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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이 잠시 커튼을 걷었습니다

Ray & Monica's [en route]_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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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이는 안티구아의 화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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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안티구아는 4개의 주요 화산이 도시의 남쪽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곳입니다. 아구아 화산 (Volcán de Agua), 파카야 화산 (Volcán de Pacaya), 아카테낭고 화산 (Volcán de Acatenango), 푸에고 화산(Volcán de Fuego)이 그것입니다.


도시의 정남 쪽에 위치한 해발 3,760m의 아구아 화산은 그리드 레이아웃으로 설계된 안티구아의 가장 상징적인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보이는 가장 임팩트 있는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는 이 화산은 현재 활동을 멈추고 자애스러운 어머니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가장 가깝기는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운무로 가려서 봉우리를 잘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운무를 걸친 그 자태가 더 경외스러운 모습이라 저희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이 산을 향해 문안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해발 2,552m의 파카야 화산 (Volcán de Pacaya)은 안티구아의 남동쪽에 위치한 활화산입니다. 2018년에 대형 분출이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소규모의 분화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성층화산으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활화산 중 하나입니다.


안티구아 남서쪽에 위치한 해발 3,763m의 푸에고 화산은 중앙아메리카 전역에서 가장 활동적인 활화산입니다. 이 화산의 자리에는 원래 매세타 화산이 있던 곳으로 고대의 그 화산이 화산활동으로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화산 분출로 이 화산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까지도 빈번한 대규모 폭발로 주변 삶에 가장 위협적인 화산이죠. 지금도 매일 불과 재와 증기를 뿜고 있습니다.


아카테낭고 화산은 형제로 여겨지는 피코 마요르(Pico Mayor)와 예포카파(Yepocapa)의 두 개 봉우리를 가진 화산입니다. 해발 3,976m의 피코 마요르가 쌍둥이의 형입니다. 마야의 신화에서 저승의 신들과 대결하여 그들의 아버지를 부활시키고 세상을 구한 영웅 쌍둥이 형제인 스발란케(Xbalanque)와 훈아푸(Hunahpu)로 여겨지는 봉우리이죠. 푸에고 화산과 더불어 세 자매(Tres Hermanas)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고대 문명에서 자연 현상이 신화와 연결된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마야인들에게 경외감과 숭배의 대상으로 신성시 되는 이 아카테낭고화산은 여행객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화산입니다.


아카테낭고는 푸에고 화산과 연결된 화산 복합체를 이루고 있어서 안티구아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아카테낭고에 올라 하룻밤을 지내면서 '잦은 분화(Strombolian eruptions 스트롬볼리안 분화 : 이탈리아의 스트롬볼리 화산의 이름을 딴 이 분출은 용암, 화산재, 화산 가스로 몇 초에서 몇 분 간격으로 짧고 간헐적인, 비교적 온화한 폭발을 일으키는 분화)'를 하고 있는 푸에고 화산의 분출을 감상합니다.


등반객들은 높은 해발 고도와 등산 난이도 때문에 고산증을 호소하거나 등반 자체의 어려움을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젊은 여행객들이 가장 즐기는 도전입니다. 우리 부부도 다음 달에 도전해 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옥상에 올라 푸에고 화산의 분출을 관찰합니다. 이 집의 옥상에서는 아구아 화산은 물론 푸에고 화산과 아카테낭고 화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운무에 가려 전체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간혹 이른 아침에 짧은 시간 운무를 걷고 푸에고 화산의 분출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 경이로운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 곧 신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신께서 밤에도 잠깐 커튼을 열어 푸에고 화산의 불꽃 같은 붉은 용암 분출의 모습도 보여주실 거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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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안티구아 #과테말라 #은퇴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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