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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24. 2024

공짜 점심은 없다

Ray & Monica's [en route]_109


의료관광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게스트분이 우리 공간을 방문하셨다. 샌디에이고에서 오신 77세의 어르신, Jon 이었다.     

"저는 내일 샌디에이고로 돌아갑니다. 떠나기 전에 당신 부부를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옥스나르로부터 한국 부부가 이곳에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길 위에 있는 동안 우리가 누군가의 손님이 되곤 했지만 이렇듯 우리가 손님을 맞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Jon의 방문이 참 반가웠다.     

도대체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궁금해하는 존에게 그간의 우리 여정을 설명해 드렸다. 특히 티후아나로부터 여기까지 버스와 히치하이크만으로 왔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워하시면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한국으로는 언제 어떻게 돌아갈 예정인가요?"

"우리는 한국을 떠난 지 겨우 10개월 남짓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지금 당신의 나이가 되는 때까지 적어도 10년 동안 한국 밖을 순례하는 것입니다."

"대단한 계획이군요. 저도 70년대 중반 청년 시절에는 현재 제 와이프인 여자친구와 함께 많이 여행을 다녔었죠. 그런데 지금은 한사코 저와 다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12살이 적은데 젊은 부인을 둔 사람은 대부분 저처럼 한 가지 이상의 문제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젊은 여성과 살고 있잖아요.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치러 할 비용이죠."

"ㅎㅎㅎ 맞습니다. 아내는 좋은 요리사에요.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는 법이죠(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존이 50년 전쯤에 이곳 La Paz를 처음 여행할 때의 모습을 들려주었다.     

"그때는 차로 이곳까지 바로 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티후아나에서 Santa Rosalía까지 도로는 있었지만 포장이 안 되어있는 것은 물론 중간중간 공사 중인 상황이었죠. 약 950km나 되는 그런 빨래판 길을 온다는 생각을 쉽사리 할 수 없었죠. 대신 코르테스 해 너머 본토를 따라 과이마스(Guaymas)까지 내려와서 산타 로살리아행 배를 타고 코르테스 해를 건너서 이곳까지 내려왔죠. 그때 폭스바겐의 작은 벌레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오면 무난했어요. 산타 로살리아부터 이곳까지는 도로가 괜찮았어요."

"맞아요. 산타 로살리아에 페리항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운항이 중지되었더군요. 그곳 터미널에도 배와 관련된 사무실은 모두 철수하고 없었습니다. 그곳의 버스 매표원은 영구적으로 운행이 중지되었다고 말했는데 항구 경비원은 2년 뒤에 운행을 재개할 거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당사자가 아니니 누구 말이 옳은 지는 알 수 없어요."

"전 이번에는 티후아나에서 비행기를 타습니다."

"그럼 오래 자동차를 타야 하는 불편도 없으니 부인과 함께 오셔도 좋았을 것을... ''

"그래 말입니다. 사업을 하셨던 장인과 10년이나 멕시코시티에서 삶았었기 때문에 스페인어도 잘하니 나를 도와줄 수 있을 텐데... 전 이번에는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 왔거든요."

"미국에서도 치과치료는 보험이 안 되나요?"

"부분적으로 되긴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1만 5천 U.S. 달러를 부르더라고요. 이곳에서는 싸고 친절하고... 그리고 우리 동네 치과에서는 고쳐야 한다는 이빨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계속 사용해도 문제없다는군요."

"물론 치과 치료차 오셔서 이곳 좋은 기후도 즐기고 휴양하고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화급한 치아 치료만을 원한다면 가까운 티후아나에서 받으면 되지않나요?"

"(옥스나르)미국인들을 위해 치과가 몰려있는 곳이 있어요. 애리조나주 남쪽의 유마 시 옆 로스 알고도네스(Los Algodones)가 그런 곳입니다."

"그곳이라면 저희 집에서도 자동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요. 염두에 두겠습니다."     

옥스나르는 메히칼리에서 10년을 살았기 때문에 국경도시에 대한 일에 해박하다.     

"미국 학교에서는 스페인어를 가르치지 않습니까?"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독일어를 배웠어요. 과학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 화학을 공부했지만 대학에서도 독일어는 전혀 사용할 기회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왜 스페인어를 가르치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워요."     

"샌디에이고의 겨울 기온은 어떻습니까?"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한기를 느끼는 기온이지요. 특히 겨울에는 눈이 아니라 비가 많이 옵니다. 50년 전에도, 2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비가 내리지 않다가 어제 하루 동안 4인치의 폭우가 쏟아졌다는군요. 기록적인 폭우죠."

"아, 세계 곳곳에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파가 휩쓸고 갔다고 하고... 기후 위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8월, 저희가 LA에 머물고 있을 때 허리케인 '힐러리'가 남가주에 접근하면서 LA에도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발령되었었죠."

"캘리포니아에도 심상 찾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후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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