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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4시간전

꽃의 위로, "누구나 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구나!"

Ray & Monica's [en route]_259




 꽃축제(Festival de las Flores)_2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아마, 안티구아에 도착한 이래 가장 분주했던 이틀이었지 싶다. 내 인생에 꽃이 궁금해 그렇게 바쁜 시간이 올지는 몰랐다. 사실은 꽃 자체보다 11월 16일(토요일)과 17일(일요일)에 열린 이 도시의 '꽃축제(Festival de las Flores)' 자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도시의 관광과 경제 활성화, 이미지 고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젊은 기업가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축제가 애초의 기획의도에 부합한 결과를 내고 있는가가 제일 궁금했다. '축제'가 워낙 남발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추세 속에서 이 축제도 용두사미의 전철을 밝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더불어 축제 전날, 밤을 세워 설치를 하던 꽃 장식들이 어떻게 완성되었고 그것이 방문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2014년의 꽃축제 주제는 루이스 캐럴의 아동 소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로 이 소설을 영감의 소재로 활용해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3회 때인 2019년의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것을 시작으로 테마축제로 전환했다.


시에서는 공원과 공공장소의 꽃장식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 가게에서 자신들의 비용으로 꽃 설치를 했다. 기업에서는 주어진 주제 내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장식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설치물에 회사 이름을 넣거나 홍보하고자 하는 QR 코드를 노출한다.  


동서와 남북 각각 다섯 블록씩의 행사장인 도심에 있는 회사나 가게는 자신의 가게를 직접 장식하거나 차량이 통제된 가게 앞의 도로에 설치작품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가 행사장밖에 있는 회사 중에서 행사에 참가하고자 하는 회사는 도심의 큰 도로를 활용했다. 한 인공암벽장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시청 앞에 설치물을 만들어 축제의 주제를 실현하면서 한 면에 암장을 표현해서 회사를 홍보했다. 


가난한 병자들을 무료로 치료하고 빈민 노인과 어린이를 돌보는 '페드로 형제의 사회사업재단(Obras Sociales del Santo Hermano Pedro)'은 평소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불가능했던 병원(Hospital de San Pedro)의 중정을 꽃으로 장식하고 개방했다. 회랑은 벼룩시장 셀러들에게 제공하고 수익의 일부를 병원에 기부하도록 했다.


병원 성당(Iglesia Santo Hermano Pedro de San José Betancur) 앞에는 노란색 성당을 배경으로한 꽃 아치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지난 밤, 밤을 세워 아치를 만들던 병원 직원들의 노고가 긴 줄로 보상이 될만했다. 


과테말라의 각 지역을 연결하는 화려한 색상의 치킨 버스 한 대가 도심 거리를 가로막고 주차되어 있었다. 그 의문의 답은 밤새 화려한 꽃차로 바뀌어 전후좌우 모든 면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군중들로 에워싸인 모습이 있었다.


아침 일찍 빵을 구워 유명 호텔의 문 앞 도로변에 낡은 자동차를 새우고 자동차 트렁크를 판매대로 사용하던 자동차노점빵가게 부부의 차도 꽃으로 장식되었다. 덕분에 자동차가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는 예외를 적용받았다. 


옥가공회사인 제이드마야는 뛰어난 감각으로 가게의 파사드를 장식해 감각이 더 중요한 젊은 사람들을 줄 세우는데 성공했다.


#2


MUNAG(Museo Nacional de Arte de Guatemala 과테말라 국립 박물관) 앞에서는 플로럴 마켓이 열렸다. 이는 지역 화훼농가나 소규모로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직거래 장터로서의 역할을 했다. 아내도 이 도시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키워보겠다며 라벤더 화분을 하나 샀다.


2017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8회를 맞은 꽃축제는 이미 국내외에 알려져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방문객들로 도시는 만원이었다. 가족단위에의 방문객 위주로 호텔들의 객실이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었다. 우리 부부가 묵는 호스텔에는 마당에 텐트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직접 만난 사람 중에는 자동차로 4시간이 넘는 케살테낭고(Quetzaltenango)에서 온 가족부터 미국과 캐나다,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에서 온 사람, 카리브제도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사람까지 다양했다.


방문자들은 각자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자신들의 특별한 의상과 장신구들로 성장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꽃장식외에도 콘서트, 퍼포먼스, 꽃테마패션쇼, 요리 워크숍, 식용꽃 요리대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풍요로워진 이 축제는 과테말라 전역에서 Semana Santa(성주간) 다음의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성장을 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서 SNS를 장식하는 바이럴 컨텐츠가 되었다. 이 축제가 일찍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 잡는 데는 이 바이럴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도시를 뒤덮은 꽃으로 11월은 안티구아의 가장 아름다운 달이 되었다. 이 기간에 맞추어 결혼식을 하는 이들들도 있었다. 그렇게 꽃속의 사람들 또한 꽃이 되었다.

#은퇴여행 #꽃축제 #안티구아 #과테말라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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