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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16. 2024

대가 없이 밥 한 그릇 대접받기보다 계속 가난하겠다

Ray & Monica's [en route]_168

 

편리함의 비가역성

 


#1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기는 어렵다. 문명도 마찬가지이다.


6월 2일 자 NYT의 한 기사는 지난해 9월 아마존 열대우림 깊숙한 마루보족의 외딴 마을이 스타링크 안테나가 설치돼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 후의 원주민들의 바뀐 일상을 실었다. 뉴욕 타임스의 브라질 특파원 잭 니카스(Jack Nicas)가 2,000여 명의 부족민이 사는 그곳에 1주일을 머물며 취재한 기사였다. Starlink에 연결된 지 불과 9개월 만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가입하고 WhatsApp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타링크는 고립된 부족을 열대우림 밖의 세계와 연결했지만 부족 간의 소통은 오히려 단절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고립을 통해 수백 년 동안 보존되어왔던 부족의 고유한 삶의 방식은 위태로워졌으며 마루보가 직면한 외부의 세상에서 겪고 있는 동일한 문제, 즉 그룹 채팅과 소셜 네트워크 중독, 폭력적인 게임, 미성년자의 음란물 노출 가능성 등을 짚었다.

https://nyti.ms/3V9BFJw

 

기사를 재가공한 The Post와 TMZ 등 다른 신문들이 그 기사의 단 한 단락 '미성년자의 음란물'을 '포르노 중독'으로 헤드라인을 뽑아 침소봉대하여 내보냈다. 이 내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마루보 부족에게도 전해졌다.


이 마을에 인터넷 연결에 앞장섰던 마루보 리더인 에노케 마루보(Enoque Marubo)는 이 사실에 격분했다.

잭 니카스 기자는 6월 11일 "아니요, 원격 아마존 부족은 포르노에 중독되지 않았습니다"라는 후속 기사를 내보내야했다.

https://www.nytimes.com/2024/06/11/world/americas/no-a-remote-amazon-tribe-did-not-get-addicted-to-porn.html


이 부족에게 한대에 15,000달러에 달하는 스타링크 안테나를 기증한 자선가 르노(Allyson Reneau)씨는 이 기사를 링크했다.


나도 잭 니카스의 첫 기사를 읽으며 머지않아 아마존 부족들도 Amazon 온라인 마켓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환경파괴에 대해 즉각적으로 알릴 수도 있고 독사에게 물린 사람이 즉시 구조요청이 가능해져서 헬리콥터를 응급수송되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질 좋은 온라인 수업을 공유할 수도 있게 되었다. 10대들 중 한 명은 이제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상파울루에서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루보가 인터넷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되므로 얻어진 수많은 혜택이 있다. 일부는 “모든 사람이 너무 연결되어 있어서 때로는 가족과도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다."라고 지적하지만 마을의 리더는 되돌아가는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번 문명의 이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과 뇌는 그 편리함에 고착되어 도저히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문명의 비가역성이다.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계속 중미, 남미의 가지 않은 길을 갈 것이다.


그들보다 더 많은 문명에 노출되어 살아온 우리가 안데스산맥, 혹은 아마존의 밀림에서 조우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우리의 몸짓과 말에 묻은 문명의 먼지로 인해 혹시 그들의 영혼이 오염되지는 않을지... 16세기 스페인 정복자 콩키스타도르들이 옮긴 천연두로 면역력이 없던 아즈텍 제국의 인구가 1세기 동안 50%에서 90% 정도로 급감했던 역사가 머릿속에 맴돈다.


#2


라파스 공설시장 한편의 구두수선공 마르틴 마론(Martin Marron)에게 고장 난 백팩 지퍼를 고치러 갔다. 그와의 얘기 중에 그날이 그가 이 수선가게를 시작한 지 40주년 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40년 한자리를 지켜오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가 이 가게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니 내가 감격스러워졌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당신이 축하받아야 할 날인 것 같아요. 옆 식당에서 축하로 식사 한 끼 대접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온화한 얼굴 표정을 단호하게 바꾸며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가게를 비울 수 없다면 도시락으로 배달해 드릴 지를 물었다. 여전히 손사래를 쳤다. 왜 한사코 거절하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침내 이유를 찾아냈다. "오늘 아침을 먹었거든요." 이미 오후 1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비록 다 닳은 신발을 꿰매고 해진 가방을 깁는 가난한 나날이라도 남에게는 대가 없이 밥 한 그릇 대접받는 일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성정의 구두수선공. 눈이 안 좋아진 마르틴의 은퇴 후 꿈은 작은 목장 하나 구해서 남새를 가꾸고 닭과 염소 몇 마리 키우는 것이었다.


그 공설시장의 치즈가게, '궁수자리'는 마리사(Marisa Isabel)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는 샐러드에 넣을 치즈를 이곳에서 사곤 한다.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한번 사용할 양을 산다. 너무 소량이므로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날은 잔돈이 없어서 지폐를 내고 거스름 동전 돌려받기를 거절했다. 엄마를 돕던 딸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는 싼 치즈를 건네면서 멕시코의 전통 우유과자 하몬시요(Jamoncillo) 두 개를 슬쩍 넣어주었다.


이곳 로컬 슈퍼체인 아람부로 슈퍼마켓(Supermercado Aramburo)에는 그 마켓에서 산 고기를 숯불에 구워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 편리한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면서 20년 동안 고기만을 구웠다는 안토니오(Ansonio) 씨가 우리 고기를 굽는 동안 가정에서 바비큐를 하기에는 번거로운 일을 대신해 주는 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노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우리 고기를 싸면서 슬쩍 구운 큰 양파 하나를 넣어주었다. 그가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통양파구이를 처음 먹어본 우리는 그 맛에 반해 고기를 살 때는 꼭 양파를 함께 산다.


자전거 수리점, 몽키 바이크(Monkey bike)의 세르히오(Sergio Manuel Alba Pino) 씨에게 우리가 이 동네에 체류할 3개월 정도만 탈 수 있는 중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을지를 물었다. 그는 빌리는 값이나 사는 값이나 비슷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한 뒤 안장이 낮은 자전거 한 대를 가져와 손을 본 다음 아내에게 내밀었다.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묻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선 타보세요!" 그렇게 자전거를 받고 그가 봉사하고 있는 MTB클럽에 참가해 함께 라이딩을 즐겼다. 며칠 뒤 그가 말했다. "이 자전거는 이제 당신 거예요." 아내는 의아해 다시 물었다. "아직 돈을 드리지 않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나요?" 그의 대답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옥스나르(Oxnar)가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왔다. 자신의 일을 끝내고 오니 밤이 되었다. 그는 우리 부부의 멕시코 아들로 연을 맺었다. 우리가 그의 집에 머물 때 하루 한 끼 이상 식사를 함께했고 그 함께하는 동안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정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다 보니 부모와 아들로 가닿았다. 그가 백팩을 열고 도자기 그릇 2개를 꺼냈다. "두 분이 뜨거운 수프를 드실 때 드실 그릇이 없다는 생각을 제가 미쳐못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불과 책상, 집기 일체는 그가 가져다준 것이다.


이 동네에는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있다. 그의 오른쪽 뒷다리가 골절되어 사용하지 못하므로 유난히 눈에 띈다. 그 개에게 마음이 쓰여 저녁시간에 슈퍼마켓 '알리세르 알렌데(Aliser Allende)' 앞에서 타말(tamal)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께 그 개의 사연을 물었다. 그분은 "맥스(Max)를 말하는 건가요?"라고 되물어 확인한 다음 말을 이었다. "그 개는 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진 뒤에 이 동네로 왔습니다. 동네 사람 누군가가 '맥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고 그 후 동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면서 함께 거두고 있습니다." 비로소 다리가 불편한 그가 굶어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비밀이 풀렸다.


이곳 평화라는 의미의 'La Paz'에서 이곳의 사람들에 취해 떠나지 못하고 있다. 늘 반성한다. 이곳의 평화를 우리가 오염시키고 있지 않은지...


 



사랑받는 게 제일 좋은 '여우'의 가족을 찾습니다!!��� 


제 지인 작가께서 임시보호견 '여우'의 가족찾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물었습니다.

임시보호견 '여우'는 밭지기로 식사와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가 새끼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임보자께서는 재활치료 중으로 치료에 전염해야 할 형편이라 불가피하게 '여우'가 형편이 되는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발견 시 허약했던 여우는 임보자의 보살핌과 훈련으로 건강이 회복되어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임보자의 형편이 허락지 않은 상황에서 여우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가정을 만나는 것이 여우에 대한 사랑이라고 여기는 마음을 내보이셨습니다. 아래는 임보자의 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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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게 제일 좋은 '여우'의 가족을 찾습니다!!���

밭지키미로 방치되어, 주인에게 3일에 한 번 밥을 얻어먹던 여우는 기특하게도 4마리의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고 이제 자신의 가족을 찾습니다! 동물 병원에서도 너무 얌전하고 착하다고 하셨고, 터그 놀이할 때도 으르렁 한번 안 할 정도로 순둥이에요! 농장에 있을 때도 구조자님(@lou__story )과 봉사자님들께서 고생과 사랑으로 살뜰히 돌봐주셔서 어려운 환경을 살았음에도 그때가 믿기지 않는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행복한 때 정말 여우처럼 짓는 눈웃음과 진돗개 몸매에 긴 털의 조합이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당장 그런 농장마저 쫓겨날 위기에 저희 집에 마당임보를 왔지만, 저희 집은 이미 노령이 된 고혈압 고양이와, 저의 건강/재정 문제로 입양이 어렵습니다ㅜㅜ 또 많은 걸 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있어요. 이 예쁜 아이의 세상이 되어 줄 가족분 어서 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happy.dog.yeowoo

*https://www.instagram.com/p/C6oQ1FbPXLy



#문명 #인연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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