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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29. 2024

"여행 준비 마치셨나요?"

Ray & Monica's [en route]_112


La Paz의 일상

    


아내와 나는 여전히 평화라는 이름의 도시 'La Paz'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그리고 저녁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최대한 느려지고 단순화된 하루를 살고 있다. 지인이 없으니 사회적 관계는 최소화되었다.     

아내는 동네를 걷거나 자전거로 이웃 동네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나는 아침해가 비스듬히 비추는 광선이 보여주는 정원 수목들 표정의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사막식물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공부한다.      

간혹 가는 마켓에 함께 가서 일주일 치의 장을 본다. 아내는 간혹 옥스나르와 그의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해주는 것에 새로운 취미가 들었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서 아내가 조리한 적이 없었던 메뉴들까지 이곳에서 맛보고 있다.     

옥스나르는 거의 매일 한 끼는 우리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한다. 아내는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마다 왕복 20km씩 자전거로 몸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새해 결심을 흩트림 없이 계속하고 있는 옥스나르에게 십여 년 외국에서 홀로 끼니를 해결했던 아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다. 함께하는 식사시간은 사실 긴 대화 시간이다.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늘 전 여자친구에게 얻은 세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아파하는 그가 이번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멕시칼리(Mexicali)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큰 아이의 생일을 맞아 두어 달 전에 이미 항공권을 사두었단다.      

그가 우리 부부도 함께 가기를 원했다. 아이들에게도 그동안 자신이 홀로 먹었던 것을 한국 음식을 맛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그의 권유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도 그의 여행 스케줄에 맞추어 3박 4일의 멕시칼리 항공권을 끊었다. 출발일이 며칠 남았지만 하루에도 두어 번씩 묻는다.     

"안수, 민지! 여행 준비 마치셨나요?"     

하지만 여행 중인 사람이 매일 '여행 준비를 마쳤냐'라는 이상한 질문을 받는 것이 아내는 즐거운 모양이다.       


#멕시칼리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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