된 밥을 먼저 먹고 천천히 선인장 요리를 하기로 했다.
그에게 김치의 중요 재료인 고추가 이곳 멕시코와 중미가 원산지라는 것, 그리고 미역국의 감자가 남미가 원산지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정말 처음 먹어보는 김치를 즐겼다. 김칫국물까지 밥에 부어서 비웠다. 된장을 넣은 미역국도 밥을 말아 가볍게 해치웠다.
허기가 해결된 우리는 여유롭게 선인장 요리로 넘어갔다. 오푼티아(Opuntia : prickly pear cactus 부채선인장속)에 속하는 선인장 노팔(nopal)의 줄기인 노팔레스(nopales)라는 선인장 패드를 요리에 사용한다. 패드는 작은 것일수록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 보통 20cm 미만의 크기를 수확해 사용한다. 선인장 가시가 제거된 패드는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오늘의 선인장 요리는 돼지고기를 곁들이는 카르네 콘 노팔레스(Carne con Nopales)와 노팔 샐러드(Nopalito : Ensalada de nopal) 두 가지.
먼저 카르네 콘 노팔레스의 소스를 만들기 위해 토마토와 고추, 양파를 넣어 데친 뒤 토마토 껍질을 벗겨 함께 믹스기에 갈았다.
"이것을 그냥 사용해도 좋지만 할머님은 채에 걸러서 사용했어요. 오늘은 채에 걸러겠습니다."
소스 준비를 마친 그는 패드 한장 한장을 꼼꼼히 살피면서 가시 뿌리까지 파내고 깍둑썰기를 했다.
그 사이 아내는 후라이팬으로 밥을 했다. 이들은 찰기 없는 쌀로 찰기 없는 밥을 하기위해 냄비로 밥을 하지 않는단다. 난생 처음 팬으로 만드는 밥에 도전한 아내는 불조절에 총력을 기울이드니 옥스나르로부터 칭찬들은 밥을 해냈다.
돼고기는 곁에 붙은 비계를 모두 떼어내고 도톰하게 썰었다.
"이 지방은 볶음 기름으로 사용할 거다. 물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할머니는 늘 이 돼지기름을 사용했어. 다른 조리를 할 때도 라드(lard)라는 이 돼지기름을 사서 사용하셨는데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건강에 좋다고 말씀하셨지. 그런데 최근에 라드가 좋다는 연구가 발표되더라고."
"역시 어른들의 지혜로군. 그런데 어머니가 아니라 할머니에게 이 모든 조리법을 배운 거야?"
"할머니와 오랫동안 살았거든."
우리가 콜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그는 음료로 망고를 직접 갈아 망고주스로 준비했다.
패드와 돼지고기를 볶고 준비해둔 소스를 부어 마무리하고 토르티야를 데워내니 먹을 일만 남았다.
고기와 선인장, 밥을 토르티야에 얻어 한입 베어 무니 보통 맛이 아니었다. 패드가 부드럽게 익은 고기와 모자람 없이 어울리고 소스가 풍미를 더했다. 뚝딱 한 접지를 비우고 나니 노팔 샐러드가 더 들어갈 위의 여백이 없어서 맛만 보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기 세 가지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순서야. 가격은 그 반대이고."
옥스나르의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30여 년 전에 들었던 선인장 스테이크는 카르네 아사다 콘 노팔레스(Carne Asada Con Nopales)였다. 패드를 자르지 않고 소고기와 함께 구운 것을 과카몰리와 살사와 함께 토르티아에 싸먹는 것이란다.
“우리는 식사 후 잘 먹었다는 표현을 '너무 맛있어서 병이 날 지경이야(Estaba tan
bueno que hasta me enfermé). 혹은 "너무 맛있어서 배가 탈이 났다(Me dio una indigestión de lo rico que estaba).라고 말해.”
“호스트에게 감사 표현은 그렇게 익살스럽게 하는구나. 오늘 우리에게는 그 말이 딱 맞아. 지금 배가 불러서 소화제를 먹어야 할지도 몰라.”
그는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서가의 앨범 한 권을 뽑아 펼치며 말했다.
"이 방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이 현관의 계단과 타일은 엄마가 나를 안고 정원에 앉아 계신 이 사진 속의 그 타일과 같아."
그는 넓은 정원을 돌며 정원수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타마린드(Tamarindo arbol)는 할아버지가 심어셨어. 같은 시기에 망고나무 두 그루도 함께 심었는데 그것은 죽고 말았지. 저 분홍색 그러데이션 꽃이 핀 나무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사막의 장미(Rosa del desierto)'라는 나무야."
이 집 정원의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 모두 사연이 있었다. 정원을 한 바퀴 돌 때까지도 옥스나르는 앨범을 팔에 끼고 있었다. 그의 책꽂이에는 여러 권의 앨범이 더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만든 앨범을 그에게 주었다.
선인장 요리에 대한 오랜 갈망을 영업용 식당이 아닌 그의 가정식 조리로 소원을 풀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전했다. 그가 말했다.
"낚시는 바람이 잔잔해진 다음 주에 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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