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5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여행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여러 주의 항목 중 하나는 '밤길 조심'이다. 제일의 복지를 자랑하는 나라에서도, 문화적 풍요로움을 자랑삼는 나라에서도, 제일의 군사대국에서도 내 여권과 카드, 안위를 수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여정은 중단된 체 발이 묶이거나 어쩌면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안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나야 길 위에서 죽는 것을 복받은 일이라고 여기더라도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하는 일은 남은 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어제 호스텔 주인에게 말했다.
"우리의 체류를 한 달 더 연장해 주세요."
그는 얼굴에 희색을 띄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부인에게 말했다.
"한 달 연장이 가능한지 점검해 주세요."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이 말했다.
"A partir de diciembre, la tarifa de la habitación aumentará porque es temporada alta, pero le aplicaremos la tarifa actual(12월부터는 성수기이기 때문에 객실 요금이 오르지만 현재의 요금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즉시 화답했다.
"Acaban de confirmarse dos asientos para su pareja en el cielo del reino de Dios. De ahora en adelante, ya no tendrán que asistir a los servicios eclesiásticos(방금 하느님 나라 천국에 당신 부부를 위한 두 좌석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부터 더 이상 일요예배에 참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인이 사무실이 떠나갈 듯 큰 웃음을 웃었다.
아직 한 달 예약의 반이 남았지만 다시 한 달을 연장한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안티구아가 밤길이 안전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큰 이유는 사람들의 천성이 사랑스러운 것과 더불어 골목은 드라마틱 하고 탐구할 궁금증은 무궁한 곳이기 때문이다.
#2
우리 부부는 오늘 밤도 가로등 조차 드문 안티구아의 밤길로 나섰다. 온 도시가 꽃향기로 가득했다. 내일부터 펼쳐질 '꽃축제(Festival de las Flores)'때문이다.
안티구아의 관과 민의 역량이 총 동원되는 이 '꽃축제'는 2019년에 11월을 '꽃의 달(el Mes de las Flores)로 선언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안티구아는 건기(11월 - 4월)와 우기(5월 - 10월)로 나누어지지만 해발 고도 1,5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연평균 기후가 약 23도 내외인 만큼 사계절 꽃이 피는 곳이기도 하다.
이 온화한 기후에 아름다운 고도보다 꽃축제가 더 잘 어울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79년 등재)인 이 도시의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의 촉진에 꽃축제가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 지역의 기업가 그룹이 주목한 것이다. 꽃의 색채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의 이미지와도 잘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꽃축제는 플로리스트뿐만 아니라 음악가, 화가, 사진작가, 전시기획자, 조각가, 연극배우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루이스 캐럴의 아동 소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을 주제로 한 올해의 꽃축제는 11월 16일과 17일, 양일간의 주말이다. 도심은 모든 도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거리와 집들은 생화로 장식된다.
축제 전날 밤의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음날 축제 개막에 맞추기 위해 꽃 장식을 위해 밤을 새우는 플로리스트와 예술가 및 축제에 동참하는 회사원들과 가족들, 그 경이로운 작업들을 지켜보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몰려온 사람들이다. 이 경이로운 밤의 거리를 거니는 우리는 도시가 아니라 큰 화원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꽃에 취한 나는 아내에게 와인 한 잔을 제안했다. 아내가 화들짝 놀랐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지출이 많아 물가가 낮은 이곳에 와서도 그 출혈을 만회할 때까지 지출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꽃 장식이 한창인 도로변 카사 트로콜리(Casa Troccoli)로 들어갔다. 지난번 외출에서 이 고색창연한 집의 한 테이블을 점유해 보리라 결심했던 곳이다.
나는 나를 위한 커피 한 잔, 아내를 위한 화이트 와인 한 잔, 그리고 저녁을 먹지 않은 아내를 위한 파니니 한 접시를 주문했다. 나의 절제된 주문(?)에 우아한 할머니 서버께서 "일인분만요?"라고 묻는다. 나는 배가 너무 부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니니의 반은 내가 먹었다. 그리고 함께 나온 정말 맛있는 감자튀김도 대부분 내가 먹었다.
우리는 구석구석 450년이 넘는 세월의 켜가 가득한 공간에서의 밤이 더 없이 좋았다. 11시가 넘어 흡족한 표정으로 그 집을 나오면서 아내가 말했다.
"이 공간처럼 갖은 시간의 레이어가 가득한, 앤틱한 사람으로 함께 숙성됩시다."
#은퇴여행 #꽃축제 #안티구아 #과테말라 #세계여행 #모티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