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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치야코프미술관 티케팅 직전의 비상탈출

모스크바에서의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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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치야코프미술관 티케팅 직전의 비상탈출

INTO THE WEST_38 | 모스크바에서의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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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1만여 km를 달려 도착한 모스크바. 11개의 시간대로 펼쳐진 거대한 영토를 하루 한 시간씩 시간이 늘어나는 곳으로 서진해 당도한 곳입니다.


국토의 3/4이 사람의 삶을 영위하기 힘든 동토인 곳을 피해 인구의 4/5가 서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모스크바는 그 인구 중 2천만 명을 품은 거대도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극한 대립의 냉전 시기에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1991년 12월 26일에 해체된 중앙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소련)의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에게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의 3일은 나의 이런 러시아에 대한 정서적 괴리와 부조화를 현실과 일치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것은 직접 많이 모스크바와 대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로, 지하철로, 안내를 받아 함께 혹은 홀로 모스크바를 누볐습니다.


모스크바를 진입하면서 인상적인 것은 스크바 환형자동차도로(Moscow Ring Road, MKAD)였습니다. 인구가 밀집된 거대도시로 들어오는 트래픽을 우회하기 위해 도시경계를 따라 건설된 108.9km의 도로는 1961년에 개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차선 도로 양편의 자작나무 숲을 시속 100km로 달리는 호쾌한 드라이브를 제공했습니다. 모스크바는 콜체바야(Koltsevaya)라는 3개의 환형도로(ring road)에 가장 안쪽 환형도로 안의 중심에서 방사선 모양으로 도로가 펼쳐진 방식입니다.


간판이 없는 것만으로도 도시는 청결했습니다. 빌딩들이 온통 간판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산 사람에게 마치 고딕의 붉은 아우성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무표정이 아니라 밝고 친절하고 기꺼이 여행자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기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길을 물을 때마다 자신이 모르는 곳일지라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길찾기'앱을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고 안내했습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단지 머리가 흰 아내가 타자 앞자리의 한 여성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를 해주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여전히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 찾은 트레치야코프미술관에서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정오쯤 막 티케팅을 하려는 순간, 티케팅을 위한 입장이 거부되었고 보안요원들이 급히 기존에 입장한 관람객들을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수백 명의 관람객들이 일시에 미술관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입장이 거부된 이유를 물었을 때 보안요원들은 '비상상황'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미술관으로 출동했습니다. 나는 그 '비상상황'이 더욱 궁금해져서 미술관을 나온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대부분은 영문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단 한 사람이 '정확하지 않지만 미술관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점심을 먹고 입장이 다시 재개될지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20세기 러시아 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 뉴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조차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친구의 관람을 안내하기 위해 온 두 모스크바대학생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입장불가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 어떤 공지가 되어있는지를 체크해 보도록 부탁했습니다. 사건 몇 시간이 지나 뒤였지만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아무 공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트레치아코프 미술관의 미술품을 수집하고 모스크바시에 기증한 19세기 모스크바의 예술인 후원자이자 컬렉터였던 파벨 미하일로비치 트레치아코프의 동상을 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맞는 모스크바는 요란하지 않은 환대였습니다. 하지만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의 알 수 없는 '문제'로 내게 다시 모스크바를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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