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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05. 2024

"여기에 또 다른 당신이 있어!"

Ray & Monica's [en route]_95


어느 날의 토도스 산토스


태평양 연안의 Todos Santos는 코르테스해의 La Paz로부터 차로 1시간 30분 거리. 이 도시는  작지만 세련된 도시인 La Paz와는 완전히 다른  작은 읍내다. 이곳에서는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 아니라 추상의 도시를 거닐게 된다. 

분명 현재에 있지만 뇌는 50년 전 시간 속에 있다. 태양은 눈이 부시지만 그것으로 계절을 구분할 수 없다. 토도스 산토스로 가는 일은 공간여행이 아니라 시간여행이다. 눈으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 시간속으로 빨려들어온 사람들이다. 발바닥 아래 현재가 밟히지만 현실이 아니다. 

불쑥 엠빠나다(Empanadas) 하나를 내미는 아저씨. 그리고 같은 시간을 동반하고 있는 한 여인의 어깨를 겨안으며 미소 짓는다. 

이곳에 '행복'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테여 그것을 찾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달뜬 시선을 거두기 어렵지만 마음은 눈높이 어디를 떠다닐 뿐이다.

소장품만큼이나 오래된 개인 박물관의 할아버지 학예사가 안내한 수많은 표정의 마스크가 나를 향하고 있다. 이곳은 지하의 세계이기도 하고 천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호텔캘리포니아 앞 아트숍 작가는 갤러리 작업대에서 나를 불러새우고 가게로 들어가 한 수염이 흰 마스크를 가지고 나왔다. 

"여기에 또 다른 당신이 있어!"

호텔 캘리포니아의 호텔영업은 2년째 중단되었다. 하지만 1층의 아트숍과 진주 가게, 레스토랑은 현재를 떠나온 사람들로 분주하다. 

다시 현재로 가기 위해 호텔 캘리포니아 앞에서 오른쪽 손을 들고 엄지를 세웠다. 부부가 문을 열어주었다. 라파스에서 버스를 타고 왔던 19번 국도(Carretera Federal 19)를 잠시 거슬러 오르다 우리를 내려주었다. 앞좌석의 부부는 우리가 가고자 했던 로스터리 카페 '도스 큐아렌타(Doce Cuarenta)'를  혹시 지나칠까 보아 우리보다 더 초조해했다. 우리는 오아시스에 있는 이곳에서 이날의 마지막이자 두 번째 끼니를 해결했다. 

호텔 캘리포니아 로비의 작품 속 문구가 비로소 선명해진다. "인간이 직면하는 가장 현실적인 도전은 참 사랑과 자아 사이의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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