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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25. 2024

"너희는 몇 번 결혼할 거야?"

Ray & Monica's [en route]_110


멕시코의 청년들

   

세계 어디나 삶은 아름다운 만큼 버겁다. 노인은 노인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당면한 처지는 각각 이럴 수도 저를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 도처의 삶은 거의 같고 조금 다를 뿐이다.      

며칠 전 옥스나르와 그의 친구들을 불러 김밥 파티를 벌였다. 파티날을 15일 월요일로 잡은 것은 배달전문식당을 하는 Diego의 휴무일에 맞춘 것이었다. 31살 Diego는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시작은 길거리에서였다. 지난 10년 동안 길거리에서 부리토(Burrito)를 만들어팔다가 4개월 전 푸전배달전문점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그들의 메뉴 중에는 캘리포니아 롤(California roll)도 있어서 한국의 김밥에 관심이 많았다.      

아내는 김밥을 준비하면서 단무지를 구할 수 없어서 식초에 소금과 설탕, 비트 몇 조각을 넣고 무를 넣어 절인 붉은 단무지를 만들어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Diego가 노란 단무지를 가져와서 깜짝 놀랐다. 출처를 물었다.     

"옥스나르가 한국산 무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구할 수가 없어서 순무(turnip)를 사용했습니다. 식초와 설탕에 카레를 만드는 강황을 넣어서 색을 냈습니다."     

Diego의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놀라웠다. 35살 Huber는 Diego의 친형으로 프로권투선수였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경기가 취소되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동생의 식당에 합류했다.      

"지금은 집에서 조리를 하고 WhatsApp으로 주문을 받아 픽업해가는 배달식당이지만 1년 뒤에는 직접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 'Casa Dom'을 열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제는 연애도, 결혼도 미루고 그 사업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인권학 석사과정 중인 Gustavo는 석사를 마치고 취업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좀처럼 빈자리가 나지 않는 곳이다. 그것이 딜레마이다. 취직을 못하면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DJ 일을 하고 있는 Frida는 매번 행사를 찾아다녀야 한다. 그렇지만 친구들 중에서 옥스나르가 제일 다급한 형편이다. 이미 두 여자에게서 세 아이를 얻어 그들의 양육비를 매주 송금해야 하는 사정이기 때문이다.      

김밥 파티가 끝난 티타임에 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옥스나르 형편은 모두 알고 있지?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한번 결혼으로 만족을 못하는 것 같더군. 너희들은 몇 번씩 결혼할 예정인지 각자 얘기해 봐라!"     

반어적으로 물은 내 말에 모두들 격하게 반응했다.     

"아니에요. 한 번만 결혼할 거예요."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요."

"그럼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구애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한 돈이 있다면 몇 번이나 결혼하고 싶어?"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프리다가 확실한 이유를 말했다.     

"사랑은 감정 이상의 소중한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혼은 약속 이상의 약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제 그날의 김밥 파티에 대한 고마움이라면 Gustavo가 해초로 만든 수제 미용비누를 보내왔다.      

옥스나르는 인근 해산물 전문점에서 구입한 싱싱한 만새기(Mahi-mahi, Dorado)와 농어(Cabrilla)로 우리를 위해 두 가지 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나는 멕시코 방식, 다른 하나는 한국 방식.      

작은 하나의 배려도 어떻게든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람들. 이 순박한 청년들의 미래가 La Paz의 투명한 바다처럼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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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파티 | https://blog.naver.com/motif_1/22332433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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