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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11. 2024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는 여정을 계속하겠습니다.

Ray & Monica's [en route]_117


멕시코 라파스에서 한국의 설날에 안부를 전합니다.     


Dear 방랑자     

선생님, 오늘 이곳은 설날입니다. 올해도 복된 새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발걸음으로 세계여행 이어가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선생님의 리포트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고 사진도 크게 하여 눈여겨봅니다.

나무화석! 숲이었던 곳! 그리고 소금사막!

선생님의 글이 아니었다면 어떤 이미지로도 대중에게 잘 노출되지 않을 풍경입니다.     

발전소의 송전선이 하늘을 덮었군요. 거대한 축사도 이곳에 숨어 있구요.

굳건하고 확대되어 가는 국경은 폐쇄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저 국경 너머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도 있겠지요.

지형과 사회, 국가와 글로벌 경제, 이 모든 것들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삶을 차단시켜버리는군요.     

막막한 사막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대자연의 생물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할 지를...

선생님의 글이 진정한 자양분이고 휴식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_by 소노스    

 

Dear 소노스     

선생님의 귀한 글로 설날인 이곳의 아침을 맞습니다. 아내는 마당에서 청정 공기를 날아 당도한 햇살을 쬐면서 새날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곳은 며칠간 흐렸습니다. 항시 햇살의 축복을 받다가 그것 없이 지난 며칠은 이곳에서도 온도가 많이 내려가 잠자리에서는 추위 때문에 이불을 끌어당기게 하였습니다. 늘 찾지 않아도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나를 살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햇살과 물과 흙과 불과 공기와 바람... 너무나 귀하지만 그것을 취하는데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까닭으로 소중함을 간과하고 했던... 사뭇 가장 귀한 것은 모두가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바라서도 안된다는 것을 햇살을 받은 아내의 어깨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들을 더 소중히 해야 된다는 결의도 함께하게 됩니다.     

이미 그것이 곧 생명임을 아신 선생님께서 그 앎을 홀로 실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간곡한 목소리와 글로 전하며 읍소를 해오셨습니다. 그것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나의 생명처럼 섬겨야 한다는 것을... 선생님의 절박하고 간절한 그 마음이 또한 생명수입니다.     

천국이 있으면 지옥도 있다는 것을, 행위에 대해서는 심판이 있음을, 죽음이 있으면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개념을 창안한 조로아스터교의 깨우침처럼 결핍을 통해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주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감각세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입력 정보들을 바르게 해석해 내는 지식과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는 지혜는 여전히 그대로인듯합니다. 더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점점 더 내 신체와 정신으로 해왔던 것을 휴먼 로봇과 AI에게 맡기게 될 터니...     

한국보다 16시간이 늦은 이곳 시간에서 한국의 가족들과 감각을 일치시키는 일조차 미숙해져서 저는 한국의 설날이 이미 지났다는 것도 몰랐답니다.     

명절을 맞으면 항상 죄책감이 저를 감쌉니다. 자신을 돌보는 대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던 부모님은 결국 자식으로부터는 그 어느 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나를 위해 모든 시간을 써느라 연로한 부모님께 함께하는 시간조차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기적인 아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모님의 차례상을 지키는 대신 세상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부모님의 목소를 듣습니다.     

"우리 걱정은 말거라.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내가 함께할 터니 너희들 옆에 있는 사람들을 부모처럼, 자식처럼 섬기거라!"     

아마 이 목소리는 살아생전 해주셨지만 제가 주목하지 못했던 목소리가 LP판의 소리골처럼 뇌리에 새겨졌다가 제가 그때의 부모님과 같은 당사자가 되고 보니 마침내 가슴으로 재생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 부모님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나 '현재'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희로애락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한 달 너머 머물고 있는 이 숙소의 청년, 오스나르를 아들처럼 챙깁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의 밥상은 이제 두 접시가 아니라 당연히 세 접시가 차려집니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부모님 말씀의 의미가 더욱 확연해졌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옥스나르도 간간이 아내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날짜로 설날인 오늘, 아침은 떡국 대신 아내가 있는 재료로 최선을 다한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떡국 대신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먹어야 할 나이가 비껴가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제 블로그에는 글과 관련된 사진들을 여러 장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보는 분들께서는 좀 번다할 것입니다. 여행자의 배낭은 낯선 길 위에서 언제든지 의도치 않게 우리 손을 떠나갈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디지털자료는 편리하지만 무심코 누른 키보드 한두 개로 사라질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일부라도 보존해두자는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선생님께서는 그 모든 사진조차도 하나하나 주목해 주시고 이렇듯 의미를 새겨읽으시니 고마움을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부디, 올해에도 선생님의 깨우침의 집필이 순항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_멕시코 라파스에서

    



멕시코 라파스에서 세배 올립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의 방랑을 댓글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로 격려해 주시고 때때로 사적인 공간까지 내주시면서 이슬을 피하도록 해주신 길 위에서 조우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변함없는 애정으로 모티프원을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는 여정을 계속하겠습니다.     

모두의 모든 날들이 평화롭고 충만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_2024년 2월 10일 멕시코 라파스에서 한국의 설날에

이안수·강민지 올림  


   

#LaPaz #설날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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