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190
세르히오(Sergio Manel Alba Pino)와 마릴루(Marilu Flores Alvisto) 부부는 멕시코에서 우리가 만난 어떤 부부보다도 행복한 부부이다.
세르히오 씨는 부인 말릴 루 씨와 전화통화를 할 때면 언제나 'My Darling!'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I love you!'로 대화가 끝난다. 마릴루 씨는 나의 짓궂은 질문, "다음 생에서는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세르히오요!"
세르히오 부부는 라파스의 외곽 둑길 옆에서 휠체어에 의존한 어머니를 모시고 두 자녀와 살고 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마릴루 씨는 휠체어 없이 거동이 불가능한 시어머니를 수리점으로 모시고 나와 때 맞추어 기름 묻은 손을 닦고 약을 챙긴다. 이 부부를 보면, 어떤 애옥한 물리적 환경도 금실을 가로막을 수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세르히오 씨는 30년 가까이 육상에 이어 BMX 자전거 선수로 살았고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도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분야인 자전거 및 체육관 장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정신적 스트레스가 비례했다. 나중에는 불안과 우울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지금은 작은 자전거 수리점을 열어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의사와의 상담과 처방으로도 심한 불안, 스트레스, 우울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7년간이나 주사와 약으로 자살 충동과 싸웠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태에 대해 전문의도 치유가 어려운 정신적인 질환으로 설명했습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신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 후 내게 은총이 쏟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후 저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나의 모든 재능을 지역민들에게 헌신하기로 하고 청소년과 지역 청년들을 위한 무료 MTB 지도를 시작했고 순식간에 25명이 모였습니다. 매일 오후 5시, 일이 끝나면 제 아내와 함께 그들과 함께 MTB 트랙으로 갑니다. 그 힘겨웠던 싸움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이제 저는 완전히 건강해졌습니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있고 물질보다 더 가치로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터입니다. 병과 투쟁했던 기간을 지금 돌이켜보면 깨우쳐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약과 주사,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와 작별한 대신 두 자녀뿐만 아니라 23명의 다른 가족들도 맞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돈을 더 벌기 위해 잠을 줄였지만 이제는 이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잠을 줄이는 것이 비타민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돈의 쟁취를 위해서가 아닌, 이 가족들의 꿈의 실현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가 변두리 마을에서 3개월 정주하는 동안 그의 MTB클럽, 게레로스 데 디오스 사이클링 클럽(Club de ciclismo Guerreros de Dios)에 함께했다.
세르히오, 마릴루씨 부부는 아내에게는 MTB라는 신세계를 알게 해주었고 내게는 라파스의 사막산의 신비로운 풍경을 발견케해주었다. 더불어 함께 일구는 삶의 경이로운 효능을 직접 체험케해주었다.
이제 우리 부부에게 다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코르테즈 해를 건너를 페리를 타기 하루 전날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
"제발 한 달만 더 살다 가시면 안 되나요?"
세르히오가 이 말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눈물을 떨구었다. 미리 우리가 떠날 것을 귀띔하긴 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지는 몰랐다고 했다.
마릴루 씨가 물었다.
"당신 부부는 도대체 왜 편안한 한국을 두고 이렇게 힘든 곳에서 살고 떠나기를 반복하시나요."
아내가 답했다.
"당신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요. 저희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렇게 멋진 가족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믿기지 않는 표정의 그에게 아내가 미리 적어간 메모를 보였다.
"빌려주신 자전거를 너무나 유용하게 잘 사용했어요. 클럽 멤버들과 함께 산의 트랙을 달렸고 이 자전거로 수영장도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 고마움은 우리의 마음속에 너무 깊이 새겨져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MTB 대회에서 나와 함께 달려주어서 또한 고맙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날들이었습니다."
마릴루씨가 말했다.
"이 자전거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니요. 우리는 우버를 타고 돌아갈 것입니다. 이 자전거는 우리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잘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다시 돌아오셔서 이 자전거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래요. 3년 후면 가능할까요?"
"하지만 지금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가야 할 길이 멀거든요."
이 긴 작별을 상냥하고 야무진 10살 딸, 마릴루(Marilu Alba Flores)와 무뚝뚝하고 착한 12살 아들, 세르히오(Sergio Manuel Alba Flores)가 지켜보고 있었다.
"10년 후 너희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내의 물음에 세르히오는 웃기만 하고 마릴루는 꿈을 얘기했다. 아내는 마릴루와 한참 얘기를 이엇다.
"저는 수의사가 되고 싶지만 프로 사이클리스트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 너는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될 거야. 네 의지가 얼마나 굳은지 난 잘 알거든."
"민지는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 거예요?"
"글쎄~ 계획이 하나 있기는 하지. 10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린이들에게 영어동화를 들려주면서 재미있게 영어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소망이 있어. 그래서 나도 매일 영어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우버는 모퉁이를 돌아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네 식구의 환송을 감당하기에는 좀 벅찬 이별이었지만 서로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이별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안녕! 라파스의 가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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