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정은 '관계의 탐구'
"한 발 더 다가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INTO THE WEST_39 | 함께하는 여정은 '관계의 탐구'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30명이 함께하는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 여정은 늘 '평온'만으로 충만할 수는 없습니다. 매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서 하루하루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전장을 향해가는 병사들의 모습처럼 감정이 팽팽합니다.
같은 여정에서 발현되는 한 사람의 다양한 속성에 경탄하게 됩니다. 이 상황은 '관계의 탐구'를 위한 잘 설계된 실험실 같기도 합니다.
사람은 어느 한순간도 '관계의 망'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원치 않는다고 관계의 망을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연을 비롯한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인간의 관계에 한정하더라도 평생을 탐구하고 그 결과대로 살아내야 할 화두입니다.
그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에 관한 태도가 그 사람을 결정짓게 됩니다. 존경은 그 관계의 결과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의 화학적 변화입니다.
하루치의 여정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면 내일 눈을 떨 수 있을까 싶은 기진한 상황에서도 아침에 다시 눈을 뜨면 서로 환환 웃음으로 대면하면서 새로운 하루를 어떻게 더 즐겁고 유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각자의 아이디어들을 공유합니다.
서로 말부터 조심하면서 먼저 '좋은 나'가 되자는 제안을 하곤 합니다.
강나윤 가이드대원은 어릴 적 아버지의 당부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라 한 마디의 감정 담긴 말은 상대에게 두 배의 상처를 남기고 한 마디의 칭찬은 두 배의 기쁨을 안긴단다."
어제 아침에는 출발을 준비하는 호텔 마당으로 이용갑 대원이 두툼한 책 한 권을 들고 나왔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응축된 짧은 문장 423편을 담은 '걷는 독서'라는 책입니다. 여행 중에 영감을 얻기 위해 때때로 무작위로 펼쳐서 봅니다."
함께한 일행이 돌아가면서 이대원의 방식대로 한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다."
"부딪쳐야 불꽃이 인다. 갈등에서 창조가 인다."
"이 지상에 무엇 하나 홀로 이룬 것은 없다. 이 세상에 누구 하나 홀로 빛나는 건 없다."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해맑듯 어려움이 많은 마음일수록 더 푸른 봄물로 흘러가리라."
각자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나같이 지금의 우리 상황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제시된 해법이라며...
오늘 아침 지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뵈온 날이 한참입니다. 늘 건강하시지요? 여행길에서도 더많이 행복하시니 사진으로도 반갑습니다. 도서 '걷는 독서', '너의 하늘을 보아' 등 박노해시인님 도서 몇 권 모티프원으로 보내드리었습니다. 금년이 가기 전에는 꼭 가서 뵙겠습니다. 행복한 여정 걸음걸음 환하고 밝은 길 되시길 기원합니다. ***드림"
교단에서 매일 학생들을 대면하시던 분이 어느 날 큰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똑똑하고 치밀하고 성실한 네가 내 사업을 이어 맡아다오."
아버님의 간청으로 하루아침에 사업가가 되어 그 길을 다시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매진하고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사업가입니다.
늘 먼저, 온전히 챙기고 보듬는 이 메시지만으로도 앞으로의 여정에 절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를 느낍니다.
'어떤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을 떠올립니다.
오늘은 상대에게 한 발 더 다가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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