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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06. 2024

닭장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옥사나르처럼..

Ray & Monica's [en route]_96


딸의 첫걸음          


첫 아이가 태어나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아이의 단 한 순간도 놓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의 모든 변화를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그 아이를 언제나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곧 포기를 해야 한다. 그가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기까지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딸이 넘어지고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내가 겪는 시련과는 다른 고통이다. 그것은 더 깊고 오래가는 통증이다. 그 딸이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홀로 걷기를 할 때의 기쁨은 온 천지에 고함을 쳐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된다. "딸이 걷기 시작했어요. 나리가 마침내 걷기 시작했다고요!"     

이곳 라파스에서 오늘 아침, 아내가 마련해 준 커피와 빵의 소박한 아침을 먹다가 아내에게 물었다.     

"나리가 얼마 만에 걸었던가요?"

"10개월이 되는 달에 걷기 시작했지요. ... 너무 빨리 걷기 시작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당신은 모르지요?"

"아니, 마침내 걷기 시작했는데 무슨 걱정을 했지?"     

그때의 아내 마음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는 나는 정말 의아해서 되물었다.     

"보통은 돌을 지나면서 걷기 시작하는데 너무 일찍 걸으니 뼈가 체중을 견디기 전에 걸어서 다리가 휘어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되지요."     

아내는 나리가 옹알이는 언제 했는지, 뒤집기와 배밀이는 언제 하고 앉기와 손을 잡고 일어서기는 언제부터 했는지를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딸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집주인 Oxnar가 방문했다.     

"어제 닭이 첫 알을 낳았어요."     

그의 방문은 그가 딸처럼 사랑하는 암탉이 처음으로 알을 낳은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내가 궁금해하던 것이 그것이었다. 두 마리의 장닭을 거느린 저 암탉은 왜 알을 낳지 않지, 하는... 그 의문이 비로소 풀렸다. 병아리를 들인지 8개월 만이란다.     

"알은 짙은 크림색이었어요. 그런데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오늘 아침 Michelle(옥스나르의 여동생)이 출근하면서 먹어버렸어요."     

그가 반려견 Cani와 함께 떠나고 우리는 다시 딸의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퇴근이 늦고 때때로 밤을 새우는 일로 집을 비웠던 나는 아내에 비해 딸의 성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내를 통해 너무 일찍 걷는 것이 엄마에게는 걱정거리라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암탉은 생후 5, 6개월 만에 알을 낳는다는데 8개월 만에 첫 알을 낳았다면 늦은 것이다. 딸이 조금 일찍 걸었지만 다리가 휘지 않았다. 옥사나르 집의 암탉이 조금 늦게 첫 알을 낳아지만 옥사나르는 오히려 설레는 표정이다. 두어 달 먼저 걸은 딸이나 두어 달 늦게 첫 알을 낳은 이 댁의 암탉도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것이다.     

모티프원의 인스타그램 @motif.1 에 들어가 보니 모티프원을 책임지고 있는 나리는 오늘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https://www.instagram.com/p/C1tofDEpT4L/?img_index=1     

말과 글은 그의 생각이 어떻게 자라고 여물고 있는 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딸의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기사를 보는 것은 매번 조마조마하다. 아마 이 염려의 마음은 딸이 늙어도 더 늙은 나의 그 마음은 변함이 없었듯 싶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의 섭리인 것이다. 다만 내 자식들이 현생을 즐겁고 경쾌하게 살아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주위에 지쳐서 잠시 걸음을 멈춘 이가 있으면 자신의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으로 살기를 원하다.     

숙소를 운영하는 일로 늘 할 일이 많은 옥사나르는 새벽 다섯시면 일어나는데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닭장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다. 그가 적어도 갇혀 지낸 닭의 심정을 읽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나리입니다.

2024년 첫 주의 마무리가 잘 되어가고 계시는지요.     

오늘은 저의 소식을 하나 전하고자 여름 저의 모습을 소환합니다.     

저는 모티프원의 호스트이지만 배우이기도 합니다. 94년부터 연기를 시작하였으니 어찌 보면 저의 일평생의 직업이자 정체성이 배우였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 제 연기 작업도 무던히 치열하게 해왔답니다. 작년에는 3개의 연극공연을 올렸고 하나의 영화가 개봉하였답니다. 또한 희귀질환 환아와 가정을 위한 예술사업을 진행하였고 서울복지재단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상장도 받았지 뭡니까.     

모티프원에 지내기 전에는 더욱 더 다양한 일들을 해왔답니다. 바리스타, 선생님, 통역 등등 주어지는 모든 일을 하며 생계의 방편으로 삼으며 경험을 늘리고, 다양한 일들을 탐색했지만 결국에는 단 하나 배우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로 다짐하였답니다. 이제는 모티프원 호스트이자 배우라고 정리된 저의 소개를 하는 것에 아주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랍니다.     

작년 12월 저의 친애하는 친구이자 정말 멋진 ‘스토리지북앤필름 ’ @storagebookandfilm 의 대표님 마이크와 @ikikmike 작가인 태재씨가 @teje.official 운영하는 팟캐스트 ‘스몰포켓’에 @smallpocket_ 에 초대되어 공간을 운영하고 연기하는 삶에 대해 대화를 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버라이어티한 경험들은 넓은 방면, 저의 언어는 매우 짧지만 그럼에도 편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아주 오랜만에 수다 떨듯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2023년을 정리하며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고마웠습니다.     

사실 저는 꽤나 업텐션의 사람이랍니다. 중구난방 업텐션의 이야기지만 청소를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 너그럽게 들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오늘 저녁도 풍성하세요 ;)

_by 나리 @na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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