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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10. 2024

사막에서 왜 눈물이 날까?

Ray & Monica's [en route]_116


멕시칼리, 라구나 살라다(Laguna Salada)에서
      


미국과의 국경에 위치한 메시칼리(Mexicali)는 멕시코의 최북단 도시이다. 거대한 소노라 사막(Sonoran Desert)과 콜로라도 사막(Colorado Desert)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멕시칼리 국제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de Mexicali)은 도시의 동쪽 사막 위에 만들어졌다. 항공기는 그 남쪽에 콜로라도강이 멕시칼리 계곡을 흐르면서 시혜를 베푼 물로 농사를 짓는 땅의 경계를 넘어 사막 활주로에 착륙하게 된다.     

멕시칼리의 서쪽은 멕시칼리 계곡에 위치한 마른 호수 '라구나 살라다(Laguna Salada)'이다. 그곳으로 가는 도시의 서쪽은 사막의 일부가 도시의 변두리를 이루고 있다. 그 마을이 끝나는 곳을 차로 5분쯤 달리다보면 모두가 그것을 소비하면서도 눈에 띄기를 원치 않는 공원묘지(Panteon Municipal 'El Centinela'), 발전소, 육류가공공장이 거대한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멕시칼리화력발전소(Termoelectrica de Mexicali)는 바하칼리포르니아 북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편리를 취하는 대신 온실가스 및 여러 오염 물질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수카르네 플란타 멕시칼리(SuKarne Planta Mexicali)는 멕시코 최대의 쇠고기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도축, 가공, 포장 및 유통하고 있다. 소들이 머물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크기의 축사가 사막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도열된 지붕 그늘막 아래의 소들은 이 공장의 원자재인 셈이다. 공장으로 들어갈 소들을 본 사람이 말했다. "살찌기를 기다린 너의 희생에 눈물이 나지만 난 고기는 먹어야 해!"     

멕시칼리 교외에는 SuKarne 외에도 목장, 사육장, 도살장, 가공 공장들이 분산되어 있다. 또 다른 축산 및 가공 회사, 코랄레스 산 카를로스(Corrales San Carlos)와 돈 필레토(Don Fileto)는 멕시칼리의 남쪽 쿠카파 산(Mount Cucapá) 아래 사막의 경계에 있다.     

서쪽의 시에라 데 후아레스(Sierra de Juarez) 산맥과 동쪽의 시에라 데 로스 쿠카파(Sierra de los Cucapah) 산맥 사이의 분지인 라구나 살라다는 평균 해발 –5m로 멕시코에서 가장 낮은 육지이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중반까지는 콜로라도강의 침범과 코르테즈해 조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수심 4m 깊이의 호수였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제방이 형성되어 배수구가 없는 내륙호(Endorheic lake)가 되었다가 물이 증발되어 이름처럼 염호가 되었다. 지금은 폭우가 내릴 때 일시적으로 물이 일부 채워지는 간헐적 호수로 대부분 건조한 상태다. 이 평원 사막에서도 사람들은 용도를 찾았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기도 하고 여객기 추락 실험을 하고 국제 오프로드 자동차 경주장이 되기도 한다. 2003년 10월에는 이탈리아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콘서트를 열려 세계에서 온 5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였다.     

이 모래사막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2대 이상의 차량으로 그룹을 이루도록 권하고 있다. 조난을 대비한 최소한의 방책이다. 우리는 북쪽 도로를 따라 단지 몇 km만 진입해 사막으로 얼굴을 바꾼 호숫가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옥스나르는 동물굴을 찾았고 아내는 손바닥보다 큰 갈라진 돌 2개를 발견했다. 붙여보니 원래 한 몸이었고 무늬를 보니 나무화석임이 분명했다. 이곳이 숲이었던 시대를 생각했다. 숲이 호수가 되고 호수가 소금사막이 되는 시간의 숭엄함을...     

라구나 살라다에서 테카테(Tecate)로 가기 위해서는 시에라 데 후아레스를 넘어야 한다. 셀 수 없을 만큼 굽이진 고갯길이다. 태평양 연안 티후아나에서 멕시코만의 타마울리파스(Tamaulipas)주 마타모로스(Heroica Matamoros)까지 미국과의 국경을 따라 1,911km쯤, 멕시코 북부를 가로지르는 주요 동서 고속도로인 연방 고속도로 2(Carretera Federal 2)는 이 구간에서 상하행선이 갈린다. 바위산에 다차선 도로를 한 번에 낼 수 없으니 각기 다른 산 사면을 통해 만들어졌다.     

높고 길고 장엄한 이 산맥은 온통 바위들뿐이다. 그 모습들도 다양하다. 칼날조차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하게 절단되고 맞춰졌던 경이로운 잉카의 석축술로도 불가능한 바위돌의 맞물림으로 이어진 산맥. 신들만이 살만한 산이었다. 연방 고속도로 2를 오르면서 바라본 눈 아래는 콜로라도 사막이 아득하게 멀고 넓게 펼쳐졌다. 텅 빈 이곳의 낮이 이토록 찬란하니 이곳의 밤은 또 얼마나 고독할지.     

그 사막에 선을 그은 듯 일직선으로 지나가는 긴 인공물 하나가 있다.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 장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 의해 확장되고 강화된 현대판 만리장성은 불법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도 함께 막았다.     

사막의 산과 들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왜일까? 이곳의 밤을 지킬 고요와 별을 탓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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