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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12. 2024

용기와 도전의 속도, 14m/s

Ray & Monica's [en route]_167


다이빙 도전


그동안 MTB에 열중하던 아내가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MTB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니 다시 묻어두었던 수영에 대한 미련이 스멀스멀 올라온 모양이다.


동네 인근에서 가까운 수영장을 찾았지만 영업이 중단된 곳이었다. 다시 찾아낸 곳은 도보로 가기에는 먼 거리여서 등록을 망설였다.


하지만 자전거가 마련되고 안전장구도 갖추었으니 멀어서 망설였던 그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 자전거도 대로를 피해 차량 통행이 가장 적은 도로를 택해서 오가면 됐다.


이 GUM(Gimnasio de Usos Múltiples Profr. Emilio Mendoza Möuett) 수영장은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행사에 적합한 규모로 만들어진 풀이었다. 50m 레인에 다이빙 시설까지 갖춘 곳으로 스포츠 경기와 행사가 개최되는 곳이다.


선수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오전 시간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아내는 그 시간대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규모의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게 되었다.


다이빙 강습도 겸한다. 어제는 스프링보드에서 오늘은 플랫폼에 섰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현란한 공중 동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무사히 공중에서 물속으로 떨어지는 연습이었다.


"밑에서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3m 스프링보드 끝에 서도 무서워요. 오늘은 5m 플랫폼에서 뛰었는데 7.5m 플랫폼, 10m 플랫폼에서는 나간까지도 못 나갈 것 같아요."


5m 높이의 플랫폼 끝에 서는 것만으로 두렵다는 말에 수긍이 갔다. 나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번지점프대 난간에 섰을 때의 공포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216m 아래 바위 협곡으로 몸을 던졌다.

https://blog.naver.com/motif_1/30090317780

사람들은 약 3m 높이에서 떨어질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심한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10m 높이는 추락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실감하기 때문에 공포감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다이빙은 높이에 대한 선천적 두려움에 맞서는 스포츠이다. 사고와 부상의 위험도 높다. 입수가 잘못되면 신체가 파손될 수도 있다.


두려움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해보는 것이다. 직접 해볼 때까지는 계속 그 두려움이 따라다닌다. 직접 해보면 두려움의 정체를 알게 되고 개선된다.


"오늘 10명이 5m 플랫폼에 함께 올라갔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뛰어내지리 못한 사람도 있었어요. 나도 공포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아래에서 '민지! 민지!'를 외치는 것 같은데 들리지 않았어요. 산악자전거 라이딩에서의 두려움이 생각났죠. 가파른 바위 내리막길과 선인장. 하지만 다이빙은 바위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선인장 가시에 처박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자기암시를 했죠.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후덜덜한 마음은 진정되었어요."


아내는 오늘 3번을 뛰어내렸다고 했다.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떨어지는 선수의 입수 속도는 약 14m/s 라고 한다. 이 속도가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의 속도이자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도전의 속도라고 생각되었다.




#다이빙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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