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61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여러 사람에게 말을 붙이는 나의 평소 성격(너무나 내성적이었던 내 자신이 너무 불편해 나를 아무도 모르는 대학에 들어갔을 때부터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어진진 일종의 습관) 때문에 늘 사람들이 바뀌고 여려 지역 여러 연령대(대부분은 30대 미만의 청년들)의 사람들로 가득한 호스텔은 방문을 열고 나가면 언제나 내가 말 붙일 수 있는 사람이 그곳에 있어서 좋다. 과테말라에 와서도 그렇게 친구가 된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있다.
여러 날 이 호스텔을 들썩이게 하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4명을 주목했다. 그들과의 대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함께 공부를 하고 있거나 카드게임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그들의 시간을 방해할까 싶어서였다. 그 시간은 그들이 떠나는 날 아침에 만들어졌다.
큰 배낭들을 꺼내놓은 곳을 보고 다급하게 말을 붙였다. 나와 대화할 짬은 허락되었다.
안나 폴라(Anna Paula), 리사(Lisa), 탐모(Tammo) 그리고 데이비드(David) 네 사람 중에서 아래 질문의 대답은 주로 안나가 했지만 대화에는 네 사람 모두 참여했다.
-지금 떠나는 건가요?
"안티구아를 떠나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스페인어 선생님 댁으로 들어가서 2주간 더 공부할 예정이에요?"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이미 2주를 배웠으니 한 달간의 외국어 공부에요. 우리는 앞으로 1년가량 중미와 남미를 여행할 예정이므로 그것만으로도 스페인어권의 중남미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1년간의 이 여행을 위해 대학을 휴학한 건가요? 아니면 회사에 사표를 낸 건가요?
"아니요. 저희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위해 1년간의 갭이어( Gap Year)를 갖기로 한 거예요."
의외였다. 그들은 독일에서 법적 연령으로 구분되는 'Youth(청춘 14세에서 18세)'과 'Young Adult(젊은 성인 18세에서 21세)의 경계에 있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Minor(미성년자)'였던 것이다.
-아~ 그러니 이렇게 큰 배낭도 마치 밥상 위의 접시처럼 가볍게 들어서 매고 다닐 수 있군요. 우리 부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당들처럼 큰 배낭을 매고 다니던 시절... 지금 나는 배낭 대신 캐리어를 끌고 있고 나보다 조금 더 젊은 아내는 바퀴 달린 배낭을 메거나 끌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때가 있었지요. 74년 전이죠. 그래서 외교관이나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에 나가는 기업인 외에 여행으로 외국에 나갈 수는 없었어요. 외화유출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 정책으로 해외여행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던 거예요. 그것이 풀린 것이 1989년이었어요. 그해 처음으로 우리는 배낭여행을 갔었어요.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으로..."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었네요."
-우리는 은퇴했어요. 은퇴하면서 10년쯤 한국 밖에서 살아보기로 결정했어요. 우리가 청년이었을 때는 정부 정책 때문에 해외의 다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 곁을 지켜야 하는 가장의 역할을 하느라 해외에서의 삶을 경험해 볼 수는 없었거든요. 우리의 10년 해외 순례는 어떤 면에서 갭이어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들의 갭이어는 사회적 의무를 살아야 하는 앞으로의 삶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공부여행이라면 우리의 여행은 어떻게 은퇴 후의 삶을 관조하며 살지에 대한 공부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와우! 10년간 해외를 여행한다고요?"
-우리는 은퇴했어니까요. 당신들은 우리보다 감수성이 예민하니까 우리가 10년 걸려 배울 수 있는 것을 1년 만에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청년들에게 갭이어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갭이어를 갖는다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라고 했지요."
"지금의 우리와 같은 입장이었겠군요."
-그렇죠.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갭이어를 갖는 경우가 몇%쯤 될까요?
"글쎄요. 40%쯤... 친구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30%쯤 되지 않을까? 아무튼 전체 통계치를 알 수는 없지만 3, 40%쯤 될 거예요.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입학이나 취업 전 혹은 개인의 성장을 위한 여행, 인턴십, 자원 봉사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거든요."
독일에서는 사회에 기여하면서 실질적인 직업 경험을 쌓으면서 진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Freiwilliges Soziales Jahr"(FSJ : 자발적 사회의 해)'라는 정부 지원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다.
-지금은 급격하게 바뀌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갭이어가 그렇게 보편적이는 않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바로 대학을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갭이어를 갖는 것을 1년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불이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12년 전 내 아들은 갭이어를 갖고 싶어 했고 나는 기꺼이 그의 결정에 따랐어요. 그는 대학에 가는 것에 약간은 회의적이었고 간다면 왜 가야 하는지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고 싶어 했어요. 1년간의 여러 고민을 그친 뒤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정했죠. 그는 영국에서 영화를 공부했어요. 치열한 고민 뒤에 스스로 선택한 전공인 만큼 열심히 공부했어요. 재학 중에 제작한 단편영화로 칸을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입상하고 초대받았죠.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가 지금도 열정적으로 영상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만약 갭이어가 없었다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대단하군요. 우리도 갭이어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스페인어 공부후 어디를 여행할 예정인가요?
"중미를 여행할 거예요. 그리고 남미로 여행은 계속될 거예요."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는가도 중요한데 네 사람은 같은 학교 동기인가요?
"3명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한 사람은 다른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저와 초동학교부터 친구예요."
그들은 그들의 몸집만큼이나 큰 배낭을 사뿐하게 메고 우리와 작별했다.
미래는 지금 존재하거나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에 대처해야 하는 젊은이로서 그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을 스스로 돌파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행 길 끝에 답이 일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캡이어의 시간을 통해 목표를 모색하고 그 목표를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뛰어 갈지를 알고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다. 부모 혹은 선생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10년을 달린 뒤 자신의 좌표를 보니 반대 방향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더 큰 절망이 무엇이겠는가?
그들의 미래를 교실 안에서만, 혹은 나라 안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권의 대륙을 순례하면서 내린 결론은 적어도 다양성의 중요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고민이 바탕에 깔릴 것이다. 갭이어를 통해서 그들이 원하는 일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할 수 있는 각자의 잠재력을 찾을 수 있기를 빌었다.
#2
그들이 떠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에게도 추억이 될까 싶어 함께 찍은 사진을 안나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그리고 대화의 소재가 되었던 우리의 배낭 멘 사진도 함께 보내면서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The pictures below are of our youth. Everyone has their youth, but when we look back like us, we miss those days when we can't go back. That's why I envy your youth right now. I hope you spend your youth in a valuable way(사진은 우리 부부가 젊었을 때의 사진입니다. 누구에게나 젊었을 때는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때를 그리워할 수는 있어도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요. 당신들의 젊음이 부러운 이유입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지금의 젊음을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나가 제법 긴 답을 주었다.
"Thank you very much! It was also very enriching and inspiring for us to talk to you. It was a real pleasure! Thank you for the advice and opinions and thank you for the encouragement for our gap year. If you have any advice for our trip or our youth or life in general we would be very happy and grateful to hear it!
The pictures of your youth were touching to see and we couldn’t help but see ourself in you a little bit. Hopefully we can also adapt some of your mindset - which is very inspiring for us - when we are older.
We also hope to see you again! Feel free to write to us whenever you are in Germany, we would be delighted to welcome you to Göttingen. And who knows, maybe our paths will lead us to Korea at some point, we’ll see.
It was a pleasure greeting to know you! We wish you a wonderful day and an enriching journey!
(정말 감사합니다! 또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으며 영감을 주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조언과 의견, 또한 갭이어에 대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만약 우리의 여행이나 젊음 또는 삶 전반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매우 기쁘고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의 젊은 시절 사진은 감동이었습니다. 당신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나이가 들었을 때도 당신의 영감을 주는 사고방식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독일에 오신다면 언제든지 메일을 주세요. 괴팅겐으로 오시는 것을 기쁘게 환영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길이 한국으로 이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두 분을 알게 되어 기뻐요! 멋진 하루와 풍요로운 여정을 기원합니다!
)"
나는 다시 그들의 조언 요청에 응함으로써 기꺼이 꼰대가 되기로 했다.
"Thank you for your reply like this. It's too bad that I couldn't talk to you more earlier when you stayed in the same accommodation.
I know how precious your youth is, because it's a time past that I can't come back to. Nevertheless, I thought that even if our retired couple could not physically become young, we could maintain our youth mentally. In other words, I thought that if we could learn the values of our time together and keep pace with the healthy thoughts of young people today, that would be how young our couple would become.
So we decided to leave Korea for 10 years and travel to different cultures. During the trip, we hoped that we could feel and learn things that were different from the past, which was important when we were young, by talking to young people who had different ideas. I thought that was what we still live young.
I envy the energy of youth that you can carry big backpacks with you, but I have something you don't have. It's an experience. I have 67 years of experience. That there are things in that time that I have tried and failed more and succeeded more than you.
I've always shared some of my thoughts below with my daughter and son. That's what you guys want to hear from me.
First, experience is more important than money. And share the experience. It will make yourself wiser.
Second, try more. So try more failures. In the end, it will be an instrument of success.
Third, meet a different region, a different culture, a different person. Then you will love all of the world.
Fourth, be suspicious. Be suspicious of the possibility that what I know is wrong. Then you will be able to draw for yourself a more certain map that approaches the truth.
Fifth, ask questions. Not asking questions is the beginning of misunderstanding and the way to live with preconceived notions forever.
Sixth, write. It is embodying one's own experience and knowing more about who one is.
I really give you great support for your courage and challenge. If you have a chance to go to Korea, please let me know. I will be able to meet my three sons and daughters and be good friends with each other. Thank you very much(이렇게 답장을 주어 고마워요. 이곳에 머물 때 좀 더 일찍 당신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나는 당신들의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압니다. 내게는 다시 올 수 없는 지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은퇴한 우리 부부는 우리가 육체적으로 젊어질 수 없을 지라도 정신적으로는 얼마든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동시대의 가치를 함께 배우고 지금의 젊은이들의 건강한 생각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우리 부부가 젊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우리는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 다른 문화권을 여행하기로 결심했어요. 그 여행 중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동시대의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우리가 젊었을 때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진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랐죠.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젊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큰 배낭을 지고도 씩씩하게 다닐 수 있는 그 젊음의 에너지가 부럽긴 하지만 내게는 당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경험입니다. 내게는 67년이라는 경륜이 있죠. 그 시간 동안 당신들보다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실패하고 성공한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딸·아들과 아래 몇 가지의 생각을 공유해왔습니다. 당신들이 내게 듣고 싶은 것도 그것이지 싶습니다.
첫째, 돈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나누어라. 그것이 스스로를 더 현명하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시도해 보라. 그래서 더 많이 실패해 보라. 결국 그것이 성공의 도구가 될 것이다.
셋째, 다른 지역,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라. 그럼 세상 모두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넷째, 의심해 보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가능성에 대해서 의심하라. 그럼 진리에 다가가는 좀 더 확실한 지도를 스스로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질문하라.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오해의 시작이고 선입관과 영원히 함께 사는 길이다.
여섯째, 글을 써라. 그것은 자신의 경험을 체화하는 것이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더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당신들의 용기와 도전에 큰 응원을 보낸다. 당신이 만약 한국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알려달라. 나의 세 아들딸과도 만나서 서로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 고맙다)."
●아들과 함께한 1년간의 갭이어(gap year)
https://blog.naver.com/motif_1/30157431136
●"미국청소년과 함께 자전거여행으로 국내의 멘토들을 만나다", 이영대
https://blog.naver.com/koreagapyear/220647746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