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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y 27. 2024

타기는 커녕 자전거를 지고 오르고 반은 걸었다.

Ray & Monica's [en route]_160


MTB, "그래서 내일도 가려고요!"

 


한 달째 산악자전거(Mountain biking) 클럽 활동에 빠져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6일간 사막의 산으로 라이딩을 가는 '몽키 바이크 MTB 클럽(Monkey MTB Club)'에 합류한 이래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평일에는 오후 5시, 휴일에는 오전 8시, 때로는 달빛 라이딩을 위해 사막 산으로 간다. 짤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이 소요되는 라이딩에 아내는 끈질기게 그들의 루트를 함께 고수한다. 이 클럽의 멤버는 8세부터 25세까지. 에너지가 분출하는 아이들이 아닌, 64세의 여성 멤버는 그 클럽에서도 처음이었지만 클럽의 리더 세르히오(Sergio Manuel Alba Pino) 씨와 멤버들이 격려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부추긴다. 출발선에서는 매번 엄두가 나지 않지만, MTB도 처음이지만 사막산에서의 MTB는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가능하겠냐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여러 개의 라이딩 장소 중에서 오늘은 맹그로브 코스를 달렸다. 초입에 맹그로브숲이 있어서 멤버들은 맹그로브 코스라고 부르지만 이 코스 안에 두 개의 큰 계곡이 있고 이 계곡을 만드는 산등성이 다섯 개가 된다. 이 계곡과 산등성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코스의 수는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휴일인 오늘은 오전 7시 30분에 맹그로브 코스로 향했다. 시간이 넉넉한 오늘은 산의 등마루까지 올라가 산등성이를 타다가 다시 가파른 사면을 내려오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모험적이 코스를 택했다.


나는 함께 가지만 사막의 고요 속을 홀로 걷는다. 앞서 달려간 멤버들의 속도와 관계없이 내 속도를 즐긴다. 속도가 아니라 온갖 끌림에 따른다.


멤버들이 계곡 속으로 사라진 지 한 시간쯤이 지났을 때, 산속 어디에서 '야호'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시간쯤이 지났을 때 맞은편 산등성이 위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렌즈를 당겨도 누구인가를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민지~'를 몇 번 외치자 '안수~'라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분명 민지 일행이었다.


내가 맞은편 산 중턱에 다다랐을 때 사면을 내려오고 있는 그들이 자전거와 함께 구르고 넘어지는 모습을 더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저 힘들고 위험한 일을 왜 자초할까?"


출발지를 향해 걷고 있는 나를 아내가 자전거로 마중 오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하소연부터 했다.


"타기는 커녕 자전거를 지고 오르고 반은 걸었어요."

"반대편에서 보니 정말 위험해 보이더군."

"내리막은 정말 두려워요. 넘어지는데 그곳이 선인장이었어요. 선인장 가시는 어떻게든 피해야겠다고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는데 떨어진 곳은 바위였어요. 그래서 무릎에 피를 보았어요."

왼쪽 정강이 부위가 상처투성이였다.

"그러니 내일은 안 갈 거지?"

"그래서 내일도 가려고요!"


https://youtu.be/2bHoJPU8fn0 

https://youtu.be/y4QKcTOY_6I

#MTB #라파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 #세계일주 #HomoViator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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